전체 수익의 45% 독식, 지난해 35% 대비 급증
경기 둔화 여파에 미 금융업계의 상위권 쏠림 현상이 심해지고 있다. 한인은행을 비롯, 지역 중소 커뮤니티 은행들이 상대적으로 힘을 못쓰는 가운데 소수 메이저 은행들이 이익을 독식하는 상황이다.
금융정보 업체 뱅크레그데이터에 따르면 JP모건체이스, 뱅크오브아메리카, 웰스파고, 씨티 등 4대 금융그룹의 올해 3분기 수익은 업계 전체 수익의 절반 가량에 달한 것으로 집계됐다.
자세히 살펴보면 올 3분기 은행 업종 전체 파이의 45%를 차지했는데 이는 지난해 3분기(35%)는 물론 과거 10년 평균치(39%)를 크게 상회했다. 현재 미국에는 약 4,400개 은행이 있는데 ‘빅4’ 4개 금융기업이 전체 이익의 50% 정도를 독식한 것이다.
상위 4개 은행을 제외한 다른 은행들의 수익성은 떨어졌다. 뱅크레그데이터에 따르면 빅4를 제외한 나머지 은행들의 3분기 순이익이 전년 동기 대비 평균 19% 줄어들었다. 이는 신종 코로나 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팬데믹 이후 가장 큰 하락폭을 기록한 것이다.
이와 관련해 CNBC와 인터뷰한 글로벌투자자문사 CFRA의 알렉산더 요쿰 금융 이코노미스트는 “대형 은행들은 예금 인출 압박을 별로 받지 않았지만 중소 지역은행들은 해당 리스크에 노출되면서 순이자마진이 큰 타격을 입었다”고 설명했다. 실제 뱅크레그데이터에 따르면 전국 중소은행들은 뱅크런을 막기 위해 지난 3분기에만 이자 지급 비용으론 전년 대비 260% 더 자금을 투입한 것으로 나타났다.
미국 경제를 위협하고 있는 상업용 부동산(CRE) 대출도 중소형 은행의 뇌관으로 꼽힌다. 팬데믹 이후 랜트 수요가 줄면서 자산 가치가 급락한 CRE 투자 자금을 대출해준 금융기관의 상당수가 중소형 은행이라 해당 문제가 심화되면 은행 역시 함께 타격을 받는 구조이기 때문이다.
이와 관련해 투자자문사 월렌 글로벌의 크리스토퍼 월렌 대표는 “중소형 은행들의 수익성 악화는 당분가 심화될 수 밖에 없다”며 “금융권에 대한 투자를 고려하고 있다면 매우 주의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한인 은행들도 다른 주류 중소 은행들과 마찬가지로 순익 감소에 직면한 상황이다. 실제 남가주에 본점을 둔 뱅크오브호프, 한미은행, PCB 뱅크, 오픈뱅크, CBB 은행, US 메트로 은행 등 6개 한인은행들의 3분기 순이익은 총 6,997만달러로 전년 동기(1억632만달러) 대비 34.2% 줄었다. 해당 순익은 직전 분기인 2분기(8,297만달러)와 비교해도 15.7% 줄어든 것이다.
한 한인은행 관계자는 “고금리가 장기화되는 국면에서 한인은행 뿐만 아니로 모든 금융기업들은 허리띠를 졸라맬 수밖에 없다”며 “당분간은 경비 절감을 하면서 향후 경기가 개선됐을 때 수익성을 늘릴 방안을 고민해야 할 것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이경운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