식탁물가 전년비 2.4% 껑충
크랜베리 통조림 60%나 올라
농산물 생산·임금 상승세 뚝
“추수감사절에 가족과 지인들의 식사 모임을 해마다 준비해 왔는데 다른 해에 비해 올해는 걱정이 더 앞선다.” 한인 주부 박모씨의 말이다. 박씨에겐 고공행진을 하고 있는 물가로 인해 각종 식료품 가격이 크게 올라 추수감사절 식사 준비 비용이 커진 것이 걱정의 원인이다. 박씨는 “마켓에서 물건 몇 가지만 사도 100달러를 훌쩍 넘는다”며 “뉴스에선 물가가 잡혀가고 있다고 하는데 실제 생활 물가는 여전히 높아 인플레이션은 그대로인 것 같다”고 했다. 올해 추수감사절 식탁 비용을 걱정하는 것은 비단 한인 박씨만은 아니다. 미국 중산층 소비자들도 마찬가지다. 고금리와 고물가 여파로 중산층 소비자의 61%가 지난해에 비해 가계 재정 상황이 그대로이거나 더 나빠졌다고 생각하고 있다. 여론조사기관 해리스 폴의 최고경영자(CEO)는 “경제전문가들은 미국 중산층의 부엌 상황과는 동떨어져 있다”며 “1달 벌어 1달 사는 미국 중산층 소비자들은 생활 물가를 따라잡지 못한 채 뒤쳐지고 있다”고 경고했다.
미국 최대 명절 중 하나인 추수감사절을 앞두고 한인을 비롯한 미국 소비자들의 고심이 깊어지고 있다. 물가 상승 폭이 꺾이면서 인플레이션 정체론이 대두되고 있지만 식탁 물가를 포함해 한번 치솟은 물가는 좀처럼 꺾일 기세가 아니어서 추수감사절 식탁 차림 비용이 평년에 비해 높은 것으로 예상되면서다. 특히 팬데믹 이전에 비해 두 자릿수로 상승하면서 소비자의 구매력이 크게 줄어들면서 이번 추수감사절 식탁 차림이 자칫 ‘임금님 밥상’이 될 수 있는 우려마저 나오고 있다.
블룸버그통신은 올해 추수감사절 식탁 물가가 지난해에 비해 상승하면서 미국 소비자들의 경제적 부담이 커질 것으로 보인다고 최근 전했다.
웰스파고 농식품 연구소의 조사 결과에 따르면 지난달 식탁 물가는 1년 전과 비교해 2.4%나 상승한 것으로 나타났다. 추수감사절의 대표 식재료인 칠면조의 가격만이 하락했을 뿐 다수의 식료품 가격은 크게 올랐기 때문이다.
칠면조 가격은 지난달 30일 기준으로 전년 대비 13%나 떨어졌다. 추수감사절까지 칠면조 가격의 하락세가 지속될 것이란 전망이다. 하지만 조류 독감의 영향으로 공급 물량에 차질을 빚을 수도 있어 가격 반등세 가능성은 상존하고 있다.
칠면조 가격 하락과는 달리 추수감사절 식탁 식재료 가격은 급등세를 보이고 있다. 햄 가격은 지난해에 비해 5.2%, 그린 빈 9%, 호박 통조림은 30%, 크랜베리 통조림은 무려 60%나 올라 캔 제품을 중심으로 가격이 크게 올랐다.
또한 크림 공급이 원활하지 못하다 보니 우유와 같은 유제품 가격의 상승 원인으로 작용하고 있다. 악천후에 의한 농산물 생산 저하도 가격 상승을 압박하는 요인이다. 조지아주에서는 지난 몇 달 동안 이어진 폭풍과 폭우에 농작물 피해가 발생해 주요 농식품 공급 부족에 대한 우려가 나오고 있다.
임금 상승세가 둔화된 것도 미국 소비자들의 식탁 물가 부담이 커진 데 한몫했다. 그만큼 구매력이 감소했다는 의미다. 해리스 폴의 조사에서 미국 중산층 소비자의 75%가 식료품비를 포함해 생활비에 대한 부담이 더 커졌다고 답했다. 그도 그럴 것이 지난 2020년 2월 이후 미국 가계의 식탁 물가는 24%나 상승해 미국 중산층 소비자의 구매력이 감소했다고 블룸버그는 지적했다.
<남상욱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