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욕적 언어·신체위협 등 팬데믹 후 인종증오 심화
코로나19 팬데믹 이후 더욱 극심해진 한인 등 아시아계에 대한 인종차별과 증오범죄가 여전히 이어지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최근 실시한 설문조사에 따르면 작년 한 해 동안 한인들을 포함한 미국내 아시아계의 3분의 1이 인종차별을 당한 경험이 있다고 답했으며 이 중 15%는 인종증오 범죄 피해를 입은 것으로 나타났다.
AP통신-시카고대 여론조사센터(NORC)와 AAPI 데이터의 최근 조사에 따르면 아시아계 인종 차별에 대한 계속되는 인식개선 운동과 입법에도 불구하고 조사 응답자의 약 34%가 지난 1년 동안 언어적 괴롭힘, 모욕적인 말, 신체적 위협 또는 사이버 괴롭힘을 경험한 것으로 나타났다. 또한 이들 중 15%는 인종차별에서 더 나아가 증오 범죄의 피해를 당했다고 답했다.
인종차별에 대한 구체적인 질문에서 응답자의 23%는 지난 1년 동안 언어적으로 희롱이나 괴롭힘을 당했다고 답했다. 또한 응답자의 22%는 인종이나 민족에 대한 모욕적인 말을 들었다고 답했으며 10%는 언어폭력을 넘어 신체적으로 위협을 받거나 공격 받았다고 답했다. 뿐만 아니라 응답자의 3명 중 1명은 구직 시 자신의 인종이나 민족으로 인해 차별을 받은 경험이 있다고 대답했다.
지난달 FBI는 증오범죄가 7% 증가했다고 공개했고 이에 반해 2022년 아시안 증오범죄 발생률은 2021년에 비해 33% 감소한 것으로 보고됐다. 사회 전반적으로 증오 범죄는 증가했지만 아시아계를 대상으로 하는 증오 범죄는 감소한 것으로 나타난 것이다.
그러나 ‘스탑 아시안 헤이트’의 스테파니 첸 디렉터는 “이런 모순적인 조사결과는 아시아계 미국인들이 범죄를 당하고 신고하지 않을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라는 견해를 내놓았다. 그는 이어 “팬데믹이 종료된 후 사회가 정상적으로 돌아가는 것처럼 보이기도 하지만 아시아계 미국인에 대한 증오는 여전히 높은 비율로 일어나고 있다”고 강조했다.
아시아계 미국인들의 정치성향에 대한 조사도 이뤄졌다. 조 바이든 대통령에 대한 선호도 조사에서 아시아계의 52%가 긍정적인 평가를 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지난 6월 실시된 조사에서 미국 성인의 44%가 조 바이든 대통령을 긍정적으로 평가한 것에 비해 약간 높은 수치다. 카말라 해리스 부통령에 대한 질문에서는 절반이 약간 못 미치는 47%의 아시아계 미국인들이 긍정적으로 평가한다고 답했다.
재선을 노리고 있는 트럼프 전 대통령에 대한 아시아계 주민들의 여론은 대체적으로 부정적이었다.
트럼프 전 대통령에 대한 질문에 응답자의 약 70%는 부정적으로 대답했으며 특히 트럼프 대통령이 재선될 경우 아시아계 미국인들에 대한 부정적인 인식이 더욱 심화될 것을 우려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번 설문조사에는 아시아계 미국인들이 지지하는 정당에 따라 인종차별에 대한 인식이 다른 것을 확인할 수 있었다.
예를 들어 응답자가 민주당원일 경우 유색인종이 미국 내에서 차별을 많이 받고 있다고 생각하고 있었으며, 공화당원일 경우 민주당원보다 낮은 비율로 차별받고 있다고 생각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전반적으로 아시아계 미국인들은 절반이상이 민주당을 지지하고 있었으며 25% 정도는 공화당을 지지하고 있는 것으로 조사됐다.
한편 많은 아시아태평양계 주민들은 미래에 아시안 차별이 완화될 가능성에 대해 낙관적이지 않은 것으로 나타났다. 응답자의 약 50%는 향후 5년 동안 자신이 인종차별의 대상자가 될 가능성이 있다고 생각하고 있었으며, 40%는 증오 범죄의 대상이 될 가능성이 있다고 생각한다고 답했다.
뿐만 아니라 증오 범죄 피해를 입은 사람들 중 20%는 향후 5년 안에 다시 증오 범죄 피해를 당할 확률이 높을 것 같다고 답해 증오범죄에 대한 우려가 매우 큰 것으로 나타났다.
<황의경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