퓨리서치, 팁 문화 설문조사…팁 부담에 미국인 ‘부글부글’
도를 넘은 미국 팁 문화가 도마에 올랐다. 키오스크와 셀프계산대에서도 팁을 요구하는가 하면, 내가 주고싶은 만큼이 아닌 주인이 요구하는 만큼 팁을 지불하는 관행도 반감을 사고 있다. ‘팁 플레이션’이라는 신조어가 생길 정도로 국민들이 부담을 느끼고 있는 가운데, 어떤 서비스를 받았을 때 얼마를 줘야 하는지 ‘사회적 합의’조차 없어 혼란스러운 상황이다.
워싱턴 포스트는 9일 퓨 리서치 센터의 설문조사 자료를 인용, 미국의 팁 문화에 대해 “한마디로 ‘엉망’이다. 의견이 갈리고 혼란이 커지고 있다”고 보도했다. 이 보고서는 미국의 팁 제도가 명확한 규정이 없는 ‘즉흥적인 성격’을 지니고 있는 점을 감안할 때, 합의가 이루어지지 않는 것은 놀라운 일이 아니라고 지적했다.
최근 커피숍에서 포장에 이르기까지 모든 곳에서 서비스 비용이 추가로 발생하고 있는 것이 문제로 지적됐다. 미국민 72%는 “5년 전보다 팁을 줘야하는 곳이 늘었다”고 느끼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최근 도어대시 같은 음식배달 앱은 물론 키오스크, 셀프 계산대까지 팁 문화가 확산되고 있기 때문이다. 지난달 말 음식배달 앱 도어대시는 배달 기사에게 팁을 주지 않으면 배달이 오래 걸릴 수 있다고 소비자들에게 공지해 논란이 일기도 했다.
특히 많은 식당들이 식·재료비와 의료비용, 인건비와 같은 비용을 감당하기 위해, ‘서비스 요금’이라는 명목으로 청구서에 돈을 매긴다. 또한 많은 식당들이 일행이 5~6명 이상일 경우 15~20% ‘봉사료’를 부과한다. 이들 수수료는 팁과는 별도이며 소비자들이 주의하지 않으면 음식값의 30~40%에 달하는 비용을 내는 ‘팁 폭탄’ 피해를 볼 수 있다. 이번 조사에서 압도적인 72%가 이에 반대하고 있으며, 특히 응답자 절반은 이 같은 관행에 ‘강하게 반대한다’고 응답하며 분노를 드러냈다. 불과 10%만이 이를 선호한다고 답변했다.
게다가 팁 액수에 대해서도 불만이 터져 나오고 있다. 코로나 이전 식당들은 15%부터 팁을 요구했지만 지금은 최소 18%가 기본이고 20%, 22%, 25%까지 요구하기도 한다. 또한 최근 요식 업소들은 ‘표면적으로’ 계산을 더 쉽게 하기 위해 터치스크린을 장착하여 저정된 팁 옵션을 보여주고 있다. 이 같은 관행에 찬성하는 미국인은 24%에 그쳤고 반대는 40%에 달했다. 직원이 바로 앞에서 보고 있는 상황에서 시간적, 심리적 부담을 느끼게 되며 ‘노 팁’을 누룰 수 있는 소비자가 얼마나 될 것이냐는 지적이다.
팁을 언제, 얼마나 줘야 하는지 명확하지 않다는 것도 불만 요소다. 해당 여론조사 결과 여러 서비스에 대해 팁을 얼마나 내야 하는지 알기가 ‘매우 쉽다’ 혹은 ‘쉽다’고 응답한 비율은 33%에 그쳤다. 팁을 해야 하는지 여부 역시 알기 쉽다는 응답도 34%에 그쳤다.
흥미롭게도, 조사에 따르면 따르면 수입이 높고 교육 수준이 높을수록 언제 팁을 얼마나 주는 것이 적절한지에 대해 혼란을 표현할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아울러 점점 더 많은 미국인들이 팁을 선택이 아닌 의무사항으로 느끼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팁이 의무사항이라는 응답은 29%로 선택이라는 응답(21%)을 상회했다. 49%는 상황에 따라 다르다고 답했다.
한편 이번 조사에서 식당에서 가장 많은 응답자 92%가 팁을 냈다고 답했다. 이어 서비스 제공자와 대면하게 되는 미용실(78%), 배달 음식(76%), 술집(70%), 택시(61%) 순으로 팁을 준다는 응답자가 많았다.
아직도 많은 주에서 팁을 받는 노동자들의 시간당 임금이 표준 최저임금보다 낮게 책정돼 있어 불평등을 조성하고 근로자들을 고용주들의 변덕에 더 취약하게 만든다는 지적이다. 반면 가주의 경우처럼 “식당 종업원들도 똑같은 최저 임금을 받고 있는데 왜 식당 종업원만 유독 높은 15~20% 팁을 받아야 하는가”에 대한 지적과 불만도 높다. 음식 값에 세일즈 택스를 더한 다음 팁을 요구하는 일부 식당들의 행태에 대해서도 원성이 높다.
<조환동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