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년래 최고수준 급등, 3분기에만 177억달러
전국 금융권의 상업용 부동산 대출 연체 규모가 10년 만에 최고 수준인 177억 달러를 넘어섰다. 지난해에 비해 100억달러나 급증했다.
9일 파이낸셜 타임즈(FT)는 뱅크레그데이타(BankRegData) 자료를 인용, 부동산 소유주들이 1회 이상 페이먼트를 못한 연체 대출 규모가 올해 3분기에만 30%(40억달러) 증가한 177억달러에 달한다고 보도했다.
3분기 기준 상업용 부동산 대출의 연체율은 1.5% 수준으로 낮은 것처럼 보이지만 업계 전문가들은 특히 오피스 부문에서 연체가 계속 증가할 가능성이 높다고 우려한다.
또한 지난 3분기 통계는 최근 파산을 신청한 위워크 사태를 포함하지 않고 있다. 사무실 임차 공유기업 위워크는 뉴욕, LA, 샌프란시스코 등 주요 도시에서 임대 서비스를 제공해왔다. 위워크는 파산 보호신청(Chapter 11)을 통해 재정적 불이익 없이 수십 건의 임대 계약을 종료하고 건물 소유주에게 위험 부담을 떠넘길 가능성이 높다. 파산을 할 경우 기존 리스 계약을 파기하는 것이 가능하기 때문이다.
고금리로 인한 이자율 상승으로 인해 론 페이먼트 부담이 대폭 증가한 것도 연체의 주요 요인으로 작용하고 있다. 한인은행들을 포함, 금융권이 제공하는 부동산 대출의 경우 통상 5년, 7년 대출이 만기되면 이전보다 두 배 높은 현재 8%대 이상의 이자로 재융자를 해야 하는 것도 부동산 소유주들에게는 힘든 상황이다. 많은 부동산 론 대출자들이 재융자를 하면서 늘 어난 페이먼트, 또 공실률 하락에 따른 임대료 수익 감소 등으로 인한 재정 부담을 호소하고 있다.
실제 웰스파고 은행은 최근 뉴욕시 맨해튼의 중형 오피스 빌딩인 599 브로드웨이에 대한 2,050만달러 모기지를 지불 누락 위험이 있는 대출 감시 목록에 추가했다. 위워크가 파산신청을 했기 때문인데, 이 대출은 뱅크오브아메리카(BOA)에서 이뤄졌지만 이후 투자자에게 판매되면서 웰스파고가 관계된 것이라서다. 웰스파고는 700억달러 이상의 상업용 부동산 대출을 보유하고 있다. 연체된 부동산 대출은 3분기 34억달러로 1년 전 4억달러에서 50% 이상 증가했다. 연체율이 증가하고 있지만 아직은 웰스파고 등 일부 은행들은 담보 부동산을 채무 불이행 상태로 설정하거나 무수익 여신인 부실 대출로 선언하지 않고 있다. 대신 웰스파고는 지난 3분기에 관련 대출에서 9,100만달러를 손실처리했다.
웰스파고 경영진은 부동산 소유주 중 다수가 지불을 재개하거나 손실을 피할 것이라는 낙관론을 표명했다. 마이크 산토마시모 최고재무책임자(CFO)는 “아직 중요한 손실을 본 적이 없고, 앞으로 그럴 것”이라고 기대했다. 하지만 무디스의 상업용 부동산 경제 분석 책임자인 케빈 페이건은 “연체율이 적어도 향후 12개월 동안 상승할 것”이라며 “앞으로 고통이 닥칠 것이 분명하다”고 지적했다.
피츠버그에 본사를 둔 지역 은행인 PNC는 연체된 상업용 부동산 대출이 가장 많이 급증한 곳 중 하나다. 3분기에만 연체 규모가 전분기 두 배 이상 증가한 7억2,300만달러를 기록했다. PNC의 롭 레일리 CFO는 “상업용 부동산 사무실 부문에서 우리가 예상했던 압력이 현실화되기 시작했다”며 “대출 기관이 해당 대출에 대한 잠재적 손실을 충당할 수 있는 충분한 준비금을 가지고 있다”고 해명했다. 은행들은 손실을 피하기 위해 부동산 대출을 재구성하고 있다. BOA도 관련 연체액이 전분기 대비 7억5,000만달러 증가한 12억달러를 기록했다. 은행권에서 구조조정된 상업용 부동산 대출 규모는 지난 6개월 동안 60억달러 증가한 85억달러 수준이다.
은행 분석가인 크리스토퍼 왈렌은 “은행들은 자산을 보호할 수 있다고 생각하면 대출을 연장할 것”이라며 “하지만 건물을 회수해야 한다면 가치는 절반으로 줄어들 수 있다”고 지적했다.
<조환동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