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랑스 이어 한국까지… ‘빈대와의 전쟁’ 고심
프랑스에 이어 한국에서까지 곳곳에서 빈대(베드버그)가 출몰해 방역이 비상에 걸린 가운데 미주 한인들도 연말 시즌 여행을 앞두고 빈대 창궐 소식에 고심이 깊어지고 있다.
LA에 거주하는 이모씨는 “추수감사절을 앞두고 뉴욕에 사는 가족들을 방문할 계획이었는데, 빈대 소식에 여행을 취소해야 하나 고민이 많다”면서 “팬데믹 이후 드디어 여행이 자유로워지나 싶어 기뻐했는데, 빈대 소식에 암울하다”고 토로했다.
LA 지역에 거주하는 한인들은 혹시 집 안에 빈대가 나타날까에 대한 우려도 컸다. 해충 퇴치 업체인 ‘오르킨’(Orkin)이 올해 초 발표한 ‘미 전역 베드버그가 가장 많은 도시’ 순위에서 LA시는 5위에 오르는 불명예를 안은 바 있다. LA시는 미 전역 대도시 중에서 빈대가 자주 나타나는 도시로 꼽힌다.
프랑스 파리는 내년 하계올림픽을 앞두고 빈대 습격으로 공중보건이 패닉에 빠졌고, 인구가 밀집한 한국의 경우 전국 각지에서 빈대가 출몰하면서 시민들의 불안감이 고조되고 있다.
갑작스럽게 빈대가 급증한 원인으로는 국가 간 교역, 여행, 이민 등 증가가 꼽힌다. 게다가 빈대가 DDT 등 강력한 살충제에 내성이 생기고, ‘빈대 포식자’였던 바퀴벌레 개체 수가 줄어든 점도 원인으로 지목되고 있다.
빈대는 피를 빨지 않고도 1년 반을 버틸 수 있어 박멸하기가 쉽지 않다. 빈대는 40마리가 6개월 후 6,000마리로 불어나는 엄청난 번식력을 갖고 있어 해충관리업체도 빈대 퇴치에는 어려움을 겪는다.
빈대는 몸길이 5~6mm, 진한 갈색빛의 납작하게 눌린 형태의 벌레다. 야행성이어서 낮에는 어두운 장소에 숨어 지내다 밤에 활동한다. 주로 침대나 침구류, 가구나 벽의 틈새 등에서 보여 영어로 ‘베드버그’라고 불린다. 빈대는 저녁보다 이른 새벽에 흡혈 활동이 활발하다. 모기처럼 동물의 피를 빨아 먹는데, 자기 몸의 최대 2~2.5배를 흡혈할 수 있다. 다행히 모기나 벼룩처럼 병원균을 옮기지는 않지만 물리면 큰 가려움을 느끼게 된다. 심할 경우 수면 장애가 생기고 긁다가 상처가 생기면 세균에 감염될 수 있다.
빈대 물린 자국은 2~3개가 무리를 짓거나 원형 또는 선 모양을 만드는 게 특징이다. 자세히 보면 둥글게 솟아오르는 모기 물린 자국과는 달리 가운데에 직경 0.5~1mm 정도의 파인 자국을 볼 수 있다.
전문가들은 “빈대에 물릴 시 가려움이 심하기 때문에 차가운 물수건, 거즈 등을 물린 부위에 대주거나 시원한 물로 샤워를 하는 게 도움이 된다”면서 “병원에서는 가려움을 조절해 주는 항히스타민계 연고 등을 처방받을 수 있다”고 설명했다.
빈대를 퇴치하기 위해서는 고온의 증기나 열을 빈대가 숨어있는 가구와 벽 틈새에 쬐고 옷이나 침구류는 뜨거운 물로 세탁 후 햇볕에 말려 살균해야 한다. 침구류 등을 비닐 팩에 밀봉해 냉동고에 24시간 이상 넣어두는 것도 방법이다. 전문 퇴치업체의 도움을 받아 빈대를 박멸하는 게 가장 권장된다.
무엇보다 빈대가 유입되지 않도록 해외 방문 후 여행 가방을 꼼꼼히 살피는 게 좋다. 여행 짐 속에 빈대가 섞여 있을 가능성이 있으므로 여행 가방을 화장실에 넣고 빈대 흔적이 있는지를 확인한 후 짐을 푸는 게 바람직하다.
<석인희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