샤핑앱 쉬인·테무 ‘무혈입성’
지난 4월 연방 파산법 제11조에 의거해 파산을 신청한 웨딩 관련 소매업체 데이비드 브라이들(David‘s Bridle)은 2018년 이어 두 번째로 챕터11을 신청했다. 이유는 소액 해외 직구에 대한 관세 면제 제도인 ’최소 기준 면제‘(de minimis exemption) 때문이다. 데이비드 브라이들은 해외에서 수입한 제품에 대한 관세를 지난해만 2,000만달러를 지불하는 동안 쉬인과 테무 등 중국 경쟁업체들은 관세 없이 통관해 싼 가격으로 미국 소비자들을 공략했던 것이다.
중국 할인 샤핑앱 쉬인과 테무가 800달러 이하의 해외 직구 수입품에 대한 관세를 면제하는 미국의 무역 관제 제도에 힘입어 미국 내 소매업계에서 무서운 속도로 성장하고 있다. 온라인 플랫폼 업체의 급성장에 입지가 흔들리고 있는 미국 소매업계는 미국 무역 제도의 허점을 파고든 중국 업체들에 밀리면서 힘겨운 생존 경쟁을 벌여야 하는 이중고를 겪고 있다.
4일 뉴욕타임스(NYT)는 800달러 이하의 해외 수입품에 대해 최소 기준 면제라는 간소화된 절차로 통관을 허용하는 미국 무역 관세 제도가 저가 판매 전략을 구사하는 중국 업체들에게 유리하게 작용하면서 미국 소매 시장을 잠식하는 부메랑이 되고 있다고 보도했다.
미국은 지난 2016년 전자상거래 활성화를 위해 관세 면제 한도를 200달러에서 800달러로 올린 바 있다.
무관세가 적용되는 해외 직구 수입품 물량은 해마다 증가해 현재 1일 300만개 규모이며, 이중 절반이 의류와 원단 제품들이고 NYT는 지적했다.
1년 기준으로 보면 지난 9월 말로 끝난 2023 회계연도에 최소 기준 면제를 적용 받은 해외 수입 물량은 10억개를 넘은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2019 회계연도의 2배가 넘는 규모다. 이들 중 3분의 1이 중국 할인 샤핑앱 쉬인과 테무의 상품들이다. 이들 중국 업체들은 대부분의 상품을 미국 내 대형 물류창고를 세워 재고를 쌓아 두고 판매하는 대신 중국에서 미국 소비자들에게 직접 배송하는 방식을 사용하고 있다.
무관세에다 판매 비용이 소요되지 않다 보니 중국의 저렴한 가격의 상품들이 미국 소비자들의 지갑을 공략하고 있다. 시장정보업체 센서타워는 “쉬인의 미국 내 월간 활성 이용자 수는 올해 3분기 3,020만명으로 2년 사이에 2배나 늘었고 테무는 출신 1년 만에 쉬인의 사용자 수를 넘어서면서 샤핑앱의 강자로 떠올랐다”고 평가했다.
결국 소액 해외 직구 수입품에 대한 무관세 제도의 최대 수혜자는 중국 업체들인 셈이다.
이는 의류업체 갭과 아마존, 월마트 등 미국 소매업체들에겐 경쟁 압박으로 작용하고 있다. 아마존은 웹사이트 트래픽이 감소했고, 갭은 지난 8월 실적 발표 때 쉬인의 시장점유율 상승을 경계하기도 했다.
한편 민주당 얼 블루머나워 하원의원은 최소 기준 면제 대상에서 모든 중국산 제품을 배제하는 내용의 초당적 법안을 발의했다. 미국 의류 및 신발협회(AAFS)는 업계의 요구 개선책을 향후 몇 주 내로 공표할 계획이다.
<남상욱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