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업 3분의 1이 매출 감소
한인 여성 직장인 박모씨는 온라인으로 의류를 구매할 때 반품 규정을 먼저 살피는 버릇이 생겼다고 했다. 반품 시한과 무료 반품 여부를 꼭 확인한다. 최근 들어 업체들이 반품에 대해 수수료를 부과하면서부터다. 박씨는 “무료 반품이면 여러 치수의 옷을 한꺼번에 구매해 몸에 맞는 것을 고르고 나머지는 반품을 해 편리하다”며 “반품 수수료를 부과하는 경우엔 구매하는 것을 기피하게 된다”고 말했다.
반품 수수료 때문에 온라인 구매를 꺼리는 소비자는 비단 박씨만은 아니다. 공급망 소프트웨어 제공업체인 블루 욘더의 소비자 조사 결과 59%의 소비자들이 반품 수수료를 부과하는 엄격한 반품 정책으로 인해 상품 구매를 꺼리게 된다고 응답했다. 반품 수수료가 구매 수요를 꺾고 있다는 의미다.
이렇다 보니 반품 수수료 부과 정책을 놓고 소매업체들의 고민은 커지고 있다. 코로나19 팬데믹과 함께 온라인 샤핑이 일상화하자 반품도 급등하면서 막대한 추가 비용 부담을 줄이기 위해 도입된 반품 수수료 부과 제도가 소비자들의 구매 의욕을 감소시키는 부메랑이 되어 버렸기 때문이다.
26일 월스트릿저널(WSJ)은 반품 물량 감소를 위해 도입한 반품 수수료 부과 정책이 구매 수요 감소의 원인이 될 수 있다는 우려 속에 아마존과 소매업계는 연말 샤핑 시즌 대목을 놓칠 수 있다는 위기감을 느끼고 있다고 보도했다.
물류업체 해피 리턴스 조사에 따르면 반품 수수료 부과로 소매업체 중 절반이 지난 3년 동안 반품을 줄이는 효과를 봤다고 답했다. 이에 반해 3분의 1 정도의 소매업체는 반품 수수료 부과로 인해 고객이 감소하는 역효과를 경험했다고 응답했다.
시장조사기관 가트너는 연말 샤핑 시즌을 앞두고 소매업계가 곤혹스러운 상황에 처해 있다고 진단했다. 반품 수수료 부과로 인해 고객 감소에 직면하면서 특수를 놓칠 수 있다는 위기감이 있지만 그렇다고 반품을 손쉽게 허용할 수도 없는 상황이다. 전미소매협회(NRF)의 지난해 전망에 따르면 올해 연말 샤핑 시즌의 반품율이 18%에 육박할 것으로 예상되고 있기 때문이다.
미국에서 반품이 늘어나기 시작한 건 코로나19 팬데믹의 영향이 크다. 팬데믹으로 온라인 샤핑 자체가 크게 늘어난 것이 반품 규모를 늘린 원인이 됐다. NRF에 따르면 2022년 온라인 판매 반품율은 16.5%로 2019년의 9.6%에 비해 2배 가까이 늘었다. 전체 소매업계 반품율도 지난해 16.5%로 2019년 8.1%에 비해 2배가 넘는 상승률을 보였다.
금액으로 보면 지난해 소비자들이 요구한 반품 금액은 8,160억달러로 미국 전체 공교육 기관에 지원하는 연간 예산과 맞먹는 규모다.
반품은 소매업체들에겐 달갑지 않은 존재다. 매출 하락과 이익 감소에 직접적으로 영향을 주기 때문이다. 반품 대행 업체 옵토로에 따르면 2021년 기준으로 50달러짜리 물건을 반품하면 판매 업체가 부담해야 할 각종 비용은 33달러에 달했다.
사정이 이렇다 보니 무료 반품을 중단하는 소매업체들이 늘어나고 있다. 해피 리턴스가 분석해 보니 반품 수수료 부과를 비롯해 반품을 제한하는 정책을 펴고 있는 소매업체들이 전체의 81%를 차지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중 아마존은 UPS를 통해 반품을 하는 고객에게 1달러를 부과하고 있으며, 의류업체 H&M은 USPS를 통한 반품에 5.99달러, 자라는 3.95달러를 각각 부과하고 있다.
<남상욱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