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실률 16.4% 역대 최고, 업무용 공간 대거 매물로
공실이 크게 늘면서 오피스 부동산 시장이 경색되고 있는 가운데 빈 업무용 공간의 시설물들을 원상복귀하려는 수요가 크게 늘면서 해체하는 철거 업체들이 때아닌 호황을 누리고 있는가 하면 빈 오피스 건물을 헐값에 사들이는 대학들이 큰 손으로 부상하고 있다. 이들에겐 오피스 부동산 시장의 침체가 기회로 작용하고 있는 셈이다.
최근 뉴욕타임스(NYT)는 오피스 건물 내 기존 시설물을 해체하거나 철거하는 용역 업체들이 때아닌 호황을 누리고 있다고 보도했다. 이는 오피스 건물의 공실률 상승과 함께 사무 공간을 축소하거나 주거용으로 개조하려는 수요가 크게 늘어난 탓이다.
글로벌 부동산 업체인 컬리어스에 따르면 오피스 건물의 올해 2분기 전국 평균 공실률은 16.4%를 기록했다. 이는 지난 2010년 1분기에 기록한 16.3%를 상회하는 수치로 사상 최고치에 해당되는 공실률이다. 사무실 공간에 대한 임대 계약을 채우지 못해 임차인이 ‘전대’(서브리스 sublease) 사무용 공간도 올해 2분기 2억5,900만 스퀘어피트에 달했다. 이는 전 분기에 비해 500만스퀘어피트나 늘어난 수치다.
빈 사무실이 늘어나는 상황에 미소 짓는 업종은 철거 업체들이다. 임대한 사무용 공간에서 퇴거를 할 경우 설치물들을 모두 철거하고 원상복귀를 하는 것이 통상적인 관례다. 철거 업체들의 수요가 요구되는 대목이다. 더욱이 빈 오피스 건물을 주거용으로 전환하려면 기존 내부 시설물을 완전하게 철거하는 게 필수 작업이다 보니 철거 업체들의 일거리가 크게 늘고 있는 것이다. 대형 냉난방기나 발전기, 복층을 연결하는 계단, 조리 시설 등은 모두 해체 및 철거 전문가들의 손길이 필요한 시설물들이다.
사정이 이렇다 보니 대형 부동산 업체인 CBRE는 아예 퇴거 해체 전문팀을 구성해 운영에 나서고 있을 정도다.
사무실 근무로 완전 복귀한 비율이 57%로 43%는 재택 및 하이브리드 근무를 하고 있어 빈 사무실은 계속 늘어난 전망이어서 철거 업체들의 호황세도 당분간 유지될 것으로 보인다.
미국 대학들도 빈 오피스 건물이 늘어난 상황의 수혜자 중 하나다. 빈 오피스 건물들을 속속 매입하는 사례가 늘어나고 있기 때문이다.
NYT에 따르면 부동산 서비스업체 JLL은 2018년 이후 미 전역에서 기업의 사무실로 사용하던 건물을 사들인 교육 기관이 4년제 사립학교 49곳과 4년제 공립학교 16곳을 포함해 수십곳에 달한다고 밝혔다.
대표적인 사례로 지난 6월 UCLA는 다운타운에 있는 11층 규모의 트러스트 빌딩을 매입했다. UCLA는 대학 캠퍼스 확장 계획의 일환으로 이 건물을 사들여 올해 말부터 강의실로 사용할 계획이다. 앞서 UCLA는 지난해 폐교한 매리마운트 캘리포니아 대학의 건물 2동도 매입한 바 있다.
USC는 지난 3월 워싱턴 DC에 새로운 캠퍼스를 만들겠다며 4,940만달러를 들여 7층, 실내면적 6만스퀘어피트 규모의 오피스 건물을 사들였다. 워싱턴 DC에 기반을 둔 사립대인 조지 워싱턴대는 지난해 12월 세계은행(WB)의 산하기관이 보유하고 있던 10층짜리 오피스 건물을 매입했다.
하지만 대학들이 오피스 건물 매입에 나서고 있지만 전국 오피스 부동산 시장의 침체를 막기에는 역부족이라는 게 전문가들의 판단이다.
<남상욱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