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5세 이상 4명 중 1명 심각한 부상 위험 경험
67세 한인 차모씨는 지난주 수요일 화장실에서 미끄러져 어깨와 그 주변 부분을 심하게 다쳤다. 잠깐 동안 일어나지 못하고 팔이 움직이지 않았다. 남편과 함께 병원에 가서 엑스레이를 찍고 정밀검사를 받은 결과 뼈에는 이상이 없다는 얘기를 듣고 3주치 진통소염제 처방약을 받아온 후에야 조금 안심이 됐지만, 부상은 여전히 심했다. 일주일이 지난 현재도 여전히 운영 중이던 소규모 가게에도 나가지 못하고 중요한 약속도 모두 취소한 채 집에서 쉬고 있다.
지난달 3일에는 72세 한인 유모씨가 급성 두개내 출혈과 낙상 후유증을 주원인으로 사망한 것으로 LA 카운티 검시국 공개 자료에 나타났다.
인구 고령화 외에도 다수 요인들로 인해 낙상이 많아진 가운데 한인 시니어들에게도 큰 위협이 되고 있다. 큰 부상은 물론 상황에 따라 사망까지 이를 수 있어 각별한 주의가 필요하다. 연간 100명 이상의 한인 시니어들이 낙상으로 사망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연방질병통제예방센터(CDC)는 지난 2020년 기준 65세 이상 성인의 4명 중 1명이 낙상을 경험했다며 낙상이 심각한 위협이 되고 있다고 전했다.
낙상이 시니어 부상 및 사망의 주요 원인이라는 것은 잘 알려진 사실이지만 더 큰 문제는 그 비율이 점점 더 커진다는 데 있다. CDC에 따르면 의도치 않은 낙상이 주원인이 된 65세 이상 사망자는 2018년 3만2,522명, 2019년 3만4,211명, 2020년 3만6,508명, 2021년 3만8,742명 등으로 매년 증가해 왔으며, 2022년 잠점 집계치는 4만920명으로 4만명을 넘어섰다. 10만명당 73명 꼴이었는데 이러한 수치는 5년 전보다 18%, 약 20년 전인 1999년과 비교하면 150% 이상 증가했다.
한인의 경우 5년 전과 비교해 77%나 늘었다. 낙상이 주원인으로 사망한 65세 이상 한인은 2018년 65명, 2019년 91명, 2020년 85명, 2021년 111명, 2022년(잠정) 115명 등으로 역시 증가세를 이어왔다.
건강의학 웹진 ‘헬스데이’에 따르면 전미노화위원회 건강노화센터의 제니퍼 트립켄 부소장은 “낙상으로 인한 사망은 빙산의 일각에 불과하다”며 매년 훨씬 더 많은 노인이 낙상을 경험한다고 강조했다. 이들 중 상당수는 부상으로 인해 치료를 받아야 하는 경우가 아니면 의사에게 말하지 않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정확한 증가 원인으로 판명된 것은 없다. 다만, 트립켄 부소장은 사망률 상승의 원인으로 보이는 추세를 집어냈다. 우선 요즘 심장마비나 뇌졸중과 같은 질환을 이겨낸 시니어들이 늘어난 점은 좋지만 이들 질환의 후유증을 안고 살게 되면 낙상 위험이 높아진다는 것이다.
또 현재 많은 시니어들이 여러 약물을 복용하는데 그중 일부 또는 그 조합이 현기증이나 낙상을 유발할 수 있는 부작용이있다는 것이다. CDC도 낙상 예방을 위한 조언에서 복용 중인 약을 검토하여 낙상 위험을 높일 수 있는 약물이 있는지 의사나 약사에게 문의할 것을 권장한다. 또 정기적으로 시력과 청력 검사를 받는 것도 중요하다고 전했다.
미국의학협회저널(JAMA)에 관련 연구 서한을 발표하기도 했던 펜실베니아 주립대의 알렉시스 산토스 로자다 교수는 노인이 낙상하는 장소가 의료시설 또는 장기 요양시설이 가장 많지만 가정에서도 사고가 증가한다고 전했다.
전문가들은 욕실, 계단, 복도 및 보행로에 난간 또는 손잡이 설치, 양탄자나 기타 넘어지거나 미끄러질 수 있는 위험 요소 제거, 욕실에 미끄럼 방지 매트나 카펫 설치, 걸어다니는 통로에 장애물이 없도록 가구 및 전선 배치, 물건을 어깨 높이 정도 적당한 높이에 두기, 높은 곳에 있는 물건을 집기 위해 의자나 테이블에 올라서지 말고 주변에 도움을 요청하기 등을 조언했다. 또 실내조명 밝게 하고 밤에는 야간등을 켜 놓거나 손전등을 가까운 곳에 두기, 샤워하는 동안 앉아 있을 수 있도록 샤워용 의자와 손에 쥐고 사용할 수있는 샤워 헤드 준비, 누워 있다 일어날 때 몇 분 정도 앉아 있다가 일어서기, 꾸준한 걷기로 신체의 활력을 유지하기 등을 권했다.
<한형석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