만기 모기지만 1조달러 육박, 렌트 상승 둔화·관리 비용↑
아파트 부동산 시장에 이상 징후가 포착되고 있다. LA에 본사를 두고 있는 부동산 투자업체 ‘타이드 에퀴티스’는 최근 투자자들에게 추가 투자를 요청하는 서한을 보냈다. 타이드 에퀴티스는 “최근 들어 아파트 렌트비 수입이 줄어든 데다 금리 인상으로 65억달러 규모의 대출금 상환 부담이 커지면서 어려움에 직면했다”며 “아파트 건물이 디폴트(채무불이행)로 넘어가지 않게 하기 위해선 추가 투자가 필요하다”고 했다.
부동산 업계에서 비교적 ‘안전 자산’으로 여겨지고 있는 아파트 임대용 부동산이 ‘부실 자산’으로 전락할 수 있는 위기에 처해 있다. 장기간 지속되고 있는 고금리 여파로 아파트 건물에 대한 주택담보대출(모기지) 상환 부담이 크게 늘어난 데다 아파트 건물 가치마저 떨어지면서부터다.
올해부터 시작해 앞으로 4년 사이에 만기로 상환해야 할 아파트 모기지 규모만 1조달러에 육박해 대출금 상환을 못하는 디폴트(채무불이행) 아파트들이 속출하면서 아파트 부동산 시장이 ‘모기지 시한 폭탄’을 안고 있다는 경고가 나오고 있다.
7일 월스트릿저널(WSJ)은 아파트 부동산이 모기지 금리 급등으로 대출금 상환 부담이 커지고 있는 상황에서 치솟던 렌트비가 둔화세로 돌아서고 관리 비용마저 크게 늘어나면서 디폴트로 이어질 가능성이 높아가고 있다고 보도했다.
부동산 정보업체 코스타에 따르면 모기지 금리 급등에 따른 대출금 상환 부담이 커지면서 아파트 가치는 크게 하락해 지난 6월 기준으로 전년에 비해 14%나 감소했다. 이는 지난해 같은 기간에 아파트 부동산의 가치가 25%나 급등했던 것과는 정반대의 현상으로 오피스 부동산의 복사판에 해당될 정도다.
아파트 부동산 가치 하락에는 모기지 대출금 상환 부담이 커진 현실이 자리잡고 있다. 모기지은행협회(MBA)에 따르면 지난 10년 사이에 아파트 부동산의 모기지 규모는 약 2조달러에 달하면서 2배 넘게 증가했다. 이는 오피스 부동산의 모기지 보다 2 가량 많은 규모다.
문제는 아파트 부동산에 대한 대출금 상환 시기가 올해부터 시작해 2027년까지 4년 동안 9,807억달러에 달한다는 것이다. 절반에 가까운 모기지 상환 규모가 4년 사이에 집중되어 있다는 것이다.
아파트 건물 매입 당시 매입가의 80%를 모기지 대출로 충당해 고금리에 따른 상환 부담은 클 수밖에 없다. 예전엔 경기 침체 시기라도 주거 환경은 삶의 필수 조건 중 하나이다 보니 렌트비 인상을 통해 대출금 상환 부담을 상쇄할 수 있었지만 렌트비 인상도 둔화세로 돌아서면서 주수입이 크게 줄었다. 여기에 코로나19 팬데믹 때부터 단기 상환에 변동금리를 적용한 모기지가 대부분이다 보니 디폴트에 따른 차압 매물이 증가할 수 있다는 우려가 제기되고 있다.
<남상욱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