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폴트 대비 50억달러 상각
주류 은행들이 하반기 채무불이행 확산에 대한 대비를 본격화하고 있다. 이번 주 발표되는 2분기 실적에 대규모 상각과 함께 늘어난 대손충당금을 반영할 것으로 전망되는데 한인 은행들도 경기 침체 대응을 준비해야 할 것으로 보인다.
블룸버그통신은 금융업계 애널리스트 전망치를 집계해 분석한 결과 미국 6대 은행들(JP모건체이스, 뱅크오브아메리카, 씨티은행, 웰스파고, 골드만삭스, 모건스탠리)이 50억달러 규모의 부실 대출을 2분기 상각 처리할 것이라고 10일 보도했다. 중앙은행 연방준비제도(FRB·연준)가 기준 금리 인상을 시작한 지난해 3월 이후 1년이 넘게 지난 상황에서 한계 기업과 가계의 대출 상환이 점점 더 어려워질 것으로 예상되는 만큼 이번 분기에 손실을 처리하고 가겠다는 것이다. 이에 더해 은행들은 추가 부실 발생에 대비해 대손충당금도 76억달러 늘릴 계획이다. 충당금은 향후 고객이 파산해 대출금을 회수하지 못할 경우에 대비해 미리 마련해놓는 자금이다. 은행들의 상각액과 충당금은 전년 동기 대비 두배에 달하는 수준이다.
은행별로 살펴보면 JP모건체이스의 상각액과 충당금 합산액이 2분기 38억달러로 가장 클 것으로 예상된다. 선두 은행인 만큼 위험 자산 역시 가장 많기 때문인데 이는 1년 전 같은 기간(18억달러)에 비해 120% 증가한 것으로 추정된다. 이외에 뱅크오브아메리카와 웰스파고는 같은 기간 두 배 이상 늘린 것으로 보이며 골드만삭스와 모건스탠리, 씨티은행은 60~70% 가량 증가한 것으로 추산된다.
은행들의 실제 상각 비용과 충당금 규모는 2분기 실적 공시 때 확인 가능하다. JP모건체이스와 씨티은행, 웰스파고가 14일 시작으로 은행들의 2분기 어닝 시즌이 예정돼 있다. 여기에 더해 모건스탠리와 뱅크오브아메리카는 18일, 골드만삭스는 19일에 각각 실적을 발표한다. 채무불이행 대비와 별개로 주류 은행들의 어닝은 긍정적일 것으로 예상된다. 블룸버그가 집계한 6대 대형 은행들의 주당순이익(EPS) 전망치는 전년 동기 대비 6% 상향됐다.
이와 관련해 리서치업체 KBW의 크리스토퍼 맥그래티 애널리스트는 “지난 3월 발생한 실리콘밸리은행(SVB) 파산 사태로 많은 예금주들이 대형은행으로 자금을 옮겨 수혜를 입은 결과”라고 분석했다.
한인은행들도 주류 은행들과 마찬가지로 경기 침체에 대비해야 할 것으로 보인다. 다만 상각 처리와 충당금 확충은 비용으로 처리 되기 때문에 대형 은행들처럼 과감하게 결정하기는 쉽지 않은 상황이다.
특히 한인 은행권을 포함한 중소형 은행들은 대형 은행처럼 2분기 순이익 전망도 좋지 않아 재정적 손실을 실적에 반영하기가 부담스러울 수 있다. 한 한인은행 관계자는 “융자 조정이나 지불 유예 요청에 대비해 충당금을 더 쌓을 필요성은 있다”며 “각 은행별로 신중하게 판단할 사안이라고 본다”고 설명했다.
<이경운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