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파트 돌아다니며 사람 있으면 ‘쏘리’
웨스트 할리웃 지역의 아파트에 거주하는 한인 여성 반모(31)씨는 얼마전 소름돋는 일을 겪었다. 평일 낮 12시께 반씨가 갓 태어난 신생아 딸과 함께 집에 있는데 누군가가 문을 두드린 것이다. 딸을 수유 중이었던 반씨는 즉각 문을 열지 못했는데, 노크 소리는 멈추지 않고 지속적으로 들려왔다. 수유를 멈추고 문을 열었더니 2피트 정도 떨어진 거리에서 젊은 흑인 남성이 “쏘리”라고 소리치며 사라졌다.
그날 밤까지도 꺼림칙한 기분에 사로잡혔던 반씨는 집 앞에서 설치해 둔 CCTV 영상을 살펴봤고, 영상에는 아까 낮에 본 흑인 남성이 반씨의 집 말고도 이웃집 문을 계속 두드리고 다니는 모습이 담겨 있었다.
반씨는 본보와의 통화에서 “영상 속 남성은 현관문 외시경에 자신의 모습이 보이지 않게끔 주저 앉아 있거나 또는 현관문 옆 벽에 몸을 붙이고 손만 내밀어 문을 두드렸다”며 “의도적으로 아파트에 침입해 빈집을 노린 것이 명확해 보였다”고 설명했다.
이어 “낮에 딸과 둘이서만 집에 있는데 바로 문을 열어줬다면 큰 일을 당했을 수도 있었을 상황”이라며 “조만간 현관문 안전고리를 설치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최근 LA 한인타운을 비롯해 윌셔팍과 행콕팍, 웨스트 할리웃 등지에서 빈집털이가 기승을 부리는 가운데 한인을 포함한 아시안 주민들이 주요 타겟이 되고 있어 각별한 주의가 요구된다. 경찰에 따르면 절도범들은 사전에 주변 상황을 미리 파악한 다음 적절한 시기를 노려 침입하는 용의주도함을 보이고 있다.
초인종을 누르고 응답이 없으면 몰래 뒤로 돌아가 창문이나 문을 부수고 들어가고, 경보 시스템이 있는 경우 이를 해제하기 위해 전선을 절단한다.
누군가가 자신들을 발견해도 얼굴을 볼 수 없도록 모자나 두건 등으로 가리고 있으며, 이후 집에 침입해 현금, 보석, 사치품 및 금고 등을 털어간다는 것이다.
경찰은 빈집털이를 예방하기 위해 마스크, 후드티, 모자 등을 착용하고 동네를 산책하는 낯선 사람, 동네를 배회하는 낯선 차량, 이웃 집 담장을 뛰어 넘는 낯선 사람 등을 목격할 경우와, 이웃집에 알람이 울릴 때 등 의심스러운 상황에서는 911이나 경찰에 반드시 신고해 달라고 강조했다.
또 감시카메라와 알람을 설치하고, 외출시 모든 문과 창문 단속을 철저히 하고, 현금이나 귀중품 보관에 신경을 써야한다고 당부했다. 이외에도 평소 이웃과 친분을 쌓고 평소에 서로 주의를 기울여주는 것도 매우 좋은 방법이라고 조언했다.
<석인희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