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지부동’ 소유주 급증에 4월 매물 전년비 21% 감소
버뱅크 콘도에서 20년 이상 거주하고 있는 박모씨는 단독주택으로 이사를 하고 싶어 그도안 꾸준히 매물을 보고 있었다. 박씨는 “위아래 이웃집을 항상 신경써야 하는 상황이 피곤해 작은 정원이라도 있는 단독주택 생활이 항상 그리웠으며 몇개월만에 드디어 맘에 드는 작은 단독주택을 찾았다”며 “그러나 렌더로부터 모기지 금리가 두 배 정도 뛸 것이라는 애기를 듣고 주택 구입을 일단 보류했다”고 말했다.
박씨가 내고 있는 이자율은 30년 고정 3.15%에 불과한데 새 집으로 이사가서 새 모기지를 받을 경우 최소한 6.25%는 될 것이기 때문이다. 박씨는 “모기지 이자로 1%~1.5%포인트는 더 낼 수 있어도 3% 이상은 부담이 크다”며 “연준이 기준금리를 내려 모기지 이자율이 최소한 4%대로 내리면 집 구입을 다시 생각해 보겠다”고 말했다.
한인 부동산 업계 관계자들은 “의외로 많은 한인들이 모기지 금리 부담으로 이사를 보유하고 관망세를 보이고 있다”며 “특히 코로나19 사태 이전 제로금리 시대에 3%대의 낮은 이자율로 락인한 집 소유주들이 껑충 뛴 모기지 이자로 이사할 엄두를 내지 못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같이 주택시장이 공급부족을 겪는 이유 중에 하나로 이사를 가고 싶어도 기존에 받아둔 낮은 주택담보대출(모기지) 금리를 포기할 수 없기 때문이란 분석이 제기됐다.
월스트릿저널(WSJ)도 주택 소유자들이 이사를 가게 되면 받아야 하는 새 모기지 금리가 너무 높아 집을 내놓지 않고 있다고 최근 보도했다.
부동산 매체 ‘리얼터닷컴’에 따르면 봄 이사 철인 지난달 시장에 나와 있는 주택 매물이 2019년 4월과 비교해 절반 수준에 그쳤으며, 지난달에 새로 나온 매물은 지난해 동기보다 21% 감소했다. 전국적으로 봄은 전통적인 이사철로 불릴만큼 이사가 활발한 시기이다.
남가주에서 전통적으로 한인들이 선호하는 라카냐다, 라크라센터, 풀러튼, 사이프레스, 어바인 지역 등의 매물 부족 현상이 특히 심각하다.
이들 인기 지역에 매물이라도 뜨면 치열한 매입 경쟁이 벌어지고 리스팅 가격보다 더 웃돈에 팔리는 상황이다.
이처럼 주택시장에 공급부족 현상이 빚어지면서 고금리에도 애초 예상했던 것과 달리 주택 가격이 하락하지 않고 있다.
전미부동산중개인협회(NAR) 조사 결과, 3월 기존 주택 판매가격 중간값은 지난해 같은 기간 대비 0.9% 하락하는 데 그쳤다.
이에 비해 기존 주택 판매는 1년 전보다 22%나 줄었다.
기존 주택 소유자들이 가족이 늘어나거나 새로운 일자리 등으로 인한 이사 수요에도 주택 갈아타기를 주저하는 것은 몇 년 전 저금리 시절에 받은 모기지 때문으로 분석됐다.
실제로 미 모기지 분석회사인 블랙나이트에 따르면 지난 3월 말 현재 모기지의 3분의 2가 4% 이하의 이자율을 적용받고 있고, 모기지의 73%는 30년 고정금리 상품이었다. 이에 비해 지난 4일 기준 신규 30년 고정금리 모기지 상품의 평균 이자율은 6.39%였다.
지난 2월 리얼터닷컴의 설문조사 결과, 향후 1년 내 보유주택을 매매할 계획을 가진 응답자 가운데 56%가 이자율이 하락할 때까지 매매를 늦출 계획이라고 답했다.
경제학자들은 과거 경기 침체기에는 나타나지 않았던 이례적인 현상이라면서, 미국 전체적으로 가격하락을 막아 인플레이션(물가 상승)을 둔화하려는 연방준비제도(FRB·연준)의 노력을 무력화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국책 모기지업체 프레디맥의 샘 카터 수석 이코노미스트는 “현재 주택소유자들이 갈아타기를 포기하면서 공급부족이 발생, 신규 주택구입 희망자들의 시장 진입이 갈수록 어려워지고 있다”고 전했다.
다만 이 같은 기존 주택공급 부족으로 신규 주택 건설이 활기를 띠기 시작했으며, 기존 주택을 리모델링하려는 수요도 늘고 있다고 WSJ은 덧붙였다. 신규 주택의 경우 코로나 이전에 비해 훨씬 오래 걸리는 퍼밋 및 공사 기간과 함께 자재 부족으로 가격이 급등하면서 많은 첫 주택구입자에게는 ‘그림의 떡’이 되고 있는 상황이다.
<조환동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