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프·한미·PCB·오픈뱅크 등
투자자들에 ‘안전 시그널’ 효과
스톡옵션 등 다양한 방안 활용
금융 시스템 불안을 촉발한 실리콘밸리은행(SVB)과 시그니처 은행 파산 사태 이후 한인은행 행장들이 자사주 취득에 적극적인 모습을 보인 것으로 나타났다.
SVB 파산이 중소은행 위기로 전이될 가능성이 큰 만큼 투자자와 고객들에게 한인 은행은 안전하다는 시그널을 심어준 것이다. 최근 상황이 나아지고 주가도 일부 회복된 만큼 향후에는 차익도 기대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22일 연방증권거래위원회(SEC)에 따르면 지난 14일 헨리 김 PCB 은행 행장은 스톡 옵션을 통해 주당 10.33달러에 PCB 뱅콥 보통주 1,000주를 취득했다. 당시 PCB 주가는 종가 기준 14.78달러로 SVB 사태가 발생한 9일 이후 11.3% 하락한 상황이었다. SVB가 파산하면서 중소형 은행으로 위기가 번질 조짐이 나타나자 행장이 직접 자사주를 취득해 시장에 시그널을 보낸 것으로 해석된다. PCB에서는 헨리 김 행장 외에도 다른 고위 인사인 조혜영 이사가 SVB 사태 발생 당일인 9일 2,580주를 주당 17.04달러에 매수하기도 했다.
오픈뱅크에서는 더 큰 규모의 내부자 주식 매수가 발생했다. 민 김 오픈뱅크 행장은 지난 10일 스톡 옵션을 통해 주당 8달러에 오픈뱅콥 보통주 7만주를 취득했다. 또한 최화섭 오픈뱅크 이사장은 지난 10일과 13일 두 차례에 걸쳐 자사주를 3만주 공개 매수했다. 매수 가격은 9.82달러(2만2,500주)·10.37달러(7,500주)로 이날 나스닥 시장에서 마감한 오픈뱅크 종가(9.63달러)보다 높은 수준이다. 주가 하락 국면에도 불구하고 은행 경영에 대한 자신감을 자사주 매입을 통해 나타낸 것으로 보인다.
뱅크오브호프와 한미은행에서도 고위 경영진의 주식 취득이 발생했다. 케빈 김 뱅크오브호프 행장이 15일 성과기반 제한조건부주식(RSU)으로 호프뱅콥 주식 5만7,617주를, 바니 이 한미은행 행장은 10일 주식 보상으로 1만5,000주를 각각 받았다. 그동안 경영 성과에 따른 보상으로 지급된 것이지만 위기 상황에서 취득된 것인 만큼 시장에 긍정적인 시그널을 줄 것으로 보인다.
고위 인사들의 자사주 매입은 SVB 사태 이후 주류 은행권에서도 나타난 바 있다.
대표적으로 가주 소재 팩웨스트뱅크의 경우 SVB 사태 발생 당일에 주가가 폭락하자 경영진이 총 수십만달러의 주식을 매입했다. 이와 관련해 팩웨스트뱅크는 “이벤트로 인해 상당한 변동성이 나타났지만 우리는 다각화된 서비스로 좋은 실적을 내고 있음을 강조하고 싶다”고 설명한바 있다. 투자자와 고객들에게는 은행 내부 사정을 잘 아는 고위 임직원의 자사주 매입이 경영 안전성 보장과 직결되기 때문에 이를 강조한 것이다.
SVB 파산 이후 중소은행을 덮친 위기는 현재진행형이지만 조금씩 해소될 조짐도 나타나고 있다. 연방정부와 중앙은행인 연방준비제도(FRB·연준)가 신속하게 대처를 내놓은 결과 연쇄적인 파산은 나타나지 않는 상황이다. 이러한 흐름이 이어지면 유동성 위기에 노출되지 않은 한인은행들의 주가는 향후 회복될 가능성이 높다. 이날 기준 나스닥 시장에서 선두 한인 은행 뱅크오브호프 주가는 10.29달러에 마감했다. 이는 SVB 사태 발생 전인 8일 종가(12.43달러) 대비 약 17% 떨어진 것이다.
전문가들에 따르면 일부 투자자들은 한인 은행권 주식들이 SVB 사태로 하락하면서 저평가돼 있다고 평가,이를 매수 기회로 삼아 주식을 적극 매입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경운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