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억5천만달러 이상 신청기업에 직원·건설노동자 보육지원계획 제출 요구
삼성전자·SK하이닉스 등이 미국 정부의 반도체 보조금을 신청하려면 보육시설을 확충하고 예상 밖 수익을 정부에 공유하기로 약속하는 등 엄격한 요구사항을 받아들여야 할 전망이다.
미국 상무부는 28일 이런 내용을 포함해 반도체지원법(CHIPS Act) 보조금 지침을 발표한다고 27일 뉴욕타임스(NYT)가 보도했다.
미국 정부는 반도체지원법에 따라 미국에 반도체 공장을 짓는 기업에 총 390억달러의 지원금을 책정했으며 28일부터 보조금 신청을 받는다.
우선 상무부는 1억5천만달러 이상의 보조금을 신청하는 기업에 보육 지원 계획을 제출하도록 할 예정이다.
여기에는 공장이나 건설 현장 인근에 사내 어린이집을 설치하거나 지역에 있는 보육 사업자에게 더 많은 어린이를 수용하도록 돈을 내거나, 직원에게 직접 보조금을 주는 방안 등이 포함될 수 있다.
상무부가 보육 서비스를 요구하는 이유는 바이든 행정부가 반도체 등 미국의 제조업을 다시 육성하는 데 아이 돌봄 비용이 걸림돌로 작용하기 때문이다.
공장을 돌릴 노동자 확보가 관건이지만 많은 미국인이 보육 비용 부담 때문에 일터로 나서는 대신 집에 남아 자녀를 직접 돌본다는 것이다.
지나 러몬도 상무부 장관은 이날 자신의 트위터에 뉴욕타임스 기사를 연결하고서 "우리가 노동력을 더 확보하지 않는 한 반도체지원법은 성공할 수 없으며 저렴한 보육 서비스 없이는 노동력 확보가 불가능하다. 지원금을 받는 기업들에 노동자를 위해 저렴한 보육 서비스를 어떻게 제공하려고 하는지 알려달라고 하는 이유"라고 밝혔다.
상무부는 또한 보조금 신청한 반도체 기업이 기대 이상의 실적을 올린 경우 수익 일부를 연방정부에 공유할 것을 요구할 방침이다.
보조금을 신청하는 기업은 자사의 구체적인 재정 계획을 제출하면서 연간 실적 전망치도 최대한 정확하게 산출해 정부에 공개해야 한다. 전망치를 크게 웃도는 수익은 미국 정부가 공유받을 수 있다.
기업들이 보조금을 더 받겠다면서 자사의 재정 상태나 손실 전망을 과장하지 못하도록 하기 위한 안전장치다.
보조금을 신청하는 기업은 자사주 매입도 제한될 전망이다. 자사주 매입은 기업이 회사 돈으로 자기 회사 주식을 사들이는 것을 뜻한다. 유통 주식 수가 줄어들기 때문에 일반적으로 주가 부양 수단으로 활용된다.
러몬도 상무부 장관은 NYT에 "이런 금융정책을 도입함으로써 기업들은 정말 필요한 기금만 신청하게 될 것이다. 혈세가 주주들의 주머니 채우기에 활용되는 것도 방지할 수 있을 것"이라며 "프로젝트 실현 용도 외에는 단 1달러도 낭비하고 싶지 않다"고 말했다.
이미 반도체지원법에는 중국이나 다른 '우려 국가'에 첨단산업 투자를 제한하는 내용이 담겨 있다. 미국인이 낸 세금이 패권 경쟁국인 중국의 반도체 산업 발전에 쓰이지 않도록 도입한 규제다.
보조금 신청에 엄격한 규제가 적용되는 것으로 파악되면서 일각에서는 삼성전자·SK하이닉스 등 우리 기업이 실제 보조금 혜택을 받기가 쉽지 않은 것 아니냐는 우려도 일각에선 제기된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