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상적인 소변 색깔은 맑은 황갈색으로 옅은 맥주 빛깔을 띤다. 소변 색깔은 소변의 농축 정도와 성분에 따라 정해진다. 적혈구의 대사 산물인 빌리루빈(bilirubin)이 간을 통해 소변으로 배설되므로 약한 노란색을 띠게 된다.
그런데 소변이 불그스레하거나 피가 섞여 나오는 사람이 있다. 이 같은 혈뇨(血尿)는 단순한 증상에 그칠 수 있지만 사구체 손상이나 요로결석, 심하면 방광암ㆍ콩팥암으로 이어질 수 있다는 신호다.
특히 ‘통증 없는 혈뇨’는 방광암의 주증상이다. 방광암 환자의 85%는 소변에 피가 섞여 나오는 혈뇨를 경험한다. 눈으로 혈뇨가 보이면 방광암일 가능성이 더 높다.
특히 방광암은 나이가 많고 흡연 경험이 있을수록 발병 위험이 높으며, 남성은 여성보다 4배 이상 많이 발생한다.
혈뇨가 나타난다면 비뇨의학과를 찾아 정확한 원인을 검사해야 한다. 방광암의 주요 위험 인자가 ‘나이’인 만큼 40세 이상이라면 맨눈으로 혈뇨가 확인되지 않더라도 정기적인 소변검사로 미세 혈뇨 여부를 확인할 필요가 있다.
김선일 대한비뇨기종양학회 회장(아주대병원 비뇨의학과 교수)은 “국내에서 매년 방광암으로 새로 진단받는 환자가 꾸준히 늘어나 지난 15년간 54% 증가했다”며 “방광암을 조기 진단해 치료를 시작하면 생존율이 높지만 이미 진행된 후 발견하면 생존율이 크게 낮아지므로 통증 없는 혈뇨 같이 방광암을 의심해볼 수 있는 증상이 나타나면 비뇨의학과 전문의와의 상담ㆍ진단을 통해 정확한 원인을 파악하는 게 중요하다”고 했다.
한편 대한비뇨기종양학회는 대국민 방광암 인식 증진을 위해 화장실문화시민연대와 협업해 기획한 ‘빨간 풍선 캠페인’이 서울 지하철 275개 역사 내 공중화장실에서 시작된다고 13일 밝혔다.
이 캠페인은 배뇨 활동이 실제 일어나는 화장실에서 방광암의 초기 증상일 수 있는 ‘통증 없는 혈뇨’에 대한 인식을 높이기 위해 기획됐다. 캠페인 일환으로 남성 소변기에 부착하는 빨간 풍선 심볼 스티커와 눈높이 위치에 맞춘 질환 정보 스티커를 제작했다.
빨간 풍선 심볼 스티커는 소변이 닿으면 빨간 풍선이 사라지는 온도 감지 변색 스티커로, 캠페인 주목도를 높이면서 자연스럽게 심볼 스티커를 향해 소변을 보도록 유도해 화장실을 깨끗이 사용할 수 있도록 하는 ‘넛지(nudge) 효과’를 접목했다.
표혜령 화장실문화시민연대 대표는 “실제 배뇨 활동이 이루어지는 화장실에서 방광암의 주요 증상인 혈뇨를 확인해볼 수 있게 하자는 대한비뇨기종양학회의 제안에, 빨간 풍선 캠페인이 깨끗한 화장실 문화를 위한 소변기 주변 악취 저감에도 일조할 수 있기에 협업하게 됐다”고 했다.
<권대익 의학전문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