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보스포럼 뒤덮은 경기논쟁
“올해 세계경제 침체는 피할 수 없다.” (다보스포럼 설문조사)“중국 리오프닝이 위기 완화에 긍정적으로 작용할 것입니다.” (OECD 사무총장)
세계 정재계와 학계의 유명 인사가 한자리에 모이는 세계경제포럼(WEF·다보스포럼)이 개막한 가운데 이를 계기로 올해 세계 경제에 대한 갑론을박이 벌어지고 있다. 글로벌 인플레이션과 고금리의 여파가 지속되면서 올해 침체가 불가피하다는 비관론과 중국 리오프닝, 인플레이션 둔화 조짐 등을 근거로 올해 연착륙과 내년 반등을 예상하는 낙관론이 팽팽히 맞서고 있다.
비관론은 주로 경영계와 학계에서 나온다. 16일 경영 컨설팅 업체 프라이스워터하우스쿠퍼스(PwC)는 다보스에서 발표한 연례 설문조사에서 글로벌 최고경영자(CEO) 중 73%는 올해 세계 경제가 역성장할 것으로 예상했다고 밝혔다. 이는 조사를 시작한 2011년 이후 가장 비관적인 전망이다. 이번 조사는 105개국 CEO 4410명을 대상으로 지난해 10~11월 실시됐다.
CEO들은 세계 경제의 리스크 요인으로 물가 상승(40%), 변동성 심한 거시경제 여건(31%), 지정학적 위험(25%) 등을 꼽았다. 특히 프랑스·독일·영국 등 유럽 지역 CEO들이 미국·인도·중국 CEO 들보다 더 비관적으로 전망했다.
‘향후 10년 간 스스로 혁신하지 않을 경우 사업 경쟁력을 상실할 것’이라고 답한 CEO가 39%에 달하는 등 미래 경영 환경에 대한 비관론도 많았다. PwC는 “CEO들이 자기 회사의 성장 전망에 확신을 품은 비율은 지난해 이후 급격히 감소(-26%)했으며 이는 2008∼2009년 금융위기 당시(58% 하락) 이후 최대 낙폭”이라고 설명했다. 밥 모리츠 PwC 회장은 “CEO들이 무엇인가 하지 않으면 진짜로 곤란해질 것으로 본다는 뜻”이라고 지적했다.
다보스포럼 주최 측이 실시한 경제학자 50명 대상의 심층 인터뷰에서도 유사한 결과가 나왔다. 이들의 63%는 올해 글로벌 경기가 침체 국면에 빠질 것으로 예상했다. 이는 지난해 9월 조사 때보다 2배 이상 높은 수치다.
유럽의 경우 50명 전원이 저성장을 예상한다고 답했고 미국에 대해서는 91%가 저성장을 예견했다. 반면 중국의 경우 저성장을 예견한 비율이 42%, 양호한 성장세를 나타낼 것이라는 답변이 52%를 차지했다. 또 유럽과 미국의 추가 긴축을 예상한 응답이 각각 59%와 55%로 절반을 넘어 대부분의 경제학자들은 주요국 중앙은행들이 올해도 통화 긴축 기조를 이어갈 것으로 내다봤다. 또 경제학자의 90%는 고금리로 인한 높은 차입 비용으로 올해 기업들이 경영난을 겪게 될 것이라고 답했다.
반면 글로벌 투자은행(IB)과 국제통화기금(IMF),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등은 다소 낙관적인 전망을 내놓았다. 마티아스 코먼 OECD 사무총장은 이날 다보스에서 진행한 CNBC와의 인터뷰에서 중국의 리오프닝이 세계 인플레이션 해소에 도움이 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코먼 사무총장은 “글로벌 인플레이션의 원인 중 하나는 글로벌 공급 부족”이라며 “중국의 일상 복귀로 글로벌 공급망 병목 현상이 해소되면 인플레이션 완화에 도움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중국의 방역 완화로 인한 코로나19 감염자 확산이 단기적으로는 악재지만 확산세가 진정되면 저렴한 중국산 제품 공급이 정상화되고 여행 수요가 폭발하면서 세계 경제에 활력을 불어넣을 것이라는 설명이다.
실제로 투자은행 바클레이스는 13일 세계 경제 성장률 전망치를 2.2%로 지난해 11월보다 0.5%포인트 상향했다. 바클레이스의 전망 상향은 올해 미국과 유럽의 기준금리 인상이 막바지에 달하고 중국 경제가 반등할 것이라는 기대감을 반영한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