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가 항공 시스템 취약성 드러내…FAA 전산 고장은 중대 사례"
작년 연말 사우스웨스트 항공의 대규모 항공편 취소에 이어 11일 연방항공청(FAA)의 전산 고장으로 다시 대규모 결항사태가 발생한 것을 두고 미국 항공 관리 체계에 근본적인 문제가 있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뉴욕타임스(NYT)는 이날 이번 항공 대란은 항공 안전을 책임 지고 있는 FAA와 미국 항공관리 체계에 중대한 문제가 있음을 보여준 최근 사례라고 보도했다.
FAA는 원인 조사 결과 전산 고장의 원인은 해킹이 아니라 손상된 데이터베이스 파일에서 비롯된 것이라고 일단 발표했다.
이번 항공 대란은 조종사들에게 위험을 알려주는 FAA 전산 시스템이 전날 밤 문제를 일으킨 데서 비롯됐다. 이에 FAA는 시스템 재부팅 등 대응에 나섰고 이 과정에서 아침 일찍 내려진 운항 중단 명령은 오전 9시께 해제됐지만 오후에도 운항 차질이 이어졌다.
이번 항공 차질은 작년 연말 수십만명의 여행객 발을 묶은 사우스웨스트항공에 의한 결항 대란에 이어 약 2주만에 빚어진 것이다.
이에 대해 NYT는 "국가 항공 시스템의 취약성을 드러냈다"고 지적했다.
한때 세계 최고 수준의 항공 규제기관으로 간주돼온 FAA는 언제부터인가 시스템 현대화 실패, 전문가 부족 등으로 비판을 받아왔다.
FAA는 2018년 10월과 2019년 3월 각각 인도네시아 라이언 에어와 에티오피아 항공 소속 737맥스가 잇따라 추락하면서 346명이 숨진 사고와 관련해서도 감독 책임에 대한 비판을 받은 바 있다.
FAA에 누적된 문제의 근본 원인으로는 예산 부족 등이 꼽힌다. 예컨대 2022년 예산은 185억달러(약 23조원)로, 물가 상승률을 감안할 때 2004년보다 적은 수준이라고 NYT는 전했다.
게다가 최근에는 수장도 공석 상태다. 조 바이든 대통령이 작년 7월 덴버국제공항 최고경영자(CEO) 출신인 필립 워싱턴을 지명했지만, 경험 부족 등 비판을 받은 그는 아직 의회의 인사청문회도 받지 못했다.
피트 부티지지 교통부 장관은 이번 전산 고장과 관련해 "고장 원인과 함께 시스템의 회복력이 왜 이 수준인지도 조사하고 있다"고 말했다.
항공 전문가들은 "FAA의 기술이 구식이 됐고 시스템 강화를 위한 점검 자원도 장기간 부족한 상태에 있었다"고 지적했다.
미 의회는 약 20년 전 국가 항공 시스템의 대대적 개편을 위해 차세대 항공교통 시스템(NextGen)으로도 불리는 수십억달러 규모의 프로젝트를 출범시켰지만 이에 따른 개선 효과 역시 기대에 못 미쳤다는 평가도 나온다.
항공관제사 등 전문 인력 부족도 최근 몇년간 고질적인 문제로 지적돼왔다.
보잉 737맥스의 추락 사고가 발생했을 때도 FAA의 감독 인력 외주화가 비판을 받았다.
공화당 소속인 낸시 메이스 하원 의원은 "사우스웨스트항공과 함께 연방 항공 기구들도 철저한 조사를 받아야 한다"며 "FAA에 문제의 원인과 함께 대응 계획을 따져 물을 것"이라고 말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