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몰비즈니스 업주들을 위한 은퇴플랜
가족들과 함께 사업체를 운영하는 자영업자나 직원 수가 적은 변호사 혹은 CPA 등 전문직 종사자들은 일반 직장인들에 비해 은퇴계획으로 활용할 수 있는 플랜이 다양하다. 게다가 비즈니스 상황을 고려해 적절한 은퇴계획을 수립할 경우 더 많은 금액을 은퇴자금으로 저축할 수 있고, 그만큼 세금을 낮추는 장점이 있다.
스몰 비즈니스 업주들에게 적합한 은퇴플랜은 크게 확정기여형(Defined Contribution)과 확정급여형(Defined Benefit)으로 구분된다. 확정기여형은 각 가입자가 은퇴계좌에 자신이 정한 불입금을 납입하고, 원금과 투자수익을 합한 적립금을 은퇴시 사용하는 플랜이다. 반면 확정급여형은 은퇴가 이루어지는 시점에 연금 수령액이 보장되는 방식이다.
사업주들을 위한 확정기여형 은퇴플랜에는 SEP 혹은 SIMPLE IRA, 개인 401(k) 혹은 일반 401(K) 등이 포함된다. 100명 미만의 사업장에서 주로 셋업되는 SIMPLE IRA의 연간 불입한도는 2023년 기준으로 1만5,500 달러다. 50세 이상은 3,500달러를 추가 납입(catch-up)할 수 있어 연간 한도가 1만9,000달러다. 2022년에 비해 연간 불입한도는 1,500달러, 50세 이상 추가 납입금은 500달러로 높아졌다. 플랜 셋업비용이 없고, 운영비용이 저렴하다는 장점은 있으나 연간 불입한도가 다른 은퇴플랜에 비해 적다는 점이 단점이다.
직원수가 몇명 안되는 자영업자나 전문직 종사자들에게 가장 잘 알려진 플랜은 SEP IRA다. 셋업비용이 없고 운영비용이 거의 들지 않는다는 점에선 SIMPLE IRA와 동일하지만 불입 한도가 높다. 이 플랜의 2023년도 불입 한도액은 올해에 비해 5,000 달러 늘어난 6만6,00 달러 혹은 급여의 25% 중 적은 금액이다. SEP IRA 가입자들은 개인 IRA에도 연 6,000 달러(50세 이상 7,000 달러)까지 불입할 수 있다.
대표적인 은퇴계좌인 401(K)의 2023년도 불입 한도 역시 2만500달러에서 2만2,500달러로 늘어났다. 50세 이상은 6,500달러의 추가 납입이 허용돼 연간 3만 달러까지 저축이 가능하다.
본인의 불입금에 회사 매칭 금액과 이익공유(profit sharing) 금액 등을 합친 2023년 총 불입 한도는 6만6,000달러. 올해보다 5,000달러 증액됐다. 배우자 외에 다른 종업원이 없다면 개인 401(K)도 고려할만 하다. 불입한도 등 조건은 일반 401(K)와 똑같다.
확정급여형 플랜은 전통적인 DB와 CB(Cash Balance) 플랜으로 나눠 진다. 두 플랜 모두 고용주와 임직원을 위한 은퇴플랜으로 은퇴시 혜택금액이 보장되는 연금(Pension) 개념의 플랜이다. 매년 회사가 일정액을 플랜에 납입해야 할 의무가 있으며, 액수는 사업주를 포함한 임직원의 연령과 급여, 관련 법규정에 따라 정해진다.
전통적인 DB는 가입자의 생존 기간 동안 정해진 공식에 따라 확정된 연금을 매년 지급한다. 연금 액수는 연금 크레딧(Pension Credits)을 적립하는 기간이 길수록 많아지며, 보통 55세 혹은 65세 은퇴를 기준으로 계산된다. 이에 비해 CB는 가입자가 매년 자신의 계좌에 쌓인 잔고를 확인할 수 있으며 플랜 종료시 적립금을 전통 IRA로 롤오버할 수 있다는 점에서 ‘하이브리드’ 성향을 갖고 있다.
CB 등 확정급여형 플랜의 가장 큰 장점은 회사가 제공하는 다른 은퇴플랜에 비해 납입한도가 매우 높다는 사실이다. CB의 연간 불입금은 연령에 따라 높아지는데 2022년 기준으로 55세 22만2,000 달러, 65세는 29만5,000 달러다.
업주는 상대적으로 짧은 기간에 큰 금액의 은퇴자금을 축적하고, 납입금액을 비롯한 모든 비용을 합법적인 사업경비로 처리할 수 있다. 또 사업체의 수익이 갑자기 많아져 업주의 개인 소득 또한 늘어나 소득세를 많이 내야하는 상황이라면 이 플랜을 통해 사업체 및 업주의 세금을 대폭 감소시킬 수 있다.
또 다른 장점은 401(K)와 같은 확정기여형 플랜과 연계해 복수의 은퇴플랜을 운영할 수 있다는 점이다. 예를 들어 S법인(S Corporation) 사업체를 운영하는 김모(65)씨가 회사에서 설립한 401(K)를 통해 연간 6만 달러를 불입하고 있다고 가정하자. 만약 김씨가 CB플랜을 셋업하고 회사 비용으로 30만 달러를 저축한다면 한해 36만 달러의 은퇴자금을 모을 수 있다.
메릴린치 LA다운타운 지점의 황현준 재정전문가는 “일반적으로 사업 번창에 따른 과도한 수익과 세금문제가 발생하고 기존의 SIMPLE 혹은 SEP IRA로는 업주의 은퇴목표를 충분히 충족할 수 없을 때 확정급여형은 유용한 플랜”이라며 “고소득자에 적용되는 소득세율이 연방과 주, 로컬을 합쳐 45% 선인 점을 고려하면 은퇴플랜을 어떻게 셋업하느냐에 따라 연간 수십만 달러의 세금절감이 가능할 것”이라고 조언했다.
CB(Cash Balance) 플랜 셋업은 이렇게
사업주에 돌아가는 혜택과 비용을 미리 추정하고 그 결과에 따라 플랜의 구조를 만든다. 업주를 포함한 임직원 중에서 누구를 포함시킬지, 각각에 얼마의 혜택을 배정할지 사업주가 차별적 선택을 할 수 있다는 점에서 매력적이다.
메릴린치 황현준씨에 따르면 업주 본인이나 직원으로 일하는 가족을 위한 혜택이 전체 비용의 80% 이상일 경우 플랜 도입에 큰 문제가 없다. 직원이 본인 뿐이거나 부부일 경우 100% 혜택을 가져가고, 업주가 일반 직원에 비해 나이가 많고 급여가 월등하게 높다면 전체 혜택의 90% 이상도 가능하다.
플랜에 소요되는 비용은 크게 2가지다. 첫째 직원들 급여의 5~7%를 회사가 반드시 불입해 줘야 한다. 둘째 까다로운 관련 법규에 부합하는 플랜을 설립하고 운영하기 위해 전문업체(TPA)를 고용해야 하는데 셋업시 2,000~5,000달러, 연간 3,000~7,000달러의 서비스 비용이 들어간다.
401(K)와 마찬가지로 매년 자체적인 세금보고를 해야 하며, 플랜 설립 후 최소한 3~5년간 유지할 필요가 있다.
<노세희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