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활물가 고공행진에 세컨잡 직장인 급증
LA 한인타운에 거주하는 직장인 송모씨는 지난달부터 퇴근 이후 지인이 운영하는 한식당에서 야간이나 주말을 이용해 틈틈이 아르바이트를 하기 시작했다. 자바시장에서 근무하는 송씨는 식료품과 개솔린 가격이 상승한 데다 2베드룸으로 옮긴 후 렌트비도 늘어나 부수입이 필요했기 때문이다. 송씨는 “그동안 부업을 하지 않아도 렌트비와 생활비를 감당해 낼 수 있었지만 이제는 한계를 느끼기 시작했다”며 “주중에는 2시간, 주말에는 4시간 정도 시간 날 때마다 부업을 하면서 버티고 있다”고 말했다.
또 다른 한인 직장인 이모씨도 투잡을 뛰고 있다. 이씨 역시 퇴근 후나 주말에 우버 운전사로 아르바이트를 하고 있다. 이씨는 “최근엔 외식을 자제하고 대신 마켓에서 1주일치 반찬을 사서 집밥을 먹고 있다”며 “올 들어 물가와 금리가 많이 오르면서 급여만 가지고 생활하기가 빠듯해서 부업을 하게 됐다”고 했다.
인플레이션 여파로 생활 물가의 고공행진이 지속되면서 정규 직장 이외에 부업에 나서는 이른바 ‘투잡’을 뛰는 미국 직장인들이 급증하고 있다. 생활 물가가 크게 오른 만큼 실제로 쓸 수 있는 가처분 소득이 줄어든 탓이다. 인플레이션 파고를 넘기 위해 본업 이외에 부업 전선에 나서야 하는 일상의 팍팍함은 한인 직장인들을 넘어 미국 내 직장인들에게까지 스며들고 있다.
한인을 비롯한 미국 내 직장인들이 부업에 나서는 사례들이 급증하고 있는 것은 수치로 나타나고 있다. 5일 폭스뉴스는 연방 노동부가 최근 발표한 고용시장 현황 보고를 인용해 지난달 기준으로 비농업 부문의 일자리가 전달 대비 26만3,000개가 증가한 반면 부업을 시작한 직장인의 수 역시 16만5,000명이나 늘었다고 보도했다.
부업에 나선 직장인의 수는 지난 6월 이후 최고치일 뿐 아니라 지난 6개월 평균치인 월 6만 명을 크게 상회하는 수치다.
직장인들이 본업 이외에 부업 전선에 나서는 데는 치솟는 물가 때문이다. 지난 10월 소비자물가지수(CPI)는 전년에 비해 7.7%나 올랐다. 물가는 지난 6월 9.1%로 정점을 찍은 뒤 7월 8.5%, 8월 8.3%, 9월 8.2%로 고공행진을 지속하고 있다.
전반적인 물가 상승세로 개솔린을 비롯해 식료품비와 렌트비 등 생활 물가도 크게 오른 상태다. 이에 반해 직장인들의 실질 소득은 물가가 치솟으면서 되레 줄어들었다. 연방노동부에 따르면 지난 10월 직장인의 평균 시급은 1년 전에 비해 2.8%나 감소한 것으로 집계됐다.
사정이 이렇다 보니 부업에 나서는 직장인들의 수가 늘어날 수밖에 없다. 구인 사이트 몬스터닷컴이 1,700명 이상의 미국 직장인들을 대상으로 설문조사를 한 결과 4분의 3 이상이 인플레이션 때문에 부업이 필요하다고 답했다.
물가 상승에 실질 임금 감소가 겹치면서 가계 부채가 증가한 것도 미국 내 직장인들을 부업 전선으로 내모는 데 일조하고 있다. 뉴욕 연방준비은행에 따르면 올해 3분기 미국 가계 부채는 전분기 대비 3,510억달러 늘어난 16조5,100억달러로, 2007년 이후 15년 만에 분기 기준 가장 큰 폭의 부채 증가다. 이중 가파르게 증가한 항목은 신용카드 부채로 전년 대비 15% 늘어 20년 만에 최대 상승폭을 기록했다.
<남상욱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