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인 상업용 건물 불황·금리 상승 이중고
상가·샤핑몰 등 상업용 건물이나 아파트 등을 소유하고 있는 한인 건물주들의 시름이 최근 들어 깊어지고 있다.
코로나19 팬데믹 이후 불황에다 인플레가 겹치면서 상가 테넌트들의 폐업률과 렌트 연체율이 높아진데다, 올 들어 기준금리가 급격히 오르면서 은행 대출 금리도 덩달아 높아져 대출 상환금 월 페이먼트도 불어나는 등 ‘이중고’를 겪고 있기 때문이다.
한인 정모(58)씨는 지난 2018년 3월 LA 동부 지역에 있는 530만달러 상당의 상가 건물을 25% 다운페이하고 나머지 400만 달러를 한인 은행에서 상업용 부동산 융자를 받아 구입했다. 정씨의 대출에 적용된 변동 이자율은 당시 프라임 금리 4.75%에 1% 은행 마진을 더한 5.75%였다. 그가 한 달에 은행에 갚아야 하는 융자상환금 페이먼트는 2만5,000달러였다.
4년 전만해도 상가 건물에 입주해 있던 테넌트들의 영업이 나쁘지 않아 은행 융자금을 갚아 나가는 데는 아무런 문제가 없었다. 하지만 팬데믹이 시작된 2020년부터 소규모 자영업자들의 영업이 큰 타격을 입으면서 일부 업소는 문을 닫고 나갔고, 그나마 버티던 업소들 마저 렌트비를 1~2개월씩 체납하는 경우가 늘어났다.
이런 상황에서 올들어 극심한 인플레 상황 속에 연방준비제도(FRB·연준)가 기준금리를 0.75%포인트씩 올리는 자이언트 스텝을 3차례나 연달아 단행하면서 변동 금리 대출 상환 액수도 급속히 불어나 월 페이먼트 부담에 허덕이고 있다는 것이다.
정씨는 “지난 2년간은 그동안 저축해 놓은 돈으로 그럭저럭 은행 융자 페이먼트를 해결했지만 올해 들어 기준금리 인상과 함께 문제가 발생했다”고 전했다. 기준금리에 연동되는 프라임 금리가 최근 6.25%로 치솟으면서 정씨가 내야 하는 융자 페이먼트가 월 3,000달러 이상 늘어나게 된 것이다.
이처럼 팬데믹 상황에 따른 렌트비 감소와 금리 인상에 따른 월 상환금 증가가 겹치면서 상가 건물이나, 빌딩, 웨어하우스 등을 소유하고 있는 한인 건물주들의 타격이 커지고 있다는 게 금융계와 부동산 업계의 분석이다.
한인 건물주들이 상업용 융자를 받는 방법은 크게 2가지로 나뉘어 진다. 부동산을 구입한 건물주가 면적의 50% 이상을 자신의 비즈니스 용도로 사용할 때는 연방 정부가 보증하는 SBA 융자를 받을 수 있다. 반면 렌트 수입을 목적으로 상가나 건물을 구입할 경우에는 은행이 제공하는 자체적인 상업용 부동산 융자를 선택해야 한다. 이자율은 프라임 금리를 기준으로 0.5~2% 정도 은행 마진을 적용해 결정된다.
문제는 대부분의 한인 은행들이 거래 실적이 좋은 일부 VIP 건물주 외에는 변동 이자율을 적용하는 대출에 집중하는 데 있다. 그렇다보니 요즘처럼 단기간에 이자율이 급등할 시기에는 건물주들의 융자금 상환 부담이 가중될 수 밖에 없다. 예를 들어 상업용 부동산 융자액이 1,000만달러일 경우 기준금리가 1% 치솟으면 연간 이자 부담이 10만달러, 1억달러일 경우는 100만달러가 늘어나기 때문이다.
더구나 자금 유통에 어려움을 느끼는 건물주가 은행 융자 페이먼트를 연체할 경우 리스크 디파트먼트로 넘어가 적용되는 대출 금리가 추가로 올라가기 때문에 부담이 더욱 늘어날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상업용 부동산 융자 전문가인 안상필씨는 “고정금리를 적용받는 몇몇 건물주를 제외하고는 비즈니스 부진, 렌트수입 감소, 이자율 급등 등의 이유로 융자금 상환에 어려움을 겪는 한인 건물주들이 크게 늘고 있다”고 전했다. 그는 “융자금 상환에 문제가 발생하면 즉시 은행측에 이 상황을 솔직히 알리고 해결책을 찾아야 한다”며 “몇달간만이라도 융자금 상환을 유예받거나 금액을 줄일 수 있다면 큰 도움이 될 것”이라고 조언했다.
<노세희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