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플레감축법’에 800억 달러 IRS 지원 예산 포함
“연 40만 달러 이상 소득자 탈세 적발에 집중 투입”
연방 국세청(IRS)이 고소득 부유층에 대한 탈세 감사를 대폭 강화한다.
IRS는 연방 의회에서 통과가 확실시되고 있는 ‘인플레이션 감축 법안’에 포함된 800억 달러 규모의 집행 예산 지원에 힘입어 그동안 인력 부족과 시스템 노후화로 사실상 거의 손을 놓다시피 하고 있던 고소득자들에 대한 세무 감사를 대폭 강화해 ‘부유층 탈세와의 전쟁’에 나설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고 월스트릿저널(WSJ)이 보도했다.
WSJ는 연방 국세청 업무 개선 사업에 투입될 800억 달러 규모의 집행 예산이 포함된 인플레 감축법안이 최종 법제화되면 연소득 40만 달러 이상의 고소득층 납세자들에 대한 세무 감사가 강화될 가능성이 크다고 전했다. 인플레 감축법안은 7일 연방 상원에서 통과돼 연방 하원으로 회부됐으며 하원에서도 승인이 확실시돼 조 바이든 대통령의 서명으로 곧 최종 확정될 예정이다.
인플레이션 감축 법안은 척 슈머 연방상원 민주당 원내대표와 그동안 법안을 반대해온 조 맨친 민주당 상원위원의 ‘깜짝 합의’가 나오면서 IRS가 앞으로 10년에 걸쳐 800억 달러의 추가 예산 지원을 받을 가능성이 한층 높아졌고 실제로 이날 연방 상원에서 통과됐다.
IRS는 800억 달러 중 절반 이상을 세무 감사를 강화하는 데 투입하고 300억 달러는 기술 및 시스템 개선 사업에, 30억달러는 납세자 서비스 향상 사업에 사용한다는 계획을 세워 놓고 있다.
관심이 모아지고 있는 것은 바로 800억 달러의 예산 지원금 중 절반이 넘는 예산이 세무 감사에 투입된다는 데 있다. 세무 감사는 연 소득 40만달러 이상을 버는 고소득층에 집중될 것으로 보인다.
이와 관련 찰스 레티그 연방국세청장은 지난 4일 연방의회에 보낸 서한에서 “800억 달러 규모의 추가 집행 예산을 지원받더라도 이를 연소득 40만달러 이하의 중산층 납세자에 대한 탈세 감사 강화 업무에 쓰는 일은 없을 것”이라고 밝혔다. 레티그 청장의 이같은 발언은 연소득 40만 달러 이상의 고소득층의 세금 탈루에 대한 감사를 강화하겠다는 뜻이어서 파장을 낳았다.
찰스 로소티 전 IRS 청장은 “연방 의회는 세무 체계의 개선을 통해 고소득자를 겨냥한 IRS에 힘을 실어주려 하고 있다”며 “탈루를 위한 세금보고의 대부분이 고소득자들이어서 이를 개선하면 세수 증대를 기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일반 직장인이나 연금 생활자들의 경우 수입을 속일 수 있는 가능성이 매우 적어 ‘유리지갑’이라고 하지만 고소득자들의 수입은 급여나 연금 이외에 다양한 형태여서 부유층에 대한 세무감사는 그만큼 인력과 시간이 투입되어야 한다. 하지만 IRS는 그동안 인력 부족과 시스템 노후화 등을 이유로 고소득자들에 대한 세금 탈루를 제대로 적발하지 못해온 것이 현실이다.
연방 의회 회계감사원에 따르면 지난 2010년부터 2019년까지 사이에 연소득 50만 달러 이상의 고소득자들에 대한 세금 감사 건수는 5만3,000건에서 1만4,000건으로 크게 감소했다. 이 기간 IRS의 감사 인력 역시 40% 가량 줄어들었다. 사정이 이렇다 보니 미국 내 ‘택스 갭’(실제 내야 하는 세금과 납부한 세금의 차액)이 연 1조 달러를 넘어선 것으로 IRS는 추정하고 있다.
IRS는 일반 고소득자의 세무감사 강화와 함께 동업 형태의 기업을 운영하는 납세자들의 수입 흐름도 들여다 본다는 계획을 세워 놓고 있다. 동업자 사이의 수입 흐름을 파악해 탈루 소득을 찾아내 징수하겠다는 것이다. 2018년 400만 건의 동업자 기업의 세금보고가 있었지만 이에 대한 세무감사는 140건에 불과했다.
이밖에도 양도소득세에 대한 감사도 강화해 1년에서 1일이 넘은 장기 양도소득에는 23.8%의 세율을, 1년 미만의 단기 양도소득에 대해서는 40.8%의 세율을 적용한다. 수집품이나 경매에 의한 수입 누락 여부도 IRS의 세무 감사 강화에 대상이 될 것으로 예상된다.
<남상욱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