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먹어도 0칼로리? 합성지방‘올레스트라’왜 실패했을까

미국뉴스 | 라이프·푸드 | 2022-07-14 15:24:35

지방 대체품의 부상과 몰락

구양숙 부동산표정원 융자누가 스킨 케어

지방 대체품의 부상과 몰락

지난 6월, 당뇨병과 비만 치료제 마운자로(성분명 티르제파타이드)가 미국 식품의약국의 허가를 받았다. 현재 시장을 꽉 잡고 있는 치료제 삭센다보다 더 강력한 체중 감량 효과를 가지고 있어 마운자로가 비만 치료에 획기적으로 도움이 될 거라는 전망이 나오고 있다. 이처럼 우리 인류가 체중 증가 및 그로 인한 부작용과 힘겨운 싸움을 벌이는 가운데, 본격적인 치료제가 등장하기 이전까지는 운동과 식이요법에 기대어 문제를 해결하려 애썼다. 운동은 크게 보아 일종의 숫자 놀음으로 섭취한 열량보다 소모한 열량이 더 높으면 체중이 줄어든다는 논리를 따른다. 

한편 식이요법은 주로 원흉을 찾아 섭취를 줄이는 방식으로 이루어지는데, 잘 알려졌듯 지방이 바로 그 원흉의 왕좌를 오랫동안 누려왔다. 지방을 섭취하면 신체에도 지방이 생긴다는 일종의 동기상구(同氣相求)적인 논리였다. 물론 단위 열량이 높다는 사실도 지방에게 유리하게 작용하지 않았다.

마음껏 먹어도 0칼로리인 지방 대체품이라니, 폭발적인 인기를 누리며 돈을 쓸어 모으는 일만 남은 것처럼 보였지만 현실은 그렇게 호락호락하지 않았다.
마음껏 먹어도 0칼로리인 지방 대체품이라니, 폭발적인 인기를 누리며 돈을 쓸어 모으는 일만 남은 것처럼 보였지만 현실은 그렇게 호락호락하지 않았다.

 

2010년대로 접어들며 탄수화물이 신진대사 및 지방 생성에 영향을 미친다고 밝혀질 때까지 인류는 지방 섭취를 줄이려 안간힘을 썼다. 1980년대 및 1990년대를 필두로 각종 무지방 혹은 저지방 제품이 쏟아져 나오기 시작했다. 

그런 가운데 한때 지방의 섭취를 아예 원천봉쇄할 수 있는 가능성마저 논의되고 있었다. 지방이 없으면 맛도 없는데 어떻게 식생활에서 완전히 배제할 수 있을까? 바로 지방 대체품인 올레스트라(Olestra) 덕분이었다. 일반적인 지방은 트리글리세리드(triglycerid)라는 이름처럼 글리세롤 분자 끝에 세 가닥의 지방산 사슬이 붙어 있다. 

반면 올레스트라는 자당에 많게는 여덟 가닥까지 지방산 사슬이 붙어 있어 섭취할 경우 인체가 다룰 줄을 몰라 그냥 배출시켜 버린다. 결국 맛을 위해서는 역할을 하지만 그대로 배출되니 열량으로는 공헌하지 않는 것이다.

올레스트라의 기원은 1968년까지 거슬러 올라간다. 아이보리 비누와 프링글스로 유명한 다국적 식품 및 생활용품 기업 프록터 앤 갬블(이하 피앤지)의 연구원 F. 맷슨과 R. 볼펜하인이 올레스트라를 처음 개발했다. 수유기 아기들에게 소화가 잘 되는 지방을 개발하는 과정에서 발견한 물질이었다. 

1971년, 피앤지는 식품 첨가물로서의 가능성을 타진해 보고자 식품의약국과 논의를 시작한다. 실험을 거듭하며 피앤지는 지방을 올레스트라로 대체할 경우 일종의 부작용으로서 혈중 콜레스테롤 수치가 낮아진다는 사실을 발견했다. 이에 사업 가능성을 발견하고 피앤지는 올레스트라를 의약품으로 승인 받으려 시도하지만 반려당한다. 

최소한 15퍼센트의 콜레스테롤 감소 효과를 입증하지 못했기 때문이다. 그렇게 피앤지의 올레스트라 상업화 1차 시도는 무위로 돌아간다.

그런 가운데 1984년, 피앤지를 자극하는 상황이 벌어졌다. 켈로그가 자사의 고섬유질 시리얼이 암 예방에 효과가 있다는 인증을 식품의약국으로부터 얻어낸 것이다. 

이에 피앤지는 올레스트라를 대상으로 한 실험을 재개했고 3년 만에 다시 식품의약국에 승인을 요청했다. 이번에는 지방의 대체재이자 식품첨가물로서의 사용을 위한 승인이었다. 가정 조리에는 최대 35퍼센트, 상용으로는 75퍼센트까지 지방을 대체할 수 있게 해달라는 골자였다. 

요청을 받고 식품의약국은 망설였다. 무엇보다 올레스트라가 지방 섭취에 대한 부담을 덜어 줌으로써 건전한 식생활 피라미드의 맨 꼭대기에 있는 음식, 즉 당이나 지방 등을 더 섭취하게 만들 수도 있다는 우려 때문이었다. 게다가 식품 첨가물로서 올레스트라를 장기적으로 섭취했을 때 신체에 미치는 영향 또한 연구된 바가 없었다.

식품의약국의 미온적인 반응에도 피앤지는 포기하지 않았다. 올레스트라의 우연한 발견으로부터 총 2억 달러에 이르는 연구 비용을 이미 소모했으니 작은 성과라도 이루어내야만 했다. 그래서 1990년, 피앤지는 올레스트라의 사용 범위를 좁혀 다시 사용 승인을 요청했다. 

이번에는 감자칩, 토르티야칩, 크래커 등의 간식류에만 지방의 대체재로 쓴다는 조건이었다. 이처럼 식품의약국과 줄다리기를 하는 가운데 올레스트라의 특허 만료인 1995년이 다가오고 있었다. 

피앤지는 로비를 통해 1993년, 올레스트라의 특허 기간을 1995년까지 연장시켰고 1996년 1월 24일, 마침내 올린(olean)이라는 제품명으로 해당 음식을 위한 사용 승인을 얻어냈다. 다만 제품 포장에 올레스트라를 썼음을 명기한다는 조건이 딸려 왔다.

마음껏 먹어도 0칼로리인 지방 대체품이라니, 폭발적인 인기를 누리며 돈을 쓸어 모으는 일만 남은 것처럼 보였지만 현실은 그렇게 호락호락하지 않았다. 어떻게든 올레스트라를 상용화하려고 20년 넘게 발버둥쳐 왔던 피앤지도 사실은 알고 있었다. 

지방과 구분하기 어려운 물성과 맛을 지녔지만 0칼로리인 올레스트라에게는 치명적인 약점이 있었으니 바로 인체의 거부 반응이었다. 올레스트라를 섭취하면 속이 불편해질 뿐만 아니라 설사와 꾸룩거림, 심지어는 올레스트라가 항문으로 주르륵 흘러 그대로 배출되는 상황까지 벌어졌다. 1997년, 올레스트라를 활용한 과자가 출시된 이후 공익을 위한 과학센터(CSPI)에는 전화 제보가 빗발쳤다. 

올레스트라 제품군을 섭취하고 난 뒤 등교나 출근을 할 수 없을 정도로 위장장애를 겪었다거나, 채 화장실에 갈 새도 없이 설사를 해버렸다는 내용이었다.

소비자가 겪는 각종 불편함이 전달되었지만 피앤지는 굴하지 않았다. 보통의 지방을 쓴 제품도 많이 먹으면 똑같이 속이 불편할 수 있다는 주장을 고수했다. 1998년, 피앤지는 감자칩 등 다양한 과자류의 제품군을 지닌 기업 프리토레이(Frito-Ray)와 손잡고 올레스트라를 활용한 제품군 ‘와우(Wow)’를 선보였다. 

보통의 지방을 쓴 것들보다 가격대도 높았지만 ‘와우’ 제품군의 초기 인기는 매우 높았다. 하지만 우려는 애초에 현실이었다. 곧 제품을 섭취한 소비자 가운데 2만명이 CSPI와 식품의약국에 전화로 불편함을 호소했다. 설사 등의 증상 정도는 양반이었고 병원에 입원하거나 대장내시경을 찍는 사태마저 벌어졌다. 먹으면 사람이 병이 나는 음식이 시장에서 버틸 리 만무했다. 결국 2000년 올레스트라를 쓴 제품군의 매출은 절반으로 줄었다.

그저 매출만 줄었다면 차라리 나았을지도 모른다. 하필 부작용이 소화 및 배설과 직접 관련이 있는 탓에 올레스트라는 곧 동네북으로 전락했다. 부작용의 대표 증상인 직접 배출(anal leakage)은 곧 미국 대중문화의 풍자 대상, 혹은 요즘 표현으로 치자면 밈(meme)으로 자리 잡았다. 

2002년이 되자 올레스트라 한 종류에 관한 불편 사항 제보가 미국 전역을 통틀어 모든 첨가물을 합친 것보다 많았다. 피앤지와 프리토레이는 눈사태처럼 덩치를 불리는 문제에 로비로 대응했다. 

6주 동안 올레스트라를 쓴 과자와 안 쓴 과자를 먹은 이들의 불편함 및 증상에 큰 차이가 없었노라고 주장했다. 또한 섬유질의 함유량이 높은 음식에는 경고 문구를 요구하지 않으면서 올레스트라 제품군에는 요구하는 건 공정하지 않다고 강변했다.

하지만 소화 및 배설은 올레스트라가 품고 있는 외형적인 문제에 불과했다. 올레스트라는 영양학적으로도 결함이 있었다. 콜레스테롤을 체내로 묶어 배출하는 과정에서 인체에 필요한 지용성 비타민과 카로티노이드의 흡수를 방해했다. 

그래서 올레스트라를 쓴 제품군에는 비타민 A, D, E, K를 강화하고 이러한 사실을 명기하도록 규정되어 있었다. 피앤지와 프리토레이는 원활한 매출을 위해 이러한 주의 문구의 표기마저 없애려 로비했고 2003년 결국 원하는 변화를 이끌어 냈다. 

하지만 이미 올레스트라의 상업적 생명은 끊긴 것이나 마찬가지였다. 주의 문구 없이도 매출이 신장하지 않았던 것이다.

이후 올레스트라 활용 제품군은 시장에서 급격히 축소됐지만 명맥이 아예 끊기지는 않은 가운데 2011년, 올레스트라는 또 한 번 타격을 입었다. 

퍼듀 대학에서 올레스트라 섭취가 되레 체증 증가에 악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연구 결과를 발표한 것이다. 이유는 두 가지였다. 승인 이전에 식품의약국이 우려했듯 올레스트라가 궁극적으로는 더 높은 열량 섭취를 유도할 수 있다는 것이었다. 또한 올레스트라의 태생적 특성상 소화와 신진대사에 악영향을 미칠 가능성도 아주 높아 보였다. 이를테면 쥐에게 올레스트라로 튀긴 감자칩을 일정 기간 동안 먹인 뒤 일반 지방으로 튀긴 것으로 바꿔 먹이면 체중이 증가했다. 

이를 놓고 퍼듀 대학의 수잔 스위더스 교수는 “지방과 흡사하지만 열량이 없는 올레스트라를 섭취하면 신체가 혼란스러워진다. 그리고 궁극적으로는 진짜 지방이 섭취되었을 때 소화할 준비를 하지 않아 버린다”라고 설명했다. 이미 상업적 생명이 다한 올레스트라에게 날리는 최후의 케이오 펀치였다.

2010년 타임지는 올레스트라를 인류 최악의 발명품 50선에 선정했다. 앳킨스 다이어트(고지방 고열량 저탄수화물 식이요법) 등이 인기를 얻고 유행을 타면서 올레스트라는 곧 잊혔다.

 

1990년대 피앤지 사가 선보인 감차칩 와우(wow).‘0칼로리 지방’으로 만든 감자칩이라는 점을 내세워 대대적으로 광고했다. 		  <구글 이미지 캡처>
1990년대 피앤지 사가 선보인 감차칩 와우(wow).‘0칼로리 지방’으로 만든 감자칩이라는 점을 내세워 대대적으로 광고했다. <구글 이미지 캡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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