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일 장중 1,316원까지 올라… 13년래 최고치
‘명암’공존 속 한인 업계‘환율 충격’대비해야
오늘 6월 소비자물가 발표… 불확실성 최고조
12일 서울 외환시장에서 달러화 대비 원화 환율은 전날 대비 8.2원 오른 1,312.1원으로 마감했다. 13년 만에 최고치다. 장중 한때 1,316원까지 치솟은 원·달러 환율이 올 하반기 1,350원까지 상승할 것이라는 전망까지 나오면서 고환율 흐름 속에 한인 경제계 전반에 명암이 공존하고 있는 모습이다.
이날 원·달러 환율의 상승세는 무서울 정도였다. 1,311.0원에서 개장한 환율은 오전에 1,311원대로 올라서며 지난 6일 장중 기록한 연고점 1,311.0원을 4거래일 만에 갈아치웠다. 환율은 지속해서 오르며 장중 1,316.4원까지 고점을 높였다. 금융 위기 당시인 2009년 4월30일 장중에 기록한 1,325.00원 이후 가장 높은 수준이다. 올 들어 이날까지 달러 대비 원화 가치는 10.4%나 하락했다.
달러 강세는 한동안 지속될 것이라는 게 외환 관계자들의 공통된 관측이다. 글로벌 경기 둔화 가능성이 부각되면서 안전 자산인 달러에 대한 수요가 더 늘어나면 환율은 더 치솟을 가능성이 높다. 13일 6월 소비자물가지수(CPI)가 높게 발표되면 연준이 이달에도 기준금리를 0.75%포인트 인상하는 ‘자이언트 스텝’을 선택할 가능성이 높아 달러가 더 강해질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외환시장에서는 원·달러 환율이 1,350원까지 일시적 급등할 가능성을 점치고 있다. 민경원 우리은행 연구원은 “1,300원대 수준에서 유의미한 저항선이 보이지 않기 때문에 기술적으로 1,350원까지 상단이 열려 있다는 게 외환시장의 중론”이라고 말했다.
원·달러 환율의 상승세가 이어지면서 한인 경제에도 환율 명암이 두드러지게 나타나고 있다.
국적항공사들은 원·달러 환율이 오르면 직격탄을 피할 수 없다. 유류비, 영공 통과료, 항공기 리스료 등의 대금을 달러로 결제하기 때문이다. 달러 강세 현상이 지속되면 영업 비용의 부담이 커진다. 국적항공사의 한 관계자는 “달러 강세로 한국 여행에 나서려는 수요가 증가해 항공권 판매 실적이 상승하는 효과가 있지만 항공기 리스료 등 달러로 지급해야 하는 비용 부담도 늘어 이를 상쇄한다”며 “결국 원·달러 환율 상승은 항공사에겐 마이너스로 작용한다”고 말했다.
LA에 주재하는 한국 지상사나 지방자치단체 사무소 직원들에게도 원·달러 환율의 상승은 달갑지 않은 현상이다. 지난해 환율 기준으로 짜인 예산이다 보니 환율 급등으로 예산이 실질적으로 삭감되는 효과가 나타나기 때문이다.
이에 반해 한국에서 물건을 수입하는 한인 수입업체들과 통관 및 물류 업체들은 상대적으로 환율 상승에서 반사 이익을 누릴 전망이다. 한 통관업체 한인 대표는 “환율 변화에 따라 민감하지는 않지만 고환율이 지속되면 유리한 조건이 되는 것은 분명하다”며 “LA항 물류난도 많이 해소된 데다 한국 수입 물품이 늘어나면 관련 업계에 호재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한인 여행업계는 원·달러 환율 상승으로 냉탕과 온탕을 오고 가고 있다. 한 한인 여행업체 관계자는 “원·달러 환율이 계속 오르면서 모국 방문 여행 문의와 예약이 크게 늘었다”며 “하지만 매출의 절반 가까이 차지하는 한국 단체 여행객 수요가 고환율에 눌려 있는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남상욱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