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기둔화 우려에 급제동, IT 일자리 증가세 둔화
감소할 것으로 예상되던 미국의 6월 고용자 수가 오히려 크게 늘며 ‘경기가 정말 침체되는 것이냐’는 논쟁이 촉발된 가운데 미국 테크 업계에서는 여전히 감원 사례가 잇따르고 있다. 연방준비제도(Fed·연준)의 기준금리 인상으로 유동성 부족에 직면한 테크 업체들이 ‘팬데믹 특수’로 대폭 늘렸던 인력 채용에 급제동을 걸고 몸집을 줄이는 모양새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미국 빅테크들이 팬데믹 기간에 크게 늘렸던 채용을 앞다퉈 줄이고 있다고 10일 보도했다. WSJ는 특히 컴퓨터·전자제품 분야의 일자리가 전달 대비 2,300개 늘어 올해 1~5월 평균(2,800개)을 밑도는 등 둔화세를 나타냈다고 전했다. 정보기술(IT) 컨설팅 회사 얀코어소시에이츠는 올해 IT 업종 일자리의 연간 증가 규모가 19만 6,000개로 지난해(21만3,000개)보다 작을 것으로 예상했다.
기존 인력의 감축도 이어졌다. 지난주 트위터가 인재채용팀 30% 감축을 발표하며 정리해고 대열에 합류했고 아마존도 일부 분야에서 감원을 검토하는 것으로 전해졌다. 테슬라 또한 정규직 10% 감원 계획의 일환으로 최근 자율주행 기능인 ‘오토파일럿’ 관련 직원 200여 명을 해고했으며 넷플릭스·유니티소프트웨어·게임스톱 등도 경기 악화를 우려해 수백 명 규모의 감원을 단행했다.
시장의 급격한 혼란에 큰 타격을 입은 업체들 사이에서 특히 고용 정책의 급변이 두드러졌다. 예컨대 온라인 부동산 중개업체 레드핀은 지난해에만 해도 직원이 50% 이상 늘었으나, 최근 전체 인원의 약 8%를 해고한다고 밝혔다. 가상화폐 거래소 코인베이스는 가상화폐 시장 급락으로 인해 최근 직원 18%를 해고했고, 증권거래 애플리케이션 로빈후드는 미국 증시 부진의 영향으로 직원의 9%를 감축했다.
다만 구인·구직사이트 등은 인력 수요가 전반적으로 여전히 강하다고 전했다. 구인·구직사이트 집리크루터에 따르면 기술업종 구인공고 수는 다른 업종보다 더 많았다.
이처럼 기술 분야의 고용이 쪼그라든 것은 업체들이 경기 둔화에 대비해 팬데믹 시기에 대폭 늘린 채용 규모를 줄이며 인건비 절감에 나섰기 때문으로 해석된다. WSJ는 현재 메타·애플·마이크로소프트(MS)·알파벳 등 빅테크의 전일제 직원 수는 총 56만3,000여 명으로 최근 5년 새 2배 가까이 불어났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올해 들어 빅테크에는 악재가 이어졌다. 인플레이션 우려로 대형 기술주를 중심으로 뉴욕 증시가 급락한 데다 각국이 방역 조치를 완화하며 레저 및 접객업이 반등한 반면 비대면 서비스 수요는 뚝 떨어졌다. 줄리아 폴락 집리크루터 이코노미스트는 “사람들이 빅테크에 돈을 쏟아붓던 영광의 시대는 이제 끝났다”고 평가했다.
이런 가운데 중국 규제 당국이 반독점법 위반을 이유로 중국 대표 빅테크인 알리바바와 텐센트에 각각 250만 위안(약 ), 600만 위안(약 ) 규모의 과징금을 부과했다고 로이터가 이날 전했다. 이들 기업이 과거 거래를 제대로 신고하지 않았다는 것이 당국에서 밝힌 처벌 이유다. 외신들은 경기 부양을 위해 빅테크 규제 완화를 선언한 중국 정부가 아직 ‘규제의 칼날’을 완전히 거둬들이지 않았다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