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활 속 체감 물가 1년 새 얼마나 올랐나
재닛 옐런 연방 재무부 장관은 7일 연방 상원 금융위 청문회에 출석해 “우리는 현재 거시 경제적 도전에 직면해 있다”며 “인플레이션은 받아들이기 힘든 수준이며 인플레이션을 가라앉히는 것이 정책의 최우선 순위가 되어야 한다”고 말했다.
인플레이션의 무게감은 비단 옐런 연방 재무부 장관만이 느끼고 있는 것은 아니다. 한인을 비롯한 미국인들도 ‘받아들이기 힘든 수준’의 인플레이션 무게감에 허덕이고 있다. 기업의 인력난으로 1980년대 이후 가장 빠른 속도로 급여가 인상됐지만 물가 상승 속도가 이를 앞지르면서 미국인들은 고물가에 따른 체감 물가의 부담은 더 커지고 있다.
7일 CNN비즈니스는 급여 상승률을 두 배 가까이 뛰어 넘는 물가 상승률 여파로 개솔린에서 식료품 구입에 주택담보대출(모기지) 상환금에 이르기까지 체감 물가가 급여 상승을 앞지르자 미국인들이 체감 물가 부담에 저축이 줄어들면서 소비를 억제하려는 심리까지 나타나고 있다고 보도했다.
미국 소비자들은 40년 만에 최악의 인플레이션을 맞아 비상이 걸린 상황에 있다. 지난 4월 미국 소비자 물가는 1년 전에 비해 8.3%나 급상승했다. 전월인 3월 8.5%에 비해 소폭 하락했지만 1982년1월 이후 40년 3개월 만에 최대폭이 올랐을 정도로 고공행진 중이다.
물가 인상 중에도 급여 역시 가파른 오름세를 보였다. 애틀랜타 연방준비은행에 따르면 지난 4월 풀타임 직장인들의 시급이 전년 같은 기간에 비해 1.7달러 상승했다. 1주 40시간을 기준으로 보면 주당 68달러의 급여가 인상된 셈이다. 이는 1997년부터 측정해 온 이래 가장 높은 폭의 급여 상승에 해당되는 것으로 1년 연봉으로 계산하면 3,536달러가 올라 6.2%의 상승폭을 나타냈다.
문제는 물가 상승이 급여 상승폭보다 더 높다는 데 있다. 미국 생활의 필수품인 자동차에 대한 주유비의 급등이다. 코로나19 진정세와 함께 자동차 이동 수요가 급등했지만 국제 원유 수급 불균형이 빚어지면서 개솔린 가격이 급등해 6일 현재 전국 레귤러 개솔린의 평균 가격은 갤런당 4.919달러로 5달러대 진입을 목전에 두고 있다. 1년 전에 비해 갤런당 1.866달러나 상승했다. 1년 사이에 개솔린 가격 상승으로 연 1,551달러의 추가 비용이 더 늘어난 셈이다. 이젠 자동차 이용을 놓고 경제성과 효용성을 따져야 하는 번거로움이 생겼다.
모기지 금리도 올해 들어서면서 급격하게 오르기 시작해 지난 2일 현재 30년 고정 모기지 평균 금리는 5.09%까지 치솟았다. 1년 전에 비해 무려 2.99%나 오른 것이다. 37만5,500달러짜리 주택을 20% 다운페이먼트로 구입할 경우 30년 고정 모기지로 대출을 받으면 연 4,400달러를 추가 부담해야 한다. 이는 30년 동안 13만여 달러를 모기지 상환금으로 부담해야 한다는 의미이기도 하다.
모기지 금리가 상승하자 주택 판매가 줄어들면서 과열된 주택 시장이 냉각기에 접어드는 조짐까지 나타나고 있다.
체감 물가 상승은 먹거리 가격에서도 극명하게 드러나고 있다. 지난달 시장조사기관 IRI이 미 전역의 6만6,000여개 소매판매점을 통해 조사한 결과 계란, 간고기, 사과를 비롯해 음료 등 대부분의 먹거리들이 두자리수 상승률을 보였다. 주요 식료품들의 가격 인상으로 1년 전에 비해 304달러를 먹거리 구입에 더 쓰게 됐다.
결국 물가가 급등한 탓에 급여가 올랐음에도 불구하고 ‘오르지 않는 것은 내 월급과 아이들 성적 밖에 없다’는 자조 섞인 말은 체감 물가 부담이라는 한인을 비롯한 미국 소비자들이 직면해 있는 현실의 또 다른 표현인지도 모른다.
<남상욱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