달러 인덱스 올 8% ↑ 미국만 수입물가 낮아져, 인플레 완화 효과 수혜
최근 미국 달러 가치가 고공행진을 이어가면서 미국과 다른 국가들의 희비가 엇갈리고 있다. 달러 강세로 미국은 수입 물가와 인플레이션 압력을 낮출 수 있지만, 미국 이외 국가들은 달러 가격 상승에 따른 차입 비용 증가 및 수입 물가 가격 상승, 금융시장 변동성 확대로 어려움이 커지고 있기 때문이다.
블룸버그통신과 월스트릿저널(WSJ)에 따르면 WSJ이 집계하는 달러가치 지표인 달러 인덱스는 올해 들어 8% 올랐다. 연초 이후 달러 가치는 중국 위안화 대비 7% 상승했다. 일본 엔화 대비로는 12% 뛰어올라 20년 만에 최고치를 기록했다.
미국 물가상승률이 40년 만에 최고치로 치솟은 가운데 연방준비제도(Fed·연준)는 지난 4일 기준금리를 통상 인상 폭의 2배인 0.5%포인트 올리는 ‘빅스텝’을 밟는 등 공격적으로 통화 긴축에 나서고 있다. 지난주 달러 대비 유로화 가치는 5년 만에 최저치를 기록했고, 홍콩 당국은 자국 통화 가치를 달러에 연동한 ‘달러 페그제’ 유지를 위해 외환시장에 개입할 수밖에 없었다.
미국 10년물 국채금리(2.9%)가 독일(0.95%), 영국(1.7%), 일본(0.2%)보다 높은 상황에서 미국으로 자금이 쏠리는 흐름이 가속하고 있다. 블룸버그는 이뿐만 아니라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상하이 등 중국 대도시의 코로나19 봉쇄 지속 등 불확실성 속에 투자자들이 안전한 투자처를 선호하는 것도 달러 강세 요인이라고 설명했다.
이런 달러 강세는 미국 국내적으로는 저렴하게 물건을 수입해 물가를 잡는 데 도움이 되고 있다. 하지만 외국 입장에서는 수입 물가가 올라 인플레이션이 심해지고 자본 유출 우려도 커진다는 평가가 나온다.
국제금융협회(IIF) 보고서에 따르면 지난달 신흥국 국채 시장에서 40억 달러가 유출됐고 신흥국 통화 가치가 급락하는 등 특히 신흥국 경제에 대한 우려가 제기되고 있다. 실제로 아시아 신흥국의 경우 연초 이후 채권 가격이 7% 떨어져 2013년 미 연준의 자산매입 축소(테이퍼링) 예고에 세계 금융시장이 동요한 ‘테이퍼 텐트럼’(긴축발작) 당시보다 낙폭이 컸다.
이러한 상황 속에 인도와 말레이시아 등이 이달 시장의 예상을 웃도는 수준의 금리 인상을 단행했다. 선진국 경제도 예외가 아니며, 유럽중앙은행(ECB) 정책위원회 위원인 프랑수아 빌르루아 드갈로 프랑스 중앙은행 총재는 이달 “너무 약한 유로화는 우리의 가격안정 목표와 어긋난다”고 우려했다.
향후 미국의 성장세가 둔화하고 물가가 잡히면 결국 달러 상승세도 완만해지겠지만, 이러한 상황이 오기까지 몇 달은 걸릴 거라는 관측이 나온다.
투자자들이 지난해 말 기준금리 인상 기대감이 이미 시장에 반영돼있다며 달러 강세가 제한적일 것으로 예측했다가 빗나간 적이 있는 만큼, 최소한 현재로서는 달러 강세가 정점에 이르렀다고 평가하기를 주저하고 있다는 게 블룸버그의 설명이다.
IIF는 최신 경제전망에서 유럽의 경기침체와 중국 경제의 둔화, 미국의 통화 긴축 정책 등으로 올해 세계 경제 성장세가 저조할 것으로 전망했다. 세계적 투자은행(IB) 모건스탠리도 올해 세계 경제 성장률이 지난해의 절반에도 못 미칠 것으로 예상했다.
국제통화기금(IMF)에 따르면 올해 중국의 경제성장률은 지난해의 절반 정도인 4.4%로 예상된다. 미국 성장률은 3.7%로 전망되는데, 이 경우 톈안먼(天安門) 민주화 시위 유혈진압이 있었던 1989년 이후 양국 간 성장률 차이가 가장 좁혀지게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