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 타격 극복에도 온라인 샤핑에 밀려
5년 내 전국서 5만개 소매업 영구폐업 전망
지난 16일 뉴저지주 애비넬에서 미국 소매업계에 상징적인 사건이 벌어졌다. K마트 애비넬 매장이 폐업에 들어간 것이다. 이제 전국에 남아 있는 K마트는 단 3곳뿐이다. 저렴한 가격과 다양한 상품, 예약 구매 제도 등으로 서민들의 장바구니 물가 부담을 덜어주면서 창고형 대형 마트 시대를 열었던 게 K마트였다. 첫 매장을 연 지 60년이 된 K마트가 애비넬 매장 폐업으로 쇠락해 가는 모습은 미국 소매업계의 현실을 그대로 반영하고 있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의 직격탄을 맞고 폐업과 파산신청으로 몸살을 앓았던 미국 내 오프라인 소매업계는 ‘위드 코로나’(단계적 일상회복)와 함께 부활의 날개짓을 하고 있지만 미래의 전망은 그리 밝지 않다. 당초 예상보다는 줄었지만 향후 5년 내에 수만개의 오프라인 소매업소들이 문을 닫을 것이라는 암울한 예상이 나오면서 소매업계의 폐업 고통은 좀처럼 줄어들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글로벌 투자은행인 UBS는 최근 보고서를 통해 오는 2027년까지 미 전역의 소매업소 5만여 개가 영구 폐업해 사라질 것으로 전망했다. 이 같은 전망치는 지난해 8만여 개의 패업 전망치에 비해 3만여 개가 줄어든 것이지만 쇠락으로 접어든 미국 소매업계의 현실은 정도의 차이일 뿐 피할 수 없는 현실이 되고 있음을 보여주고 있다.
K마트의 쇠락에서 나타나듯 미국 소매업계의 폐업 사태의 주된 원인으로 꼽히는 것은 ‘아마존’으로 요약되는 온라인 전자상거래의 급신장에 따른 것이다. 소매업계의 판매 신장은 향후 매년 4% 선에 그치는 반면에 온라인 소매업소들은 오는 2026년까지 25%나 성장할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폐업하는 소매업소 5만여 개 중 가장 많이 문을 닫는 업소는 의류 및 액세서리 소매업소를 비롯해 가전제품과 가구 판매 소매업소들로 2026년까지 모두 2만3,500개의 소매업소들이 사라진다는 게 UBS의 전망이다.
한인 소매업소들도 미래의 불확실성에서 자유롭지 못하다. 온라인 판매 신장에 밀리면서 폐업하는 업소들이 늘고 있기 때문이다. 특히 자바시장을 중심으로 한 의류 판매 소매업소들의 구조조정은 급격하게 진행되고 있다. 코로나19 사태 여파로 전시 판매 매장을 방문해 의류를 구입하는 소위 ‘워크인’ 방문 고객이 급격하게 줄었다. 여기에 온라인 판매에 나서는 의류 판매업소들이 크게 늘어나면서 오프라인 매장을 아예 없애는 업소들이 크게 늘었다.
여성복 전문인 한 한인 의류업체 업주는 “코로나19 사태 이후 온라인 판매 비중이 더 많아지면서 오프라인 매장의 문을 닫았다”며 “트레이드쇼 참여와 온라인 판매 방식으로 운영 방침을 변경할 만큼 의류 판매 방식이 변화하는 전환기에 있다”고 말했다.
자바시장에서 한인 의류 판매업소의 폐업수는 상승세를 보이고 있다. 한인의류협회가 도매 쇼룸 밀집지역과 회원 리스트를 바탕으로 조사한 바에 따르면 지난 2018년 961개의 한인 업소들이 활동했다. 이는 4년 전 2014년 조사 때 1,756개 업소에 비해 절반에 가까운 45% 업소들이 감소한 수치다. 그로부터 4년이 지난 올해 상당수의 한인 의류 판매업소들이 폐업으로 사라졌을 것으로 업계는 추산하고 있다. 한인 업소들이 사라진 자리에는 중국계와 히스패닉계 업소들이 메우고 있다.
언제든 폐업으로 몰릴 수 있는 생각은 비단 의류 판매업소에 국한되지 않고 업종을 가리지 않고 전 업종으로 확산되고 있다. 코로나19 사태 속에서 문을 닫았던 업소들이 폐업으로 이어지면서 비어 있는 상가들을 한인타운에서 목격하는 일은 이제 일상이 됐다.
특히 샤핑몰 내 한인 소매업소들의 부침도 심해 한인 마켓들이 앵커 테넌트로 입주해 있는 주요 샤핑몰에는 아직도 채워지지 않은 채 빈 매장으로 남아 있는 폐업의 상흔들이 그대로다.
샤핑몰 내 한 한인 판매업소 업주는 “온라인 샤핑이 대세로 자리잡아 가면서 매장 방문 발길이 확실이 줄어들면서 매기가 예년만 못하다”며 “물가도 크게 오르다 보니 당장 필요한 것이 아니면 소비를 꺼리는 것도 비즈니스 활성화에 걸림돌이 되고 있다”고 말했다.
<남상욱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