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산시장 불안 예금고 증가, 이자율 낮아 소비자 ‘불만’
연초 증시와 부동산 시장이 불안한 장세를 보이면서 은행 예적금 수요가 커지고 있다. 안전자산으로 시장이 ‘머니 무브’를 하는 것인데 정작 연방준비제도(FRB·연준) 기준 금리 인상을 앞둔 상황에도 예적금 금리는 제자리 수준이라 투자자들은 불만을 표하는 상황이다.
16일 연준에 따르면 지난달 말 기준 미국 상업은행들의 예적금 자산은 총 18조1,000억달러를 기록했다. 이는 역대 최대 수준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 16조2,500억달러와 비교해 11.4% 증가한 것이다. 특히 지난해 4분기 이후 5,100억달러가 증가하는 등 최근 들어 예적금 자산이 빠른 속도로 늘어나고 있는 상황이다.
은행 예적금이 급증한 것은 증시와 부동산 등 위험자산 시장의 불안 때문으로 분석된다. 증시는 나스닥 지수가 이날까지 올해 들어 9.7% 하락하는 등 급락 장세를 이어가고 있다. 부동산 시장 역시 신종 코로나 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팬데믹 기간 급등한 가격으로 인한 버블 우려와 최근 빠르게 올라간 모기지 금리 때문에 수요가 꺼지고 있는 상황이다.
예적금 수요가 증가한 것은 시장에서 확실시되는 연준의 3월 금리 인상 때문이기도 하다. 통상적으로 연준이 기준금리를 올리면 예적금 금리도 함께 올라가기 때문에 조금이라도 더 많은 수익을 얻기 위해 은행으로 돈이 몰리는 것이다. 특히 원금을 잃을 일도 없기 때문에 최근과 같이 자산시장이 불안할 때는 예적금 수요가 커질 수 있다.
다만 문제는 투자자들의 기대와 달리 연준 금리 인상을 앞두고도 주류·한인은행 예적금 금리가 제자리 걸음을 하고 있다는 점이다. 금융매체 뱅크레이트에 따르면 주요 은행들의 평균 예금 이자율은 최근 0.06%를 기록했다. 이는 사실상 물가상승률도 따라가지 못하는 제로금리 수준이다. 팬데믹 직전에 해당 수치가 1.5% 수준이었음을 고려하면 매우 낮은 상황이다.
은행들의 예금 금리가 낮은 것은 팬데믹 기간 대출 수요가 급감했기 때문이다. 은행 입장에서는 대출 수요가 있어야 예금금리를 올리고 자금을 유치해 이후 대출을 통해 예대마진을 얻을 수 있다. 그런데 팬데믹 상황에서 각종 대출 수요가 줄어들면서 은행 입장에서는 예금을 유치할 필요성 자체가 낮아져 예금 금리를 올릴 요인이 낮아졌다. 이와 관련해 금융조사회사 큐리온스의 상업은행 부문 책임자 피트 길크라이스트는 월스트릿저널과 인터뷰에서 “대출 수요가 선행하지 않으면 은행이 현재보다 예금 금리를 올리는 일은 없을 것”이라고 진단했다.
정부의 경기부양책도 은행 예적금 금리 하락에 영향을 미쳤다. 팬데믹 이후 연방정부는 각종 지원금으로 막대한 금액을 무상으로 제공했는데 이는 아직 상당수 회사와 다수 개인들의 계좌에 예금으로 남아 있는 상황이다. 결과적으로 은행 입장에서는 금리를 올리지 않고도 충분한 자금을 유치할 수 있기 때문에 예적금 이자율을 높일 필요가 없는 것이다.
<이경운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