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플레 탓 올해 1월부터 지급 중단
부양자녀 세액공제 지원금(Child Tax Credit·CTC)이 새해 들어 끊기면서 저소득층 경제 부담이 크게 늘어나고 있다. 치솟은 인플레이션 탓에 정부가 지원을 멈춘 것인데 팬데믹 타격이 이어지고 있는 만큼 재개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지는 상황이다.
16일 연방정부에 따르면 정부는 지난해 말을 끝으로 CTC 지급을 종료했다. CTC는 지난해 3월 의회를 통과한 ‘미국구조계획법안’(American Rescue Plan Act)에 따라 자녀세액공제를 확대 도입해 관련 금액을 매달 선지급하는 제도다. 해당 법안이 통과되면서 부양자녀 세액공제는 종전 연간 2,000달러에서 연간 3,000~3,600달러로 늘어났었다. 6세 미만 자녀 1명당 월 300달러, 6~17세 1명당 월 250달러 선지급금이 6개월간 지급됐다. 하지만 이번에 지원이 중단되면서 가구당 손실액은 월 평균 444달러로 집계됐다.
연방 정부가 CTC 지원을 멈춘 것은 최근 역사상 최고 수준으로 치솟고 있는 물가 때문이다. 당초 조 바이든 행정부는 ‘더 나은 재건 법안’(Build Back Better Act)에 부양자녀 세액공제 지원금을 확대하는 내용을 포함시키려 했지만 인플레이션 급등 양상에 이를 포기했다. 미국에서는 지난해 12월 소비자물가지수(CPI)가 전년 대비 7% 오르는 등 인플레이션이 40여 년만에 최고 수준을 기록하고 있다. 이 때문에 조 맨친 상원의원 등 여당 내 중도파들까지 정부의 재정 확대를 반대하고 있는 상황이다.
CTC 혜택이 저소득층이 아닌 모든 국민들을 대상으로 진행된다는 점도 정치권의 반대 원인이 됐다. 부양자녀 세액공제 지원금은 공제 대상이 제대로 설정되지 않아 연간 소득과 관계 없이 18세 미만 자녀를 둔 부모라면 모두 받을 수 있다. 이 때문에 정치권에서는 팬데믹 상황에서 가장 큰 타격을 받고 있는 빈곤층을 대상으로 관련 지원금이 집중돼야 한다는 비판이 꾸준히 제기돼 왔다. 또한 고소득자지만 자녀가 있다는 이유로 지원을 받고 빈곤층인데 자녀가 없어서 혜택을 받지 못하는 것도 문제라는 지적도 나왔다.
결과적으로 지원금이 끊기면서 피해는 저소득층에 집중되고 있다. LA타임스와 인터뷰한 앤디 로버츠는 매달 약 550달러의 CTC를 받아왔는데 올해 1월 관련 지원이 끊기면서 어려움을 겪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아이들을 걸스카우트에 보내고 신발도 사줄 수 있었는데 이제 힘들어졌다”며 “더 이상 어떻게 더 돈을 아껴야 하는지 모르겠다”고 밝혔다. 실제 컬럼비아대학에 따르면 CTC 도입으로 저소득 가정의 식량난은 약 25% 감소했고 아동 빈곤율도 30% 줄어든 것으로 나타났다.
이 때문에 CTC 지원을 멈출 게 아니라 더 확대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아동복지전문단체 니스카탠센터의 사무엘 해먼드 디렉터는 “CTC 지원이 영구화된다면 가장 영향력 있는 빈곤 퇴치 대책이 될 수 있다”며 “정치적 이해관계 때문에 저소득층 가정을 외면해서는 안된다”고 밝혔다.
<이경운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