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규모 업체 10억불 지원·원산지표기 강화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새해 첫 백악관 일정으로 육류 가격 인하를 위한 방안 마련에 나섰다.
인플레이션이 지지율 하락에 결정적 변수로 작용, 자칫하면 11월 중간선거에서 대패할 수 있다는 위기감 속에 밥상물가 잡기에 본격 시동을 거는 셈이다.
연말·연초를 델라웨어주 자택과 별장에서 보낸 바이든 대통령은 3일 백악관에 귀환해 소규모 농장·목장 업체들과 육류 가격 인하를 위한 화상 회의를 했다.
바이든 대통령은 4곳의 대형 육류가공 업체가 시장을 장악하고 있다면서 “경쟁 없는 자본주의는 자본주의가 아니다. 그건 착취”라고 지적했다.
그는 이어 “이것이 지금 육류 업계에서 나타나는 일”이라며 “소규모 독립 농장과 목장이 업계에서 쫓겨나고 있다. 많은 이들이 세대를 걸쳐 지녀온 가족의 유산과 존경, 존엄이 공격당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백악관은 이날 소규모 가공업체에 10억 달러를 지원하고 경쟁 위반 사항을 신고할 수 있는 창구를 마련하는 등의 방안을 제시했다.
또 수입된 고기라도 미국에서 가공만 하면 미국산으로 표기하는 현행 규정에 대해 농무부가 전면적 검토에 들어갔다며 원산지 표기 규정 강화를 시사했다.
모두 대형 육류가공 업체를 겨냥한 조치로, 인플레이션의 책임을 대기업으로 돌리기 위한 의도가 있는 것이라는 해석이 나온다.
미국에서 육류 가격은 1년 전에 비해 16%가 올랐고 특히 소고기 가격은 같은 기간 20.9%가 올랐다.
대형 육류가공 업체 4곳이 소고기 시장의 85%, 돼지고기 시장의 70%, 가금류 시장의 54%를 장악하고 있으며 이들의 시장 왜곡으로 가격 인상이 초래됐다는 것이 백악관의 논리다.
워싱턴포스트(WP)는 “비난을 기업에 돌리려고 함으로써 백악관은 중간선거를 앞두고 많은 미국인에게 물가 인상이 중대한 우려라는 점을 인정한 것”이라고 지적했다.
실제로 바이든 대통령에겐 인플레이션 대응이 최대 현안이다. 지난해 11월 소비자물가지수(CPI)는 1982년 이후 최대폭인 6.8% 급등, 11월 중간선거를 앞둔 바이든 대통령의 가장 큰 골칫거리로 떠올랐다.
그렇지 않아도 통상 여당에 불리한 중간선거에서 패할 경우 임기 첫해부터 낮은 지지율로 고전해온 바이든 대통령은 남은 임기 2년간 국정운영의 동력을 상실할 수밖에 없다.
업계에서는 바이든 행정부가 기업에 책임을 전가한다며 반발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