뒤돌아본 2021년 미국·한인경제
지난 1년간 남가주의 중간주택가격이 16%나 오르고 뉴욕증시가 S&P500기준 올해 30% 가까이 오르는 등 부동산과 증시는 코로나 사태속에서도 연일 호황을 구가했다. 부동산 경기의 호황속에 한인타운의 건축붐은 지속돼 아파트·주상복합 등이 타운의 얼굴을 바꾸어가고 있다.
반면 실내외 영업금지로 올해를 시작한 요식업계는 6월에 실내 영업을 재개하면서 급여보호프로그램(PPP)과 식당회생자금(RRF)이 지원되면서 위기를 극복했다. 의류업계는 매직쇼 특수가 무산되면서 부진을 거듭했고 봉제업도 가주의 강력한 노동법을 피해 해외 생산기지로 물량이 빠지면서 물량 감소에 경영에 어려움을 겪으며 위축됐다. 이런 와중에도 올해 한인·주류 은행권은 올해 2·3분기 연속 역대급 순익을 기록했다. 지난 202년 한해의 미국, 한인경제를 살펴봤다. [경제부]
■ 경제 회복에도 변수는 오미크론
팬데믹 2년차인 올해도 미국 경제성장률을 관통한 키워드는 신종 코로나 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이었다. 백신 접종 확대로 연초 이후 회복세가 나타났지만 연말 오미크론 변이가 확산되면서 다시 우려가 커지는 상황이다. 29일 상무부에 따르면 미국의 지난 3분기 국내총생산(GDP)은 전년 동기 대비 2.3% 상승했다. 지난 1분기와 2분기 경제성장률이 6.3%, 6.7%를 기록한 것에 비교하면 낮지만 전반기 상승률에는 기저효과가 크게 작용한 점을 고려하면 3분기도 선방한 것이다.
데이나 페터슨 컨퍼런스보드 수석 이코노미스트는 “성장에 부정적 영향을 미치는 공급망 붕괴는 코로나19로 인한 공급 차질과 결합된 것”이라며 “펜데믹 기간 동안 시니어들의 조기 은퇴와 함께 많은 노동자들이 고용 시장에서 이탈한 것도 문제”라고 지적했다.
■ 팬데믹 2년차에도 증시는 활황
올해 글로벌 증시는 신종 코로나 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팬데믹 2년차에도 불구하고 높은 상승세를 기록했다. 연방준비제도(FRB·연준)의 긴축도 막지 못한 증시 활황이 내년에도 이어질지 관심이 커지는 상황이다. 29일 뉴욕증시에 따르면 전날 다우존스지수는 3만 6,398.21 포인트에 장을 마감했다. 이는 지난해 종가인 3만 606.48과 비교해 5,791.73포인트(18.92%) 오른 것이다. 다우존스와 함께 미국 증시를 대표하는 S&P500과 나스닥은 28일 마감가격 기준으로 전년 대비 각각 27.42%, 22.45% 올라 더 높은 상승세를 기록했다.
올해 증시가 놀라운 점은 연준이 테이퍼링(자산매입 축소) 속도를 높이는 등 긴축을 강화했음에도 상승세가 나타났다는 점이다. 지난달 초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회의에서 연준은 매달 150억 달러인 자산매입 축소 규모를 300억 달러로 늘리고 내년 3월에는 자산매입 자체를 마무리하겠다고 밝혔다. 이후 증시는 소폭 약세를 기록했지만 연말에 와서 다시 반등하면서 회복세를 보였다.
■ 부동산 과열, 타운부동산 건설 붐
올해도 지난해에 이어 팬데믹을 거치며 남가주 주택가격이 고공행진을 거듭했다. LA한인타운의 단독주택가격이 지난 7월 129만달러를 기록하는 등 라크레센타, 어바인 등 한인밀집선호지역의 주택 가격이 100만달러 이상을 기록했다. LA카운티의 단독 중간주택가격은 지난 9월 79만5,000달러까지 치솟았다. 지난 11월 남가주 주택가격이 1년 사이에 16%나 상승해 또 다시 최고치를 기록했다. 올해 들어서만 벌써 9번째다. 극심한 주택 매물 부족 현상이 장기화되면서 남가주 주택 가격의 고공행진이 멈추지 않고 있다. 내년 기준금리인상이 확실시되는 것도 최근 주택가격 상승의 또 다른 원인이다.
LA 한인타운은 지난해에 이어 계속된 코로나19 사태에도 불구하고 올해도 어김없이 부동산 개발로 바쁜 한해를 보냈다. 타운의 부동산 개발 열풍은 전례를 찾기 힘들 만큼 크고, 빠르고, 뜨겁게 진행되고 있다. 하루가 다르게, 조그만 자투리 땅에도 새로운 주상복합 건물과 아파트가 들어서고 있으며 기존 오피스 건물은 새롭게 변신하고 있다. 한인은 물론, 타인종 소유 대형 개발사들까지 나서 뜨거운 경쟁을 벌이고 있다.
■ 코로나 후폭풍에 자바시장 부진
자바시장으로 통칭되는 한인 의류업계와 봉제업계에게 2021년은 험난한 한해였다. 한인 의류업계는 세계 최대 의류 트레이드 행사인 매직쇼를 불황 탈출의 기회로 삼았지만 춘계 매직쇼가 라스베가스에서 플로리다주 올랜도로 행사 장소가 변경되면서 매직쇼 특수는 무산되고 말았다. 코로나19 확산세를 피한 궁여지책이었지만 개최지가 LA에서 원거리에 있어 한인 의류업체들의 참여는 저조했다. 8월 라스베가스에서 열린 매직쇼도 예년 수준에 미치지 못하는 매출 실적으로 종료됐다. 전반적인 부진 속에서도 대형 의류업체들은 코로나19 사태 이전 수준으로 매출 회복세를 보여 부익부 빈익빈 현상이 두드러졌다.
한인 봉제업계 역시 부진의 늪에서 헤어나지 못했다. 코로나19 사태와 함께 캘리포니아주의 강력한 노동법을 피해 해외 생산기지로 물량이 빠지면서 한인 봉제업계는 물량 감소에 경영에 어려움을 겪으며 위축됐다. 내년부터 오랜 관행이었던 피스레이트 임금 지급이 불법으로 금지되면서 한인 봉제업체들의 줄폐업과 ‘탈LA’ 움직임이 감지되고 있어 한인 봉제업계의 위상이 예전만 못할 것이란 전망이 지배적이다.
■ ‘롤러코스터’탄 요식업계
한인 요식업계에게 올해는 코로나19 사태 속에서 ‘천당과 지옥’을 오고 간 시간들로 점철되어 있다. 코로나19 확산 속에서 실내외 영업 금지라는 초유의 사태를 맞이하며 올해를 시작한 요식업계는 6월에 들어서면서 실내 영업을 재개할 수 있었다. 올 한 해 반 정도를 투고와 배달에만 의존했던 한인 요식업계는 매출이 코로나19 사태 이전 수준에 30%에 머물면서 식당 운영에 애를 먹었다. 그나마 급여보호프로그램(PPP)과 286억 달러 규모의 식당회생자금(RRF)이 지원되면서 폐업으로 가는 극단은 피할 수 있었다.
6월 이후부터 정상적인 식당 영업이 가능해지면서 한인 요식업계는 예전의 활기를 되찾아가면서 매출도 예전 수준의 80% 정도까지 회복했다. 하지만 물류 정체에 따른 공급난과 물가 상승이라는 뜻하지 않은 복병을 맞으면서 한인 요식업계는 흔들렸다. 식자재 가격이 20~30% 급등하고 투고 박스를 비롯한 식당 용품 가격도 30~40%나 상승하는 데다 이마저도 제때 구입할 수 없어 웃돈을 얹어주고 구하는 사례까지 연출됐다. 7월부터 LA시와 카운티의 최저임금이 15달러로 오르면서 한인 요식업계는 인건비 부담까지 감수해야 했다.
■ 은행권, 코로나에도 역대급 실적
올해 한인·주류 은행권은 코로나19 사태에도 불구하고 호실적을 냈다. 올해 1분기까지는 코로나발 경제활동 위축으로 실적이 좋지 않았으나 2분기에 이어 3분기까지 2분기 연속 역대급 순익을 기록했다. 이같은 순익 증가는 은행권이 코로나 사태로 타격을 받은 업체들에 대해 적극적으로 융자조정과 대출만기 연장조치에 나서면서 우려했던 대규모 부실대출을 방지할 수 있었고 이는 대손충당금 비용 감소와 환입으로 이어지면서 수익성 개선에 결정적으로 기여했기 때문이다. 오히려 코로나 사태로 급여보호프로그램(PPP)과 긴급재난대출(EIDL) 등 각종 대출 수요가 급증하면서 수수료 수입이 급증했다.
다만 한인·주류 은행권은 코로나발 대출이 사실상 완료되면서 올해 4분기 실적은 역대급이었던 올 3분기와 비교해 하향곡선을 그릴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최근 무섭게 확진자가 늘고 있는 코로나 오미크론 변이 바이러스 사태도 금융권에게는 악재로 작용할 것이란 분석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