막 내린 제로금리 시대…연준, 11월 FOMC 의사록 10월 근원PCE 목표치 2배 웃돌고
미국 연방준비제도(Frb·연준)가 고물가가 계속될 경우 조기 금리 인상에 나설 수 있음을 시사했다. 이를 위해 내년 6월께 완료될 것으로 예상되는 테이퍼링(자산 매입 축소) 스케줄도 앞당겨 금리 인상에 대비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연준이 24일 공개한 11월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회의록을 보면 다수의 위원들이 “인플레이션이 연준의 목표 수준보다 계속 올라가면 기준금리를 지금 예상보다 빨리 올릴 수 있게 준비할 필요가 있다”고 밝혔다. 일부 위원들은 “자산 매입 감축 속도를 높이면 연준이 금리 인상을 위한 더 나은 위치에 서게 된다”고도 했다.
금리 인상을 위해서는 테이퍼링 종료가 전제돼야 한다. 테이퍼링을 일찍 끝내두면 내년 상반기 상황에 따라 필요시 금리를 바로 올릴 수 있다. 반대로 공급 대란이 잦아들고 물가 상승세가 확연히 꺾이면 금리 인상은 최대한 뒤로 미루면 된다.
이 때문에 오는 12월 FOMC에서 연준이 테이퍼링 속도를 높이는 방안을 언급할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온다. 이날 메리 데일리 샌프란시스코 연방준비은행 총재는 “자산 매입 축소 속도를 높이는 것을 지지할 수 있다”고 했다. 그는 2주 전에는 이 안이 시기상조라고 했었다. 앞서 리처드 클래리다 연준 부의장도 “12월 FOMC에서 테이퍼링 속도를 높이는 방안을 논의하는 게 적절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이는 인플레이션 상승세가 심상치 않기 때문이다. 연준이 정책 결정에 참고하는 근원 개인소비지출(PCE) 물가지수의 경우 지난 10월 기준 전년 대비 4.1% 상승했다. 1991년 1월 이후 30여 년 만의 최고치며 연준의 정책 목표(평균 2%)를 2배가량 웃돈다.
반면 고용지표는 개선되고 있다. 지난주 신규 실업수당 청구 건수가 19만 9,000건으로 1969년 11월 15일의 19만 7,000건 이후 가장 낮은 수치를 기록했다. 무려 52년 만의 최저치로 시장 전망치(26만 개)도 크게 밑돌았다.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과 백악관 일부 참모가 여전히 최대 고용에 대한 미련을 갖고 있지만 고용 시장은 꾸준히 나아지고 있는 것이다.
미 경제의 3분의 2를 차지하는 민간 소비도 좋다. 10월 가계지출은 고인플레이션에도 전월 대비 1.3% 증가했다. 3분기 국내총생산(GDP)도 연 환산 기준 2.0% 성장에서 2.1%로 소폭 상승했다. 미 경제 방송 CNBC는 “신규 실업수당 청구 건수 하락은 고용 시장의 꾸준한 개선에도 위기 때의 정책을 고수해온 연준 관계자들의 관심을 끌 수 있다”며 “그동안 연준은 테이퍼링을 할 시점이라고 얘기해왔지만 시장은 금리도 곧 올려야 할 것이라고 예상하고 있다”고 분석했다.
이렇다 보니 월가에서는 지금의 경기 개선세를 고려하면 금리 인상 시점도 덩달아 빨라질 것으로 보고 있다. 시카고상품거래소(CME)의 페드와치(FedWatch)에 따르면 시장 참가자들은 내년에 금리가 세 차례 인상될 확률을 현재 61%로 예측하고 있다. 월가 안팎에서는 연준이 내년 3월에 금리를 올려야 한다는 얘기도 흘러나온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미국 경제는 경기회복에 소비지출과 고용 시장 성장에 속도가 붙고 있다”고 진단했다.
<뉴욕=김영필 특파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