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만성 경막하 혈종
70대 이상 고령층에서 10만 명당 7.35명 발생
머리를 살짝 부딪히고 난 뒤 두통이 3주 이상 지속된다면 ‘만성 경막하 혈종’일 가능성이 높다. 만성 경막하 혈종은 뇌를 감싸고 있는 경막과 지주막 사이에 3주 이상 지난 출혈이 고여 발생하는 질환이다.
해마다 10만 명당 1.72명의 환자가 발생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70대 고령층에서는 10만 명당 7.35명으로 발생률이 급격히 늘어난다.
고령층이나 알코올 중독자에서는 뇌 위축이 있을 때가 많고, 경막과 연결된 교정맥의 울혈ㆍ확장으로 혈관 긴장도가 늘어나 경미한 머리 외상으로도 교정맥이 쉽게 파열돼 만성 경막하 혈종이 발생할 수 있다.
가벼운 머리 외상으로도 발병할 때가 많아 환자의 절반 이상이 외상 병력을 기억하지 못한다. 특히, 만성 알코올 중독자, 뇌전증(간질) 환자, 아스피린이나 항응고제를 복용 중인 고령 환자에서 발생 빈도가 높다.
주증상으로는 광범위하고 지속적인 두통, 구토, 한쪽 팔과 다리 마비, 언어장애, 보행장애 등이 있다. 고령층에서는 성격 변화, 정신착란, 기억력 장애, 의식 장애, 요실금 등 치매와 비슷한 소견을 보이는 경우도 많아 노인성 치매(알츠하이머병), 정신병, 뇌졸중 등으로 오인돼 치료가 늦어지기 쉽다.
김병섭 상계백병원 신경외과 교수는 “혈종의 양이 점점 늘면서 뇌 탈출을 일으켜 의식이 혼미해지고 편마비 증상이 진행돼 응급 수술을 하지 않으면 사망하거나 심각한 후유증을 남길 수 있다”고 했다.
김 교수는 “머리 외상 후 3주 이상 경과해 위와 같은 증상이 발생하면 만성 경막하 혈종을 의심해 병원을 찾아야 한다”고 덧붙였다.
진단은 일반적으로 뇌 컴퓨터단층촬영(CT) 검사로 이루어진다. 필요하면 뇌 자기공명영상(MRI) 검사로 출혈 유무나 정확한 출혈량을 확인하고 다른 시기에 발생한 출혈 유무, 출혈 사이에 피막 발생 유무, 그리고 뇌 다른 부위 손상 여부를 확인한다.
드물게 자연 치유가 보고되기도 하지만 혈종 양에 따라 주기적으로 CT 검사를 시행해 경과 관찰을 많이 한다. 경련이 우려되면 항경련제를 투여하기도 한다.
혈종 양이 많거나 경과 관찰 도중 혈종 양이 증가하면서 신경학적 이상 증상이 발생하면 수술이 필요하다. 혈종이 가장 두꺼운 부위에 1~2개의 두개골 구멍을 뚫고 그 아래 뇌막을 열어 혈종을 제거한 뒤, 도관을 경막하 공간에 삽입하고 고정해 며칠 동안 자연 배액하는 천공배액술을 시행한다.
수술 전 의식이 명료하면 예후가 아주 좋은 편이지만 재출혈이 발생하면 다시 수술해야 한다. 이후에도 출혈이 반복되면 개두술을 통한 혈종제거술을 시행해야 한다.
김병섭 교수는 “만성 경막하 혈종을 예방하려면 머리 외상을 주의하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며 “특히 아스피린이나 플라빅스 등 항혈전제나 와파린 같은 항응고제를 복용하는 고령층에서 증상이 생기면 병원을 찾아 정밀 검사를 받는 것이 좋다”고 했다. <권대익 의학전문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