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회폭동 조사 연방 하원 특위 등 상대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이 올해 1월6일 지지자들이 일으킨 의회 폭동 사태와 관련한 백악관 내부 문서의 공개를 막아 달라며 소송을 냈다. 헌법상 전임 대통령에게도 기밀 유지 특권이 있다는 주장인데, 조 바이든 현 대통령은 이를 인정하지 않겠다는 입장이다. 양측이 정면 충돌하는 가운데, 대통령의 특권 범위에 대한 해석을 둘러싼 법적 논쟁이 본격화할 전망이다.
뉴욕타임스(NYT)는 트럼프 전 대통령이 의회 폭동 사태를 조사 중인 하원 특별위원회와 국립기록관리청을 상대로 최근 워싱턴 연방지법에 이 사건 관련 백악관 문서 공개 금지를 요구하는 소장을 제출했다고 보도했다. 특위가 백악관에 요청했던 자료는 당시 트럼프 전 대통령 동선과 백악관 회의 기록, 보좌관들 사이에 오간 문서와 통신 내역 등 총 40여 건이다.
트럼프 전 대통령은 “특위가 요청한 문서 범위가 지나치게 넓고 입법 목적이 결여돼 있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바이든 대통령이 ‘행정특권’을 행사하지 않고 이 문건들을 특위에 넘겨주도록 지시한 것은 전임 행정부를 겨냥한 정치적 술책”이라고 비난했다. ‘행정특권’이란 권력분립 원칙상 행정부의 정책 결정 과정이 기밀성을 요하는 것일 때, 행정부가 이를 공개하지 않을 권한을 뜻한다. 트럼프 전 대통령은 “의회가 행정부 자료를 열람하는 건 헌법의 삼권분립 구조를 파괴하는 것”이라고 주장한다.
하지만 ‘바이든 백악관’은 적극 반박했다. 백악관 선임 변호사인 도나 레무스는 “전임 대통령의 행정특권 주장은 비합법적”이라며 “대통령 특권에 대한 헌법적 보호는 헌법 전복 시도가 담긴 정보를 감추는 데 사용해선 안 된다”고 맞섰다. 또 “평화로운 정권 이양을 방해하는 시도가 다시 일어나지 않도록 하기 위해서라도 이 문서들을 기밀로 묶어 두는 건 미국의 이익에 어긋난다”고 강조했다.
미국 헌법에는 행정특권 적용 범위가 명확히 규정돼 있지 않다. 이번 소송에 대해 법률 전문가들이 “의회 폭동 진상 규명 차원을 넘어, 미국 사법 체계에 새로운 헌법적 판례를 세울 수 있을 것”이라며 예의주시하는 이유다.
실제로 전문가들 사이에서도 의견이 엇갈린다. 버락 오바마 행정부에서 백악관 고문을 지냈던 노먼 아이젠 브루킹스연구소 선임연구원은 “트럼프가 여전히 대통령이라면 행정특권 주장이 받아들여질 수 있으나, 권한을 지닌 현직 대통령이 문서 제공을 거부하지 않은 이상 그의 주장은 무너질 수밖에 없다”고 지적했다.
반대로, 1977년 연방대법원이 리처드 닉슨 전 대통령의 재임 시절 백악관 문서 통제권 주장에 제한적이나마 권한이 있다고 판결했던 사례와의 유사점을 거론하는 견해도 일각에서 나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