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후변화가 와인 생산에 미치는 영향은

September 24 , 2021 9:49 AM
기획·특집 기후변화 와인생산 영향

기후변화가 미국과 유럽의 유명 와인산지에 미치는 나쁜 영향은 이제 막 시작되었다. 캘리포니아의 나파 밸리와 오리건의 여러 지역을 산불이 휩쓸고 지나갔고, 산불 피해를 입지 않은 곳들도 포도가 연기에 오염되는 피해를 입었다. 프랑스에서는 수년간 이례적인 더위와 냉해가 번갈아 계속되면서 와인양조의 질과 양에 변화를 일으켰다. 샴페인을 만드는 서늘한 지역에서는 연간 수확량이 평소의 절반에서 두 배를 넘나드는 큰 폭의 널뛰기를 경험하고 있다. (이 지역에서는 작황이 좋은 해의 와인을 저장해두었다가 작황이 나쁜 해의 와인과 섞는 것이 허용된다.)

 

온난화 따른 환경 변화에 생산 지역 바뀌고 

빈티지 좋은 해 증가 등 의외의 결과 낳기도

산불 피해는 치명적… 애호가들에 장기적 영향

 

기후변화로 와인 생산지에도 변화가 일고 있다. 영국 켄트 지역의 한 와이너리에서 포도를 수확하는 모습.        
 <로이터>
기후변화로 와인 생산지에도 변화가 일고 있다. 영국 켄트 지역의 한 와이너리에서 포도를 수확하는 모습. <로이터>

 

그러나 기후온난화는 예측 못했던 또 다른 효과를 낳았다. 와인 양조가 불가능한 곳으로 알려졌던 영국의 일부 지역에서 지금 스파클링 와인을 만들고 있다. 로마시대에 그랬던 것처럼 말이다. 와인애호가들에게는 자신이 오랫동안 좋아해온 와인의 스타일과 생산지가 변화하는 것을 의미한다.  

“지구온난화 때문에 매우 흥미로운 와인을 선택할 여지가 넓어졌다”고 빈티지 와인의 대형소매업소인 ‘벤치마크 와인그룹’의 대표 데이브 파커는 말했다. 

“역사적으로 별 볼일 없던 지역들이 지금은 우수한 와인을 생산하고 있다. 영국, 오리건, 뉴질랜드, 오스트리아는 과거에 변방으로 여겨졌으나 지금은 훌륭한 와인을 만들어낸다. 와인애호가라면 흥분되는 일이다”라고 설명했다.   

온난화는 확실히 일부 와인메이커들에게 피해를 주었지만 어떤 와인산지에서는 호재로 작용했다. 파커에 따르면 보르도에서 좋은 빈티지는 그다지 자주 오지 않았고, 때로는 10년에 한번 정도로 찾아왔다. 1945, 1947, 1961, 1982, 1996 and 2000년이 그런 해들로, 날씨가 더워서 포도열매가 잘 익었던 년도들이다. 그러나 지난 10년간 보르도의 기후는 계속 올라서 2012, 2015, 2016, 2018, 그리고 2019 빈티지가 모조리 좋은 해로 기록되었다.

또한 과거에 잘 알려지지 않았던 지역에서 나오는 와인들이 있다. 이탈리아의 최상급 와인들인 오르넬라이아(Ornellaia)와 마세토(Masseto)의 책임관리자 액셀 하인즈는 “지금처럼 와인 콜렉터들에게 좋은 시기는 없다”고 말했다. “빈티지와 와인이 훨씬 좋아졌다. 지난 20년간의 변화는 과거 콜렉터들이 관심을 갖지 않았던 이탈리아와 스페인 같은 지역의 와인에 대해 많은 관심을 끌어모으는 계기가 되었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와인 양조의 기본은 포도밭 농사다. 따라서 와인메이커들이 온난화의 이득을 누리는 한편 농사꾼들은 포도의 품종과 가격에 미치는 영향을 따져야 했다. 미국에서 가장 큰 와인 생산업체 ‘잭슨 패밀리 와인즈’는 다른 와이너리들과 마찬가지로 기후변화에 대처하기 위한 방안을 마련하기 시작했다. 

“오늘 심는 포도밭이 2022년이 아니라 2042년에 어떻게 될지를 숙고하고 있다”고 말한 릭 티그너 수석경영자는 “포도 열매를 가려줄 더 큰 덮개를 사용할 수도 있고, 아니면 다른 품종을 재배할 수도 있다. 이런 일들에는 돈이 많이 든다. 미래의 경작은 단기적으론 더 비싸지만 그 포도나무들은 20년이 아니라 30년 동안 버텨줄 수 있다”고 덧붙였다.

이 회사는 포도밭 전체에 태양열 패널을 설치했지만 수확기의 12주 동안 필요한 에너지가 너무 많아서 다 충족하지는 못한다. 이와 별도로 유리병의 무게를 줄이는 방법도 찾고 있는데 유리병은 와인을 잘 보존하고 리사이클 하기도 좋지만 용광로에서 모래를 녹여 유리로 만드는데 어마어마한 에너지를 사용하는 것이 문제다.

‘니클 앤 니클’(Nickel & Nickel)과 ‘돌체’(Dolce) 등 여러 브랜드를 소유한 ‘파 니엔테’(Far Niente)는 태양열 패널의 절반을 포도밭의 관개 연못을 위해 사용한다. 그럼으로써 와이너리는 모든 에너지 사용의 비용을 커버하고 온난화에 대처할 대수층을 가능한 한 오래 유지할 수 있기 때문이라고 돌체의 회장 겸 와인메이커 그렉 앨런은 설명했다.

산불은 와이너리들에게 심각한 위협이지만 물 역시 마찬가지다. 소노마 밸리에 있는 하멜 패밀리 와인즈는 관개용수의 의존도를 없애기 위해 드라이 농법으로 전환했다. 와인메이커이며 경영디렉터인 존 하멜은 메마른 지구에 구멍을 내는 과정을 통해 비가 땅으로 스며들어 오래 저장되고 포도나무들은 기후변화에 좀더 탄력적이 될 수 있다고 말했다.    

하멜의 124에이커 포도밭은 드라이 농법을 통해 연간 200만에서 400만 갤런의 물을 절약한다. 그러나 대가는 있다. 수확량이 적어서 에이커당 2.5톤밖에 거두지 못한다. 관개수를 댔을 때의 5~6톤에 비하면 절반도 안 되는 양이다.

와일드카드는 산불이다. 산불은 그 지역에 피해를 입히지 않아도 전체 빈티지를 망칠 수 있다. 따라서 기온이 높은 해에는 일부 포도재배자들은 몇주 일찍 수확하여 발효 탱크에 집어넣는다. 산불연기에 오염될 위험을 피하려는 것이다. 

산불은 값비싼 와인을 생산하는 수많은 부티크 와이너리들을 위협한다. 이런 와이너리들은 판매 루트의 70% 이상이 현지에서 직접 판매하거나 와인 클럽을 통해 자동적으로 판매된다.

2017년 산불이 소노마 지역 힐즈버그의 메드락 에임스 포도밭의 100피트 안쪽으로 타들어왔고, 2년 후에는 빈야드를 모두 휩쓸었다. 피해를 살펴본 와인메이커 에임스 모리슨은 다른 품종을 경작하기로 결심했다. 백포도주 소비뇽 블랑을 아르헨티나 품종인 말벡으로 대체한 것이다. 

“슬픈 이야기죠. 하지만 소비뇽 블랑은 우리 지역보다 더 서늘한 기후에서 잘 자라거든요”라고 모리슨은 말했다.

마찬가지로 카버네 소비용을 비롯해 9개 품종을 재배하는 나파 밸리의 라크미드(Larkmead)는 포도밭 연구를 통해 멀로의 재배가 어려워졌음을 알게 됐다.

“우리의 멀로 블렌드는 굉장히 인기 있었지만 더 이상 생산은 불가능하다고 결론지었다”고 말한 와인메이커 애버리 힐란은 “지금은 60% 멀로를 사용하지만 미래에는 그만큼 확보할 수 없기 때문에 변화를 모색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기후변화에 적응하고 환경파괴 없이 지속될 수 있는 와인을 생산하는 것은 분명히 와이너리의 몫이지만 이를 밀어붙일 수 있는 것은 식당 소믈리에와 와인 공급업체 및 소매상들을 비롯한 대량 와인구매자들이다. 대부분의 소비자들은 무슨 일이 일어나고 있는지 그 차이를 거의 모르고, 이를 아는 콜렉터들은 전체적으로 작은 비율을 차지하기 때문이다.

“기후변화의 영향은 수년에 걸쳐 병당 1~4달러의 비용을 초래한다”고 말한 힐란은 “바로 그 때문에 소비자들에게 미치는 영향이 느릴 수밖에 없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