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 옷을 좀 사려는데 세일하는 게 별로 없네.”
의류 판매와 할인 판매는 악어와 악어새의 관계처럼 뗄래야 뗄 수 없는 공생의 관계지만 의류 판매업체들이 할인 품목을 크게 줄이면서 ‘의류=할인 판매’라는 공식이 깨지고 있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여파에 따른 의류 공급이 원활하지 못해 벌어진 것으로 올해 연말까지 세일 품목 감소 현상이 지속될지도 모른다는 전망까지 나오고 있다.
3일 CNN비즈니스에 따르면 코로나19 백신 접종 확산에 따라 의류 소비가 급격하게 늘어나고 있는 데 반해 의류 판매 제품의 공급이 달리면서 세일 품목 수가 크게 감소한 것으로 나타났다.
경기부양 지원금을 손에 쥔 소비자들이 코로나19 사태로 억눌렸던 ‘의류 보복 구매’가 폭발하면서 의류 판매 제품 공급이 이를 따라잡지 못하고 주요 항구에서 선적과 하역 작업마저 지체되면서 의류 판매 제품의 품귀 현상이 발생한 까닭이다.
판매 제품의 재고가 부족하자 주요 의류 판매업체들은 그간 시행했던 시기별 할인 제품을 대폭 줄이면서 정상 가격 판매에 나서고 있다.
시장 조사매체 BMO 캐피탈마켓에 따르면 올해 2분기를 기준으로 의류 할인 판매 제품의 수가 전년 동기 대비 32%나 급감했다.
유명 의류 브랜드를 판매하는 업체들로서는 세일 판매 제품의 수가 줄어든 것을 내심 반가워하는 눈치다. 할인 판매 대신 정가 판매를 할 수 있어 그만큼 이윤을 더 남길 수 있기 때문이다. 일종의 반사 이익인 셈이다. 할인 판매가 줄어든 탓에 유명 의류 판매업체들의 실적도 개선되고 있다.
속옷 브랜드 ‘빅토리아 시크릿’과 ‘배스앤바디웍스’로 대표되는 ‘엘 브랜즈’는 2분기에 할인 행사를 대폭 줄이면서 매출 상승과 함께 손익 개선 효과를 보았다. ‘캘빈클라인’과 ‘타미힐피거’ 브랜드를 보유하고 있는 RVH 역시 세일 프로모션 판매를 줄인 지난 2분기 영업 이익이 전년 대비 10%나 상승했다.
할인 제품과 세일 행사를 줄임으로써 정상 가격 판매로 인해 브랜드의 가격 경쟁력이 오히려 상승하는 효과를 보는 의류 판매업체들도 나타나면서 정상 판매에 따른 매출 상승과 이익 창출이라는 두 마리 토끼를 잡고 있는 상황이 벌어지고 있다.
사실 지난해 코로나19 확산으로 의류 수요가 곤두박질치면서 의류 판매업체들은 재고 소진을 고민했지만 최악의 상황은 벌어지지 않았다. 오히려 올해 들어 의류 판매업체들은 판매량 증가에 코로나19 사태 이전으로 빠른 회복세를 보여주고 있을 정도의 반전 상황을 맞보고 있다.
이 같은 반전에 힘입어 올해 미국 내 주요 의류 판매업체들의 판매량도 늘어날 것이라는 예상이다.
전국소매협회(NRF)는 올해 소매 판매는 10.5%에서 13.5%의 성장세를 보이면 4조4,400억달러에 달할 것으로 내다봤다. 이는 이전 예상 전망치에 2배 이상 상향된 수치다.
의류 공급 지체 현상은 올해 말까지 지속될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오면서 의류 판매업체들은 판매 재고 확보에 열을 올리고 있다.
결국 의류 가격 역시 수요와 공급의 균형이 무너지면서 나타난 주택과 자동차 가격이 급등세와 같은 길을 걸게 될 가능성이 높아 보이고 있다.
<남상욱 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