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에서 학자금 융자 빚이 눈덩이처럼 불어나면서 융자 빚을 갚지 못한 50대 이상 미국인들의 은퇴 후 노년의 안정된 삶이 위협을 받고 있다.
18일 블룸버그 통신에 따르면 미국에서 대학 학자금 융자 부채 규모는 해마다 증가해 지난해 1조7,000억달러까지 불어났다.
학자금 융자 부채 규모가 늘어나면서 아직도 학자금 융자를 갚지 못한 50대 이상의 노년층만 해도 870만명에 달한다. 특히 노년층의 학자금 융자 부채는 2017년 이후 거의 50% 가까이 급증한 것으로 나타났다.
노년층의 학자금 부채 증가 현상 전체 학자금 융자 규모의 증가세와 맞물려 있다.
최근 세인트루이스 연방준비은행에 따르면 2006년 5,000억1,000만달러 가량이던 학자금 융자 부채는 2012년에는 2배 이상 늘어난 1조300억달러에 달했고, 2018년에는 다시 3배가량 증가해 1조5,500억달러까지 치솟았다. 지난해에는 전체 학자금 융자 부채 규모는 1조7,000억달러에 이르렀다. 올해는 이보다 더 늘어날 게 확실하다.
이제 학자금 융자 부채는 주택담보대출(모기지) 부채에 이어 소비자 채무 가운데 두번째 규모가 큰 부채에 해당된다는 게 전문가들의 말이다.
학자금 융자 상환 체계만을 놓고 보면 융자 빚이 노년에까지 부담을 주지 않도록 고안되어 있는 게 사실이다. 대부분의 학자금 융자는 10년 내 상환하는 것을 기본으로 삼고 있다. 졸업 후 경제 활동이 왕성한 시기에 학자금 융자를 전액 갚도록 유도하는 것이다.
문제는 학자금 융자 상황 전제 조건이 삶의 실제 조건과 어긋나는 데 있다. 특히 노년층의 학자금 증가 배경에는 자녀들의 빚을 청산하기 위해 재융자를 받거나 졸업 후 다시 진학해 추가로 학자금을 받은 것이 주요 원인으로 자리잡고 있지만 무엇보다 높은 이자율이 노년층 학자금 미상환자를 양산해내는 데 크게 기여했다고 매체는 지적했다.
여기에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에 이어 코로나19 대유행 사태로 연거푸 직격탄을 맞으면서 소득마저 불안정해지면서 노년층들은 학자금 융자 빚을 상황하기가 그만큼 더 어려워졌다.
사정이 이렇다 보니 특별한 수입이 없는 노년층은 사회보장연금에서 일정 금액을 떼어 학자금 융자 빚을 갚는 사례들도 늘고 있다. 연방교육부가 2019년 회계 연도에 이 같은 방식으로 회수한 융자 상환금은 49억달러에 달했다.
연방 학자금 융자 빚은 대출자가 사망하면 변제 의무가 사라질 정도로 죽을 때까지 따라다니는 상환 부담은 이제 정치적 쟁점으로 부각되고 있다.
조 바이든 대통령은 대선 공약으로 1인당 1만달러 학자금 탕감 정책을 내세웠다. 하지만 민주당 내 진보파 인사들 중심으로 바이든 행정부에 1인당 5만달러 빚을 당감해달라는 요구가 나오고 있다.
경제매체 CNBC에 따르면 1인당 1만달러씩 탕감하면 학자금 융자 부채 규모는 1조7,000억달러에서 1조3,000억달러 정도로 줄어들며 부채자 중 33% 가량 해당되는 1,500만여명이 학자금 융자 빚에서 벗어날 수 있다.
1인당 5만달러로 탕감을 하면 학자금 융자 부채 규모는 7,000억달러로 대폭 줄고 채무자의 60%인 3,600만명 정도가 학자금 부채 부담에서 해방될 수 있다.
<남상욱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