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에 대한 백신 접종이 전 세계적으로 확산되자 유럽연합(EU)은 다음달 1일부터 27개국 회원극을 오갈 때 백신여권 시스템을 도입해 시행할 예정인 것과는 대조적으로 미국 내 백신여권 도입 논의는 제자리 걸음을 하면서 답보 상태에 있다. 개인 정보 보호와 관련해 연방정부의 소극적인 자세로 각 주별로 입장 차이가 드러나면서 미국의 표준 백신여권 논의는 진전되지 않고 있어 미국의 표준 백신여권 도입이 쉽지 않을 것이라는 전망까지 나오고 있다.
14일 LA타임스는 유럽연합을 비롯해 일부 국가들이 백신 접종 정보를 담은 표준 백신여권을 도입해 시행하는 것과는 달리 미국에서 표준 백신여권 개발은 정치권을 중심으로 의견이 갈리면서 난항을 겪고 있다고 보도했다. 이 사이 민간 기업들이 자체적으로 백신여권 시스템 개발에 나서면서 디지털 백신여권들이 신용카드처럼 난립해 혼란만을 초래할 수도 있다고 매체는 지적했다.
미국 내에서 디지털 백신여권 개발 움직임이 시작된 것은 연방질병통제예방센터(CDC)에서 발행한 종이 백신 접종 증명서가 도난이나 위조에 취약하다는 데서 비롯됐다.
이미 몇몇 개발업체에서 디지털 백신여권이 개발되어 시험 사용 중이지만 이들 중에서 마치 사회보장카드처럼 미국의 표준 백신여권으로 채택되기에는 갈 길이 멀어 보인다.
개인 정보 보호라는 미국 사회의 근간을 이루는 가치관이 백신여권 채택을 가로 막고 있기 때문이다.
이미 바이든 행정부는 연방정부 차원에서 디지털 백신여권의 개발과 인증을 하지 않을 방침이라며 선을 그었다. 백신여권 개발 과정에서 개인 정보 보호 문제가 자칫 정치 문제로 비화하는 것을 방지하겠다는 의도다. 게다가 미국민의 면역 정보와 관련해 국가 차원의 데이터베이스를 보유하지 못하고 있는 것도 디지털 백신여권 도입을 막고 있는 또 다른 원인이다.
국가 차원의 단일한 표준 디지털 백신여권이 미국에서 개발되어 채택되기가 현실적으로 어렵다는 전망이 의료 및 보건 전문가들 사이에서 나오는 대목이다.
백신여권의 도입 문제와 관련해 공은 각 주정부로 넘어간 모양새다.
뉴욕주는 미국 최초의 정부 차원의 디지털 백신여권을 도입한 주다. 1,700만달러를 들여 IBM과 함께 디지털 백신 증명서인 엑셀시오르 패스를 개발해 보급했다. 유효기간은 1년으로, 그 안에 3차 부스터 샷(추가 접종)을 맞게 되면 그 기간도 연장될 전망이다. 벌써 100만명이 사용하고 있다.
백신여권 도입을 반대하는 주도 있다. 최근 백신여권 도입 금지를 결정한 텍사스를 비롯해 앨라배마, 인디애나, 아이오아, 노스다코타, 유타, 아칸소 주 등이 백신여권 사용을 금지하고 있다.
<남상욱 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