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인 K모(35)씨는 타고 있던 차를 팔고 새 차를 구입하려던 계획을 잠시 보류하기로 했다. 지난달 메모리얼 데이에 맞춰 새 SUV를 구입하기 위해 딜러십 몇 군데에 연락을 해 보았지만 원하는 사양의 새 차는 이미 팔린 상태였고 그나마 있는 새 차들은 가격이 크게 올랐기 때문이다. K씨는 “딜러십에 있는 새 차 물량도 적은 데다 예전 같으면 딜러들이 할인 혜택을 앞세워 판매에 나섰는데 가격 네고(Nego)는 없다면서 분위기가 확 바뀌었다”며 “올해 말까지 상황을 보고 새 차 구입 시기를 결정해야 할 것 같다”고 말했다.
새 차에 대한 수요가 급증한 반면 차량용 반도체 부품 부족 사태로 새 차 생산이 크게 줄어들면서 미국 내 자동차 판매 시장의 모습이 변하고 있다. 원하는 새 차를 찾기도 쉽지 않을 뿐더러 가격까지 오르면서 새 차 사기가 예전에 비해 어려워졌다는 소비자들의 볼멘 소리가 커지고 있다.
새 차 사기가 어려워진 데는 자동차용 반도체 부품 부족 사태에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여파로 인한 소위 ‘보복 소비 심리’가 더해지면서 공급이 수요를 따라잡지 못하고 있는 상황이 자리잡고 있다.
‘JD 파워’와 ‘LMC 모토모티브’에 따르면 지난달 미국 내 딜러십에 입고된 새 차 중 33%가 10일 이내에 판매될 정도로 빠른 판매 속도를 보였다. 이는 2019년 18%에 비해 2배 가까이 재고 소진이 빠르게 일어나고 있음을 보여준다.
재고 소진이 빠르다 보니 딜러십이 보유하고 있는 새 차 매물이 줄어들면서 소비자들은 원하는 새 차를 확보하기가 어려워지고 있다.
자동차 매매 전문 웹사이트 ‘카즈닷컴’(Cars.com)의 최근 설문 조사 결과, 소비자들의 44%가 자신들이 원하는 차를 찾는 데 어려움을 겪었다고 답했다. 일부 인기 있는 차종의 경우 원하는 사양의 차량을 손에 넣기까지 몇 달을 기다리는 사례도 발생하고 있다. 아니면 네비게이션이나 사각지대 탐지 기능 등이 빠진 모델을 구입하는 부이익을 감수하기도 한다.
매물 부족 현상은 자연스레 새 차에 대한 각종 할인 혜택의 축소로 이어진다. 미국 내 딜러십들의 자동차 평균 할인액은 지난해 5월 4,825달러에서 지난달 2,957달러로 약 40% 줄었다. 카즈닷컴에 따르면 현재 평균 할인율은 7~8% 수준으로 예전의 10~12%에서 크게 떨어진 상태다. 할인액이 줄어들었다는 것은 결국 새 차에 대한 구입 가격의 상승을 뜻한다.
자동차 정보 웹사이트 ‘에드먼즈닷컴’(Edmunds.com)에 따르면 지난달 미국 내에서 팔린 새 차 평균 가격은 대략 4만달러로 전년에 비해 7% 가량 상승했다. 중고차 가격도 2만3,000달러로 16%나 올랐다.
<남상욱 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