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구 3억3,000만명의 미국에서는 매년 300만명 정도가 죽는다. 사망 원인 중 가장 많은 것은 심장병으로 24%, 다음은 암 21%, 사고사 6% 순이다.
자살은 88분의 1, 낙상 106분의 1, 자동차 사고 107분의 1, 익사 1,100분의 1, 화재사 1,500분의 1, 벌에 쏘여 죽을 확률 5만9,000분의 1, 개에 물려 죽을 확률 8만6,000분의 1, 벼락 14만분의 1등이다. 독감에 걸려 죽을 확률은 6,500분의 1, 코로나에 걸려 죽을 확률 2,300분의 1이다.
이런 위험에도 불구하고 우리는 비행기를 타고 자동차를 몰며 개를 기르고 수영을 한다. 이를 금지해 얻는 이익보다 허용해 얻는 이익이 크다고 보기 때문이다. 의료 분야도 마찬가지다. 약중에서 부작용이 없는 약은 없다. 좋은 약도 과용하거나 잘못 쓰면 독이 될 수 있다. 수술도 그렇다. 위험이 따르지 않는 수술은 없다. 그럼에도 매일 수많은 수술이 행해지는 것은 그렇게 해 얻는 이익이 하지 않은 것보다 크기 때문이다.
최근 연방 식품의약국(CDC)은 코로나 백신의 하나인 존슨&존슨사 제품의 사용을 일시 중단시켰다. 이 백신을 맞은 사람 중에서 혈전 합병증 발생으로 인한 사망자가 나왔기 때문이다. 지금까지 이런 증세를 보인 여성은 모두 15명인데 이중 13명이 50세 이하며 3명이 사망했다. 어째서 가임기 여성에게만 이런 증상이 나타나는지는 아직 밝혀지지 않았다.
이 백신의 안전성 여부를 검토하던 CDC는 ‘50세 미만 여성의 경우 드물지만 혈소판 감소를 동반한 혈전증이 나타날 수 있다’는 문구를 넣는 조건으로 사용을 재개하기로 지난 주 결정했다. 지금까지 이 백신을 맞은 사람은 800만 명인데 그 부작용으로 죽은 사람이 3명이라면 이로 인해 죽을 가능성은 200만의 1도 안 된다.
더군다나 이 백신은 일반 냉장고 보관이 가능하고 한번만 맞으면 돼 집단 면역 형성에 큰 도움을 줄 것으로 기대되고 있다. 이런 백신을 극히 드문 부작용을 이유로 금지하는 것은 어리석은 일이다. 부작용 위험이 있는 사람에게는 다른 백신을 맞히면 된다.
지금 미국에서는 경제 활동 재개와 함께 우려됐던 코로나 대확산은 일어나지 않고 오히려 입원자와 사망자 수가 급속히 줄고 있다. AP 통신에 따르면 지난 7일간 코로나 환자 입원 환자 1일 평균은 20일 현재 3만8,000여명으로 12만 명이 넘었던 1월에 비해 60% 이상 줄었다. 특히 65세 이상 환자 수가 크게 줄었는데 지난 1월 10만 명당 70명이 넘었던 이들 비율은 20명 미만으로 줄어 들었다. 1일 평균 사망자 수도 지난 1월 3,400여명에서 690명으로 80%나 감소했다.
이런 극적인 감소는 대대적인 백신 접종의 효과라는 점을 의심할 수 없다. 현재 미국 인구의 40%인 1억4,000만명이, 65세 이상 고령자는 80%가 한차례 이상 접종을 받았다. 아직도 갈 길이 멀지만 이미 백신의 덕을 톡톡히 보고 있는 셈이다.
현재 미국에서 가장 코로나가 창궐하고 있는 미시건의 경우 30, 40대 환자 수가 급격히 늘고 있다. 이 연령대 입원자는 지난 겨울 대유행 때의 2배에 달하고 있는데 그 이유는 65세 이상 고령자 대부분이 백신 접종을 마쳐 면역이 생기자 코로나 바이러스가 30, 40대에 달라 붙었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다른 주에서도 비슷한 일이 벌어지지 않기 위해서는 젊은 층 접종을 하루 속히 늘리는 것이 긴요하다.
다행히 미국에서는 백신 생산이 크게 늘어나면서 이제는 예약하지 않고 그냥 걸어들어가 맞을 수 있는 곳이 많다. 알래스카와 같은 주에서는 아예 외국인에게도 공짜로 놓아 주겠다며 백신 관광 캠페인을 펼치고 있다. 다른 주들도 국적이나 체류 신분을 묻지 않고 백신을 놓아준다. 코로나 바이러스는 국적이나 체류 신분을 따지지 않으며 집단 면역에 도달하기 위해서는 한명이라도 더 접종을 해야 한다는 점을 고려하면 당연한 결정이다.
한 명의 목숨도 소중하지만 수십만, 수백만의 목숨은 더 소중하다. 백신의 부작용만 강조하며 접종을 방해하는 행위는 자신과 이웃의 안전을 위협하는 짓이다. 아직 접종하지 않은 한인이 있다면 하루 속히 백신을 맞자.
<민경훈 논설위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