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의 직격탄에도 불구하고 지난해 미국에서 문을 닫은 소매업소의 수가 감소한 것으로 나타난 가운데 앞으로 5년 내 8만여 개의 소매업소들이 영구 폐업할 것이라는 전망이 나왔다. 전자상거래를 통한 판매가 급증하면서 소매업계가 설 입지가 가뜩이나 좁아진데다 코로나19 사태 속에서도 창업에 나선 업소들이 늘어나면서 내부 경쟁이 치열해진 까닭이다.
경제매체 CNBC는 투자은행 UBS의 최근 보고서를 인용해 오는 2026년까지 미 전역의 소매업소 8만여 개가 영구 폐업해 사라질 것이라고 보도했다. 이는 미국 전체 소매업소 중 9%에 해당하는 수치다. 소매업소들의 폐업의 주된 원인으로 꼽히고 있는 것은 ‘아마존’으로 요약되는 전자상거래의 판매 신장이다.
UBS 보고서에 따르면 현재 전자상거래에 의한 소매 판매분은 전체에서 18%를 차지하고 있지만 2026년에는 전자상거래의 비중이 27%로 늘어날 것으로 예상된다.
UBS 마이클 래서 애널리스트는 “코로나19 팬데믹 여파가 지속되면서 온라인 판매의 시장 침투가 급격하게 늘었다”며 “온라인 판매 비중의 상승세와 연방 정부의 경기부양책이 맞물리면서 소매업소들의 경영 합리화를 이끌어가는 동력으로 작용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소매업소의 경영 합리화에 따른 폐업이 늘어날 것이라는 전망의 배경에는 미국 내 소매업소들이 지나치게 많다는 현실이 자리잡고 있다.
‘코어사이트 리서치’(Coresight Research)에 따르면 코로나19 사태 이전인 2019년 폐업한 업소의 수가 9,832개 업소인데 반해 코로나19의 직격탄을 맞은 지난해 폐업한 소매업소의 수는 8,741개에 그쳤다.
이는 코로나19라는 특수한 상황에서도 예상 외로 창업이 줄을 이었다는 것으로 해석되고 있다.
올해에만 들어서도 3,169개 소매업소들이 문을 닫은 반면 3,535개 업소가 새로 문을 열어 창업한 소매업소들이 더 많았다.
소매업소의 창업 열기는 과거 수년에 걸쳐 나타난 현상이다. UBS 보고서에 따르면 미국 내 샤핑몰과 아웃렛 등을 포함한 샤핑 센터의 수는 지난 2000년에 9만개에 불과했지만, 10년이 지난 2010년에는 11만2,000개로 급증했고 지난해 말 기준으로 샤핑 센터의 수는 11만5,000개로 상승세를 유지하고 있다.
샤핑 센터가 차지하는 면적도 크게 늘어 2000년 한 가구당 샤핑 센터 면적이 55스퀘어피트였던 것이 2010년 62스퀘어피트로 정점을 찍었다.
지난해에는 59스퀘어피트로 소폭 하락했지만 여전히 높은 수준이라는 평가다. 폐업하는 8만여 개 소매업소 중 가장 많이 문을 닫는 분야는 의류 및 액세서리 소매업소들로 2만1,000개가 사라질 것으로 UBS는 전망했다.
<남상욱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