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행을 꿈꾸는 중미 온두라스인 수백명이 30일 새벽 미국을 향해 한꺼번에 출발했다.
로이터통신 등에 따르면 이날 온두라스 북부 산페드로술라의 버스 터미널에서 배낭을 짊어진 젊은 남녀와 어린아이 등이 과테말라 국경을 향해 도보 이동을 시작했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과 지난해 닥친 허리케인 등으로 먹고살기가 더 어려워져 미국에서 새 삶을 꿈꾸는 이들로, 소셜미디어 공지를 통해 한자리에 모였다. 이들 중엔 보호자 없는 미성년자도 있다고 EFE통신은 전했다.
온두라스인 카를로스 플로레스는 현지 방송 인터뷰에서 “온두라스에서는 아무것도 할 수 없다. 일자리를 구한다고 해도 번 돈으로 끼니를 해결하기도 힘들다”며 “더 나은 삶을 위해 위험을 감수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들은 올해 들어 두 번째로 온두라스에서 출발한 캐러밴이다. ‘캐러밴’은 걷거나 차를 타고 무리 지어 움직이는 이민자 행렬을 가리킨다. 미국 국경까지의 여정 중에 발생할 수 있는 여러 위험을 최소화하기 위해 집단 이동을 택하는 것이다.
온두라스와 엘살바도르, 과테말라 등 중미 지역에서 빈곤과 폭력을 피해 미국으로 향하는 이민자들은 끊이지 않고 있지만, 대규모로 이동하는 캐러밴의 경우 최근 북상을 이어가기가 쉽지 않았다. 도널드 트럼프 전 미국 대통령이 과테말라와 멕시코에 불법 이민자들의 이동을 막으라고 압박하면서 이들 국가가 경비를 강화했기 때문이다.
지난 1월 조 바이든 대통령 취임에 즈음해 더 열린 미국에 대한 기대를 품고 온두라스에서 출발한 수천 명의 캐러밴도 과테말라 군경의 철벽 수비에 막혀 멕시코까지도 다다르지 못하고 해산됐다. 흩어진 이민자 중 일부는 개별적으로 북상을 이어갔고 일부는 본국으로 돌아갔다.
이번 캐러밴의 미국행도 쉽지는 않을 것으로 예상된다. 첫 번째 관문인 과테말라는 캐러밴 출발이 예고된 뒤 전날 캐러밴을 막기 위해 비상조치들을 발표했다. 이에 따라 15일간 군경은 온두라스와의 국경 지역에서 허가받지 않은 채 모여있는 사람들을 발견할 경우 무력으로 해산할 수 있게 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