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가와 뉴욕증시를 발칵 뒤집은 수백억달러 규모 블록딜 파동의 주인공인 미주한인 빌 황(한국명 황성국·58) 아케고스 캐피털 매니지먼트 대표는 그동안 수면에 드러나지 않았지만 월가는 물론 한국 투자업계에도 익숙한 인물이다.
월가에서도 보기 드문 규모의 주식 블록딜과 일부 종목의 주가 급락을 야기한 이번 사태는 30일에도 파장을 퍼지고 있다.
블룸버그 통신에 따르면 연방 증권거래위원회(SEC)는 이번 블록딜을 일으킨 원인과 향후 여파 등을 파악하기 위해 30일 투자은행(IB) 관계자들을 소집해 긴급 회의를 가졌다. 블룸버그 통신은 소식통을 인용해 “당국이 각 IB의 아케고스 마진콜 사태가 회사 재무에 미치는 영향과 잠재적인 신용 위협 등에 대해 논의했다”고 보도했다.
시장에서는 이번 사태가 금융규제 강화로 이어질지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특히 이번 사태로 큰 손실을 본 것으로 알려진 모건스탠리, 골드만삭스, 도이체방크, 크레딧스위스, 노무라 증권 등 대형 투자은행들은 이번 사태로 향후 SEC의 제재 및 벌금을 받을 수도 있다. 당사자인 빌 황 대표 역시 향후 SEC 처벌에서 자유로울 수 없다.
빌 황은 1.5세 헤지펀드 매니저로 백인 남성이 압도적 주류인 월가에서 보기 드문 한국계 ‘큰손’이다. 고등학교 3학년 때인 1982년 미국으로 가족이민을 왔으며 UCLA와 카네기멜런 경영대학원(MBA)을 나와 헤지펀드 거물 줄리언 로버트슨 아래서 투자를 배웠다. ‘타이거 펀드‘를 만든 로버트슨은 조지 소로스와 함께 헤지펀드의 창시자로 꼽히는 인물이다. 로버트슨은 1980년 가족과 지인들로부터 880만달러 투자를 받아 헤지펀드를 설립해 20년 만에 220억달러로 키운 인물이다.
황씨는 아는 주변 인물들에 따르면 황은 로버트슨이 총애하던 ‘천재 문하생’으로 이름을 날렸다. 2001년 독립하며 로버트슨의 도움을 받아 ‘타이거 아시아 펀드’를 만들며 ‘새끼 호랑이’(Tiger Cub)란 별명을 얻었다. 이 펀드는 연 평균 16%의 이익을 올리며 한창때는 운용액이 50억달러를 넘기도 했다.
타이거 아시아 펀드는 월가의 아시아 전문 최대 헤지펀드 중 하나로 성장하는 등 빌 황은 월가의 스타로 부상했지만 2012년 내부자 정보를 이용한 중국 은행 주식 거래로 홍콩·미국 양국의 철퇴를 맞아 펀드를 청산했다. 당시 벌금으로만 무려 4,400만달러를 냈다. 이후 가족과 지인 돈만 운용하는 ‘아케고스 캐피털 매지먼트’란 헤지펀드를 이끌어 왔다. 이 펀드 규모는 약 70억~100억달 규모이지만 실제 투자 규모가 500억달러에 달하기도 했다.
빌 황의 ‘타이거 아시아’는 1990년대 말부터 에스케이텔레콤 등을 상대로 한 한국 소액주주운동에도 영향을 미쳤다. 그의 펀드가 소액주주들의 주권을 옹호하는, 기업 지배구조의 투명성을 요구하는 운동에 힘을 보탰기 때문이다.
그는 독실한 기독교 신자다. 부친이 목사이고, 어머니도 멕시코 등지에서 기독교 사역자로 봉사했다고 밝혔다. 그는 한국과 미국의 기독교 단체들이 주선한 강연을 통해 “투자는 하나님이 준 사명”이라고 말해왔다. 또 유튜브에 공개된 각종 인터뷰에 따르면 황씨는 ’위대한 투자자‘가 되는 것이 자신의 목표라고 밝혔다. 월스트릿저널(WSJ)은 그는 “난 매일 무엇을 하고, 어디에 투자해 신을 기쁘게 할지 기대하는 어린이 같다”고 말했다고 전했다. WSJ는 “돈보다 신을 더 사랑하고, 신이 원하는 일에 돈을 쓰고 싶다”는 것이 황씨의 포부였다고도 전했다.
WSJ는 그가 자선단체를 설립, 미국과 한국의 개신교 교회들과 캄보디아 등 개도국 빈민, 미국 내 한인과 아시안 사회 등에 거액을 희사했다고 밝혔으나 구체적인 기부 규모는 공개되지 않았다.
<조환동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