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소 건강한 편인 A(23)씨는 업무를 보던 중 가슴이 답답하고 숨이 가빠졌다. 증상이 심각해지자 직장 동료들은 A씨를 병원 응급실로 데려갔다. 그러나 막상 응급실에 도착했을 땐 증상이 사라지고, 여러 검사를 받았지만 모두 정상이었다.
A씨는 담당 의사에게 지난 1주일 간 중요한 프로젝트 때문에 수면 부족과 극심한 스트레스에 시달렸다고 말했고, 증상 발생 1시간 전 회의에서 상사에게 강한 질책을 받았다고 털어놨다. A씨는 ‘과호흡 증후군’으로 진단됐다.
◇1분에 20회 넘게 호흡하면
과호흡 증후군은 호흡이 빨라지고 호흡량이 늘면서 체내 이산화탄소를 과도하게 배출하는 증상이다. 과호흡을 지속해 동맥혈 내 이산화탄소가 36㎜Hg 미만으로 떨어지는 것을 ‘과환기(hyperventilation)’라고 부르고, 1분에 20회를 초과하는 호흡을 ‘과호흡(tachypnea)’이라고 한다.
성인의 6~10% 정도가 과호흡 증후군이 있는 것으로 보고되며, 대개 중ㆍ장년층과 여성에게 더 많이 나타난다. 유병률은 명확히 있지 않지만 여성 환자가 더 많고, 공황장애나 불안장애와 중복된 경우가 있다는 보고도 있다.
과호흡 증후군은 심장ㆍ폐 등 장기 기능이 정상이라도 긴장ㆍ불안ㆍ걱정 등에 의해 생길 수 있다. 숨을 몰아 쉬거나 빨리 쉬는 등 호흡량이 증가하면서 혈중 이산화탄소 농도가 정상치보다 낮아져 체내 알칼리증 및 각종 전해질 이상이 발생한다. 여기에 어지럼증을 비롯해 손발 경련ㆍ저림ㆍ근육 위약감ㆍ흉통ㆍ두근거림 등이 나타난다.
정신적인 증상은 특정 스트레스 상황 노출이나 불안 장애, 공황장애 등이 원인으로 꼽힌다. 이런 경우 재발이 잦기 때문에 정신건강의학과에서 검진이나 치료가 필요하다.
박혜연 분당서울대병원 정신건강의학과 교수는 “반복적인 과호흡이나 심한 불안, 광장공포증 등 불안 장애, 공황장애의 경우 약물치료를 포함한 전문적 치료를 통해 증상을 해소할 수 있다”고 했다.
과호흡 증후군은 아직까지 널리 인정되는 기준이 없다. 여러 가지 이유로 폐포 환기가 증가하면서 이산화탄소가 감소해 폐포 과호흡이 발생하면서 생길 수 있다. 일반적으로 호흡 불편감이나 어려움 등 호흡기 증상과 불안, 고통을 느끼는 것이 특징이다.
한번 과호흡을 겪으면 증상이 재발할 수 있다는 불안감이 커지게 된다. 그래서 사람이 많은 곳에 갈 때나 긴장되는 환경에 처했을 때 공포감과 두려움을 느낄 수 있다. 이로 인해서 일상생활에 지장을 줄 수 있다.
과호흡 증후군 진단 기준은 일반적으로 알려져 있지 않고, 여러 상태와 질환을 평가한 후에 할 수 있는 배제 진단이다. 따라서 원인 질환 감별을 위한 검사 이후에 진단할 수가 있다.
진단 후 치료는 급성 관리로는 환자를 안심시키고, 환자가 겪고 있는 증상에 대한 설명, 스트레스 요인 제거 및 호흡 재교육 등을 시행해야 한다.
◇‘비닐 봉투 호흡’하면 저산소혈증 유발
과호흡 증상이 있을 때 급성기에는 먼저 환자를 자리에 앉히거나 기댄 자세 또는 누운 자세를 하도록 하면서 한 손은 복부에, 한 손은 가슴에 놓게 한다. 과호흡 환자는 가슴의 손이 배의 손보다 크게 움직이므로, 환자에게 호흡을 조절해 가슴의 손은 움직이지 않고, 배의 손이 크게 움직이도록 한다. 4초 동안 천천히 숨을 들이마시고, 몇초 멈춘 다음 8초 동안 숨을 내쉬도록 한다.
이러한 호흡 주기를 5~10회 시행하면 불안감이 감소하고 호흡이 개선되며 편안해지는지 확인해야 한다. 이러한 호흡 조절로 조정되지 않는 심각한 경우라면 소량의 약물 치료를 할 수 있다. 김유진 고려대 안산병원 호흡기내과 교수는 “비닐 봉투에 호흡을 하는 방법은 심각한 저산소혈증 등이 발생할 수 있으므로 권장하지 않는다”고 했다.
과호흡 증후군 환자는 재발 방지를 위한 치료가 필요하다. 먼저 호흡 훈련, 행동 심리 치료가 필요하며 이러한 치료에도 재발 시 약물치료가 필요할 수 있다. 과호흡 증후군과 연관된 기저 정신 질환이 의심되면 정신건강의학과 의사에게 의뢰하는 게 좋다.
김유진 교수는 “과호흡 증후군은 재발 가능성이 큰 질환이므로 신체 질환이 있는지 확인한 후 과호흡 증후군을 진단받았다면 충분히 휴식하고 규칙적인 운동을 하는 등 일상생활에서 스트레스 관리와 호흡운동 등을 시행하고, 재발하면 전문가와 의논하는 것이 좋다”고 했다.
<권대익 의학전문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