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 대통령이 26일 백악관 취재진과 질의응답 과정에서 내달 14일 선거인단 투표에서 패배하면 백악관을 떠나겠다고 밝혔다.
선거인단이 조 바이든 대통령 당선인을 선출하는 것은 ‘실수’라며 대선 결과를 받아들이지 못하겠다는 태도는 여전했지만, 백악관 주인 자리를 넘기겠다는 의사를 표명해 승복에 한 걸음 더 다가갔다는 평가가 나왔다.
워싱턴포스트(WP)는 “트럼프 대통령이 백악관을 비우겠다고 명시적으로 말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라고 전했다.
다만 “그가 (새 대통령이 취임하는) 내년 1월 20일 백악관을 떠날 것이라고 보좌진이 말해온 지는 오래됐다”고 덧붙였다.
로이터통신은 대선 결과 승복에 가장 가까운 발언이었다면서 “트럼프 대통령이 출구를 향해 조금 나아갔다”고 평가했다.
영국 일간 가디언도 “이날 발언은 (여태까지 발언 가운데) 대선 패배를 받아들이는 가장 가까운 발언이었다”고 설명했다.
대선이 ‘사기 선거’였다며 정권 이양에 나서지 않던 트럼프 대통령은 최근 참모진과 연방총무청(GSA)에 정권 인수인계 협조를 지시하면서 태도를 바꿨다.
이에 GSA는 지난 23일 바이든을 공식 당선인으로 확정했고, 정권 인수인계에도 속도가 붙기 시작했다. 비슷한 시기 미국 언론에서는 백악관 비밀경호국(SS)이 트럼프 대통령 퇴임 후 거주할 곳에 경호를 준비하고 있다는 소식이 흘러나왔다.
그의 이런 태도 변화는 ‘퇴임 후 영향력 유지’를 위해서라는 풀이가 나온다.
트럼프 대통령이 4년 뒤 대선을 노린다는 분석도 나온다. 인터넷매체 악시오스는 지난 9일 익명의 관계자들을 통해 트럼프 대통령이 보좌진에게 2024년 대선 출마를 생각하고 있다는 뜻을 밝혔다고 전했다.
WP는 “보좌진들은 트럼프 대통령이 2024년 대선 출마를 위한 논의에 착수했다고 말한다”면서 다만 이날은 올해 대선에만 집중해 발언했다고 설명했다.
‘차기’를 생각한다면 대선 결과 불복은 유지하더라도 정권 이양에는 나서는 ‘출구전략’이 유리할 수 있다. 끝까지 고집만 부렸다간 역풍을 맞을 수도 있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