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진그룹이 아시아나항공 인수를 공식화하며 세계 10위권 내에 속할 메가급 항공사가 탄생할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대한항공과 아시아나항공의 성공적인 통합을 위해서는 넘어야 할 산이 많다. 양사는 겹치는 노선을 정리할 경우 인력 조정이 불가피할 것으로 예상된다.
17일 업계에 따르면 조원태 한진그룹 회장은 지난 16일 이사회를 열고 인수를 확정한 뒤 “항공산업의 지속적 성장과 최소한의 공적자금 투입으로 국민 부담을 덜어주기 위해 인수를 결정했다”고 밝혔다. 조 회장은 “아시아나항공과의 통합 이후 양사 임직원들의 소중한 일터를 지키는 데 최우선의 가치를 둬 양사 임직원들이 모든 처우와 복지를 동등하게 누릴 수 있도록 하겠다”고 강조했다.
대한항공과 아시아나항공이 통합할 경우 가장 문제가 되는 것은 인력 부문이다. 최대현 산은 부행장은 “중복 인력은 600~1,000명 수준이라 자연감소 인력 등을 감안하면 인위적인 구조조정은 없을 것으로 판단한다”고 밝혔다. 한창수 아시아나항공 사장 역시 “거래가 끝나더라도 인위적인 구조조정은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두 항공사의 노선 조정이 이뤄질 경우 인력 조정은 뒤따를 수 밖에 없다. 대한항공과 아시아나항공은 미주·유럽 등 장거리 노선뿐 아니라 상당 부분의 노선이 겹친다. 이 노선들은 각국의 정부와 이해관계가 얽혀 있기 때문에 당장 정리하기는 힘들지만, 장기적으로는 중복 노선을 감축할 수밖에 없다.
국내와 해외의 기업결합심사 승인도 변수다. 심사 신청 국가의 공정거래위원회가 불허할 경우 기업결합이 무산될 수 있어서다. 대한항공과 아시아나항공은 미주·유럽 등 100여개 도시에 취항하고 있다. 양사가 합병할 경우 국가별로 기업결합심사를 받아야 한다. 그러나 기업결합을 권장하는 미국·중국·일본과 달리 유럽연합(EU)의 경우 해외국가들에 대해 기업결합심사를 보수적으로 진행하며 최근 불허 사례가 늘고 있다. 인수기업의 지위가 확고해지면 항공사의 가격 결정권이 비대해질 수 있다는 이유에서다. 과거 EU는 라이언에어와 에어링구스의 기업결합과 그리스 양대 항공사인 에게안항공과 올림픽에어의 합병을 각각 불허했다.
3자 주주연합의 설득도 필요하다. 주주연합은 “주주를 상대로 유상증자를 하고 실권이 생기면 산은에 배정하는 방식이 공정하고 합리적”이라며 “조원태 한진그룹 회장의 사적 이익을 위해 국민 혈세, 주주와 임직원을 희생시키는 시도에 대해 법률상 허용되는 모든 수단을 동원해 저지할 것”이라고 말했다.
<박시진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