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도널드 트럼프 행정부가 알리바바 자회사인 앤트그룹과 텐센트의 전자결제 플랫폼 제재를 검토하는 것은 핀테크 등 중국의 미래 금융산업에 대한 본격적인 압박 신호탄으로 볼 수 있다. 중국의 불공정 제도·관행과 국가안보 위협을 이유로 한 미국의 제재 대상은 이제까지 통신장비 업체 화웨이, 반도체 분야 SMIC, 감시카메라 업체인 하이크비전 등 제조 업체가 대부분이었다. 제조업에서 시작된 미국의 대중국 제재가 틱톡이나 위챗 등 정보기술(IT) 기업에 이어 첨단 핀테크 등 금융산업으로 확대되면서 파상공세를 예고하고 있다.
앤트그룹의 전자결제 플랫폼인 알리페이와 텐센트의 위챗페이는 전 세계 상거래 시장을 새롭게 주도하는 디지털결제 시스템을 중심으로 하고 있다는 점에서 이번 제재 움직임은 중국이 주도권을 쥐려는 핀테크 분야를 견제하겠다는 트럼프 행정부의 강력한 의지로 읽힌다. 상업은행이나 투자은행 부문에서 뒤떨어진 중국은 최근 금융과 IT를 결합한 핀테크 부문에서 무서운 성장을 하고 있다. 금융 규제가 훨씬 약한 중국에서 핀테크를 시작한 앤트그룹과 텐센트는 14억 거대 중국 인구를 배경으로 해외 화교와 함께 중국과 거래하기를 원하는 외국인들에게도 금융 그물을 확장하고 있는 상황이다.
미국이 우려하는 대목은 이런 중국 핀테크 금융의 글로벌 확장이다. 핀테크 기업을 포함해 중국 금융기관들을 중국 정부, 즉 중국 공산당이 완전히 장악하고 있다는 점에서 미국인의 금융정보와 개인정보가 중국으로 흘러갈 가능성을 트럼프 행정부는 문제 삼고 있다. 실제로 미국 행정부는 알리페이와 위챗페이의 표면적 제재 이유로 ‘국가안보’를 내세울 것으로 알려졌다.
근거가 터무니없지만은 않다. 앤트그룹의 설립자이자 지분 50.5%로 최대주주인 마윈은 중국 공산당원이며 마화텅 텐센트 회장도 중국의 통일전선조직인 중국인민정치협상회의(정협) 위원으로 있다. 블룸버그통신은 7일(현지시간) “미국 행정부가 국가안보 우려를 들어 앤트그룹·텐센트 등의 중국 전자결제 플랫폼에 대한 제재를 검토하고 있다”며 “이는 미국 정부가 중국 기업들이 미국 금융시장에 침투하는 것을 막기 위해 어떤 노력을 하고 있는지를 보여주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다만 이들 기업이 미국인의 경제와 일상에 이미 깊숙이 들어와 있다는 점에서 단칼에 잘라내기는 쉽지 않을 것으로 전망된다. 앤트그룹의 모회사인 알리바바가 이미 뉴욕증시에 상장돼 있고 이미 진행된 앤트그룹에 대한 미국 투자도 적지 않다. 앞서 텐센트 위챗에 대한 미국 정부의 제재는 미국 법원에 의해 제동이 걸리기도 했다.
현지에서는 일단 미국 정부의 제재 표적이 된 데 대해 올해 안에 예정된 앤트그룹의 기업공개(IPO)가 충격을 받을 것으로 관측하고 있다. 앤트그룹은 홍콩과 상하이증시에 동시 상장을 추진하고 있다. 투자사들이 평가한 앤트그룹의 기업가치는 무려 2,500억달러다.
전문가들은 앤트그룹이 향후 상장에서 350억달러를 조달해 사우디아라비아의 국영 석유기업 아람코(290억달러)를 뛰어넘는 세계 최대 규모의 IPO를 기록할 것으로 추산하고 있다. 앤트그룹의 상장 지역이 미국이 아닌 중화권이지만 미국의 제재는 적지 않은 충격을 줄 수 있다는 것이다.
당장 미국의 제재가 현실화하면 미국 투자자들의 앤트그룹 주식 구입에 제동이 걸릴 가능성이 크다. 싱가포르국부펀드인 테마섹 등 미국 외 투자자들도 IPO 참여를 보류할 수 있다. 월가에서는 지난 2018년 칼라일그룹과 실버레이크매니지먼트·워버그핀크스 등이 각각 최소 5억달러를 앤트그룹에 이미 투자했다고 보고 있는데 이들도 손해를 보게 된다.
텐센트도 부담이 크기는 마찬가지다. 텐센트는 이미 모바일메신저 위챗이 미국 정부의 제재로 어려움을 겪고 있다. 여기에 금융부문인 위챗페이까지 제재가 이어진다면 미국 뿐만 아니라 글로벌 사업도 힘들어질 전망이다.
글로벌 외교가에서는 이번 제재가 집행된다면 미국과 중국의 갈등이 최악의 상황으로 빠져들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기술패권, 인권, 홍콩·대만,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책임론 등의 이슈로 악화일로인 미중 갈등의 골이 더욱 깊어질 수 있다.
<베이징=최수문 특파원 / 뉴욕=김영필 특파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