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깨 질환 치료 전문가’ 천용민 세브란스병원 정형외과 교수를 만났다. 천 교수는 “어깨 통증이 생겨도 대수롭지 않게 여겨 파스나 진통제 등으로 버티다가 뒤늦게 병원을 찾아 수술을 받는 환자가 늘고 있다”며 “어깨가 아프다면 참지 말고 정형외과 전문의를 찾는 것이 좋다”고 했다.
-회전근개 파열은 무엇인가.
어깨뼈 가운데 상완골두(상완골 위쪽 끝에 공처럼 둥글게 커진 부분)를 감싸고 있는 회전근개라는 어깨 힘줄이 찢어진 것으로 말한다. 어깨 관절에서 회전근개란 어깨 관절을 덮고 있는 극상근ㆍ극하근ㆍ견갑하근ㆍ소원근 등 4개의 힘줄을 말하는데, 어깨 관절의 회전 운동 및 안정성을 유지해 주는 중요한 역할을 한다. 회전근개 파열은 어깨 관절을 덮고 있는 4개의 힘줄 가운데 하나 이상 찢어져 팔과 어깨에 통증이 발생하는 질환이다.
회전근개 파열은 어깨 통증을 일으키는 원인 가운데 빈도가 가장 높은 질환의 하나다. 회전근개는 나이가 들면서 퇴행성 변화를 겪게 된다. 회전근개 병변은 노령이 아니어도 모든 연령층에서 증상과 파열 정도에 따라 치료가 필요할 수 있다.
회전근개 파열은 격렬한 운동이나 외상으로 인해 발생한다고 생각하는 경우가 많다. 하지만 회전근개 파열 원인은 대부분 나이가 들어감에 따라 생기는 퇴행성 변화 때문이다. 즉, 크게 다치지 않아도 중년 이후가 되면 회전근개가 파열될 위험이 커지게 된다.
회전근개 파열 증상은 어깨 삼각근 부위의 통증이 가장 흔하고, 무언가를 들어올릴 때 느낄 수 있는 근력 약화 등이 있다. 하지만 회전근개 파열이 상당히 진행되었음에도 불구하고 증상을 거의 느끼지 못하는 경우도 적지 않다. 정형외과를 찾은 사람 가운데 어깨 통증이 없어도 초음파 검사를 한 결과, 28.9%가 회전근개가 파열됐다는 연구도 있다.
-회전근개 파열은 어떻게 진단하고 치료하나.
회전근개 파열은 초음파 검사나 자기공명영상(MRI) 등을 통해 진단할 수 있다. 회전근개 파열은 시간이 지날수록 파열 부위가 넓어지고 회전근개 근육이 위축돼 치료하기 힘들어질 때가 많으므로 조기에 발견해 치료하는 것이 중요하다.
회전근개는 파열 크기가 작으면 보존적 치료를 하면서 상태를 지켜본다. 하지만 회전근개가 1㎝ 이상 파열되고 통증이 심해 팔을 들어 올릴 힘도 없다면 결국 파열된 부분을 봉합하는 ‘회전근개 봉합술’이라는 관절경 수술을 시행할 때가 많다.
그러나 개인차가 존재하기에 회전근개 파열 진행 정도와 환자가 느끼는 증상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해 치료 시기와 방법을 정하게 된다. 치료 시기를 놓치면 인공관절 수술도 고려해야 한다.
-회전근개 파열과 오십견(동결견)을 혼동할 때가 많은데.
“회전근개 파열은 앞서 언급했듯이 어깨를 감싸고 있는 회전근개(어깨 힘줄) 파열을 뜻한다. 반면 오십견은 어깨를 감싸고 있는 관절막이 굳어서 생기는 질환이다. 오십견의 경우 모든 방향으로 운동 범위가 크게 감소해 팔을 올리기 어렵고 통증이 어깨 전체에 일어나는 점에서 회전근개 파열과 차이가 난다.
또한 오십견의 경우 염증 완화 주사, 재활 치료 등으로 자연적으로 나을 수 있지만, 회전근개 파열은 자연 치유를 기대하기 어렵다. 두 질환이 동시에 생기기도 하므로 오십견 치료를 받다 뒤늦게 회전근개 파열이 발견되기도 한다. 따라서 두 질환의 정확한 진단과 구분을 위해서는 어깨 관절을 전문으로 하는 정형외과 전문의에게 진료를 받는 것이 좋다.
-회전근개 파열을 예방할 방법은 없나.
회전근개 파열은 나이가 들어갈수록 유병률이 높아지는 퇴행성 질환이어서 확실하게 예방할 수 있는 방법은 없다. 다만 평소에 어깨에 무리가 가는 운동은 삼가고, 운동하기 전에 어깨를 풀어줄 수 있는 스트레칭을 꾸준히 하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일상에서 꾸준한 스트레칭과 근력 운동으로 유연한 관절 운동 범위와 근력을 유지해야 한다. 어깨 통증 등 증상이 나타나면 정형외과 전문의의 도움을 받는 것이 좋다.
<권대익 의학전문기자>